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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을 그립니다 미내 Feb 14. 2024

시인의 고양이

<진행 중> 윤미내


채색하기 위해 물통에 물을 담아 테이블에 놓는다. 테이블 중앙에는 터줏대감 이젤이 자리를 잡고 있고, 그 주변에는 굵기와 진하기, 강도별로 종류가 다양한 샤프들이 늘어져 있다. 펼쳐놓은 팔레트 속 물감은 무지갯빛처럼 순서대로 자신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 집 고양이가 테이블 위로 폴짝 올라 이젤에 얼굴을 비빈다. 붓통에 꽂혀있는 붓의 털에도 다가가 얼굴을 비비며 반가운 인사를 한다. 그리고 물통에 받아놓은 물을 혀로 날름날름 마시며 목을 적신다. 손으로 샤프를 살살 건드리며 장난을 쳐보다가 펼쳐진 자료 위를 밟으며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그러다 크기와 재질이 마음에 드는 자료를 찾았는지 몸을 동그랗게 만들어 그 위에 자리를 잡는다. 그림 그리는 집에서 사는 고양이의 흔한 일상이다.


시인의 집에서 사는 고양이의 하루는 어떨까.




※모든 이미지에는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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