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갑니다

에필로그

by 봄비가을바람


시간이 갑니다.


시간이 갑니다.

더딘 걸음으로 한발 한발 걸음을 재며

시간이 갑니다.

뒤돌아 힘겹게 좇아오는 발걸음 개의치 않고

시간이 갑니다.

골목 끝 저만치 집을 향해 한숨 쉬고

어깨에 힘을 주고, 가방을 고쳐 메고

오늘 하루 고단을 툭툭 털면

시간이 갑니다.

웃는 아침 인사에 눈물을 지우고

안간힘을 모아 훅 한숨을 내뱉어

처음 그날의 이야기를 불러내면

또 그렇게 시간이 갑니다.

다 내놓고 다 내주어

탈탈 털어 빈 손을 내보이고

곁을 맴도는 걸림돌에 수없이 넘어져도

시간이 갑니다.

마음 둘 곳 없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눈에 내 사람을 알아봐도

눈치 못 채는 외사랑이 아파도

시간이 갑니다.

오늘이 그날이라 기다리던 약속도

바람 따라 희망이 날아가도

시간은 갑니다.

내 세상이 다 무너지고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또 울어도 나를 두고

시간은 갑니다.



<대문 사진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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