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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OZ Mar 04. 2023

기억하는, 좋아하는 초록


빛이 잎에 든다. 초록색은 그대로인데 빛이 닿아 다르게 보인다. 더 투명하고 생명력 있다. 맑고 밝고 아름답다. 특히 새싹, 여린 잎일수록 연둣빛으로 보인다. 그저 바라보는 데 두근두근 내 마음이 설렌다. 살랑 부는 바람에 잎이 흔들릴 때면 내 마음도 함께 살랑 흔들린다. 괜히 한쪽 가슴이 아리다. 아무 기억 안 떠오르는데 가슴이 시리다.

 그렇다. 초록빛으로 기억되는 장소를 떠올리면 첫째는 길이다. 길이라 의아할 수 있겠다. 내려다보면 들풀을 찾을 수 있고 올려다보면 가로수를 볼 수 있다. 걷다가 여린 잎이 보이면 나는 멈춘다. 그저 바라본다. 특히 봄과 여름이면 이 증상이 심해진다. 어쩌면 걷다가 넘어지고 자주 발을 삐는 이유가 이런 딴짓 때문일지도 모른다.

 둘째는 산이다. 그중에서도 싱그러운 여름 산이다. 아마 둘째로 생각나는 이유는 산이 부지런해서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기에 여러 빛깔을 품고 있기 때문인듯하다. 봄에 알록달록 꽃 천지 분홍빛으로, 가을에 단풍으로 물들어 붉은빛으로, 겨울에 눈 오면 흰빛으로 변한다.

 셋째는 바다다. 바다야말로 정말 푸르고 푸르지 않냐는 말에 나는 에메랄드빛 바다를 소개하겠다. 정말 투명하고 아름다운 초록빛으로 빛나는 그 맑은 바다. 생각만 해도 즐겁다. 첨벙 빠져서 헤엄치고 싶다. 나는 물을 좋아한다. 특히 힘을 쭉 빼고 둥둥 떠 있는 걸 제일 좋아한다.

 글을 쓰다 보니 하나로 이어지는 계절이 보인다. 여름. 덥지만 나무 그늘에 머물고 산과 바다로 가면 시원한 계절이다. 작년에는 물놀이를 못 가서 아쉬웠다. 얼른 여름이 와서 물놀이 가면 좋겠다. 재밌게 놀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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