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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스터 박종찬 Apr 19. 2022

커피등급이 높으면 맛도 좋을까?

커머셜 커피와 커피 등급에 대한 이야기

바로 지난 글에서 스페셜티 커피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 글에서 미처 이야기하지 못한 내용이 몇 가지 있었다.


오늘은 커피 등급에 관한 두 번째 이야기.


커머셜 커피와 커피 등급에 대해 한번 알아보자.




커머셜 커피는?


커머셜은 문자 그대로 직역하면 상업 커피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커피이다. 많은 곳에서 커머셜 커피를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커피시장에 커머셜 커피의 비중은 대략 80% 정도 차지하고 있을 만큼 생산량이 엄청나다. 그리고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다 보니 가격 또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우리가 특정 계절에만 먹을 수 있는 제철과일이 있듯이 커피도 수확시기, 즉 제철이 존재한다. 수확 시기를 놓치면 생각보다 생두를 구하기 어려워진다(스페셜티 커피의 경우).


하지만, 커머셜 커피는 사시사철 쉽게 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커피 사용량이 어마어마한 대기업의 경우, 생두 수급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커머셜 커피를 많이 사용한다.


그리고 이전 글에서 산지 이력에 관한 이야기를 했었다. 커머셜이 그렇게 쉽게 많은 양을 수급할 수 있는 이유는 산지 이력과 연관이 깊다.


예를 들어, A라는 생두가 있다.


A 생두의 이름을 보니 브라질 옐로버번이라고 돼있다.


브라질에서 자란 생두 중에 옐로버번의 품종이면 뭐든지 저 이름을 붙여서 판매할 수 있는 것이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싶다면...


19/20년도 기준 브라질 생두 수출량은 200만 톤, 그중 10%가 저 이름이라고 가정해도 20만 톤이다.(19/20년도 우리나라 총 커피 소비량은 168,000톤)


즉, 아주 어마 무시한 양이라고 할 수 있다.


이해하기 쉽게 아주 극단적인 예시를 들었지만, 실제로는 커머셜 커피라 하더라도 보통은 산지, 지역, 가공방식, 등급, 더 많으면 품종까지는 확인 가능하다.


그래도 스페셜티 커피에 비해 산지 이력을 역추적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스페셜티 커피도 그랬듯이, 커머셜 커피라고 다 같은 커머셜 커피는 아니다. 그들 사이에서도 위아래가 존재하는데...


그럼 커머셜 커피는 어떤 기준으로 등급을 나눌까?




등급을 나누는 기준


커머셜은 커핑을 통해 79점 이하의 점수를 받은 커피들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등급을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은 바로 결점두!


* 결점두란? 곰팡이가 핀 콩, 벌레 먹은 콩, 과하게 발효된 콩, 부서진 콩 등 커피의 향미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콩으로, 쉽게 말해 '나쁜 콩'을 의미한다.


생두에서 샘플 300g 정도를 빼서 그 안에 결점두가 몇 개가 들어있느냐에 따라 점수가 점점 감점된다. 1차적으로 육안으로 결점두의 개수로 점수를 매긴 후에 2차로 눈으로 골라내기 어려운 결점두를 맛을 통해 체크한다.


<커머셜 커피의 세부적인 구분>

75 ~ 79점 : 프리미엄
70 ~ 74점 : 하이 커머셜
69 ~ 65점 : 커머셜
64점 이하 : 저품질 커머셜(인스턴트커피 또는 내수용으로 사용)


여기까지 스페셜티 커피와 커머셜 커피를 구분하는 방법에 대해 빠르게 알아보았다.


그리고 커피를 많이 접하는 사람들은 조금 눈치챘을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흔히 들을 수 있는 커피의 등급인 AA, SHB, G1, G2 등급에 관한 이야기는?




아주 잘 알려져 있는

커피의 등급


우리에게 친숙한 AA, SHB, G1 등 커피의 등급은 산지에서 정하는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것이 커머셜이든, 스페셜티 커피든 이런 등급은 꼭 붙어있다.


산지에서는 나라마다 등급을 결정하는 기준이 다른데,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1. 생두의 크기에 따라


생두의 크기에 따라 등급을 결정한다.


가공이 끝난 생두를 구멍 뚫린 채에 넣어서 걸러지는 순으로 등급을 매긴다. 생두의 크기는 스크린 사이즈라고 표현하는데(1 스크린 즉, 1S는 1/64인치), 보통은 콩이 크면 그 안에 들어있는 성분의 양도 많아서 맛이 좋다고 한다.



이런 기준을 사용하는 국가는 콜롬비아, 케냐, 탄자니아, 부룬디, 르완다 등이 있다.


콜롬비아 : S17 이상 수프리모, S14~16은 엑셀소

케냐 : S17 ~ S18은 AA, S15~16은 AB



2. 재배 고도에 따라


콩이 자라고 재배되는 높이에 따라 등급을 나눈다. 


커피나무가 잘 자라기 위한 조건 중에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에 높이가 높을수록 좋은 등급을 받는다.


높은 고도에서 자라는 생두는 보통 천천히 익는다. 그건 일교차 때문인데, 따뜻할 때에는 충분히 익어가다가, 온도가 낮아지는 밤에는 서서히 익는다. 의외로 열매를 맺는 식물은 적당히 괴롭혀야 맛있어진다고 한다.


서서히 익어가면서 콩은 단단해지고  다양한 성분을 만들어내는 시간이 길어진다. 말 그대로 속이 꽉 차기 시작한다.


학창 시절에 고랭지 배추에 대해 배웠던 기억이 난다면 좀 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랭지 배추 산지로 평창이 있는데 거기서 자란 배추가 더 달고 속이 알차다. 그 이유 또한 일교차가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도에 따른 구분을 사용하는 산지는 과테말라, 멕시코,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등 중미에 많이 분포되어있다.


과테말라 : 1300m 이상은 SHB, 1200 ~ 1300m는 HB 등

멕시코 : 1000 ~ 1600m HG(또는 알투라), 700 ~ 1000m는 PW 등



3.  결점두에 따른 등급


마지막은 결점두의 개수에 따른 등급을 나누는 경우이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결점두는 커피의 맛을 해치는 요소이기 때문에, 샘플 300g을 채취해서 나오는 개수에 따라 등급을 나눈다. 결점두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 산지는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등이 있다.


에티오피아 : 결점두 개수 3개 이하 Grade 1(G1), 4 ~ 12개 Grade 2(G2)

인도네시아 : 11개 이하 Grade 1(G1), 12 ~ 25개 Grade 2(G2)



그리고 예시에는 없지만 브라질은 여러 가지 기준을 사용한다.


결점두의 개수로 NY2(6개 이하), NY2/3(9개 이하) 등으로 구분하기도 하고, 스크린 사이즈의 크기에 따라 SC 17/18라고 표기하기도 하고, 커핑을 통해 FC(Fine cup), GC(Good cup)로 등급을 결정하기도 한다.


브라질은 특이하게 NY2처럼 2등급의 커피가 가장 높은 등급이다. 그 이유는 1등급의 커피는 오직 신만이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이 만드는 커피는 2등급이 제일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까지 산지마다 등급을 정하는 다양한 기준을 알아봤다.


그리고 그 등급은 사실 잘 몰라도 괜찮다. 이미 시중에는 소위 말하는 '1등급'이라는 커피들이 넘쳐나서 1등급이 아닌 커피를 찾는 게 더 어렵기 때문이다. 꽤 다양하네~ 정도만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럼 여기서 제목을 한 번 다시 생각해보자.


과연 높은 등급의 커피가 맛있는 커피일까?




좋은 등급 = 맛있는 커피?


정답은 '그럴 수도 있다'이다. 조금 애매한가?


위에 기준처럼 AA, G1, NY2가 좋은 등급임은 분명히 맞다. 하지만, 무조건 등급이 높다고 맛이 좋다고는 할 순 없다. 사실 산지에서 등급을 매기는 기준 자체가 애매하다.


콩이 크면? 성분이 많으니 맛이 좋을 가능성이 높다.
재배 고도가 높으면? 역시 맛이 좋을 가능성이 높다.
결점두가 적으면? 이건 그나마 일리 있다. 하지만 역시 맛이 좋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스페셜티 커피와 커머셜 커피의 가장 큰 차이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맛을 보고 등급을 결정했는가?



산지에 따른 기준에 의하면 오직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스페셜티 커피 등급 이상에서 빠지지 않았던 것은 바로 '커핑'. 즉, 맛을 보는 과정이었다.


이전 글에서 C.O.E에서 1위 한 커피보다 뜬금없이 7위, 8위가 더 비싸게 팔렸다는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생산량이 적어서도 있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7위, 8위가 더 맛있어서 사고 싶은 욕구가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커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기 때문이다. 




등급에 현혹되지 말자


내가 로스팅을 시작하면서 개인 카페에서 일할 때, 케냐 AB를 사용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손님들의 반응은 항상 비슷했다.


'어라 AB? 커피 별로겠네'


그때 내가 AB를 사용했던 이유는 그 생두가 AA와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스페셜티 커피 중에서는 케냐 AB도 물론 존재한다. 그런데도 먹어보지 않고 등급만으로 커피를 결정한다는 것이 굉장히 속상했다. 


우리들에게 커피의 등급은 좋은 커피를 선택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커피는 직접 먹어보고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물론 무턱대고 아무것이나 먹으라는 의미는 아니다.


내가 말하는 '좋은 커피'라는 것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그걸 고를 능력도 있다. 등급보다 중요한 것은 산지 이력이다. 커피의 등급은 수많은 커피의 정보 중 하나에 불과한다.


등급은 우리가 좋은 커피를 선택할 때 도움을 주는 요소 중 하나이지 무조건 정답은 아니다. 산지 이력이 자세한 AB와 불투명한 AA가 있다면, 난 당연히 AB를 먹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취향이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커피라고 하더라도 나한테 맛이 없으면 그저 쓸 때 없이 비싼 커피일 뿐이다.


평소에 등급이 낮다고 그냥 지나쳤던 커피가 알고 보니 나의 최애 커피였을지 누가 알겠는가? 다른 것보단 내 입맛에 맞아야 좋은 커피이지 않을까 싶다. 커피를 편견 없이 바라보는 것이 분명 앞으로 커피를 즐기는 데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오늘도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커피를 볶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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