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킹오황 Feb 04. 2024

부부싸움을 한 번도 안 한 이유

우리 부부는 부부싸움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사귈 때도 싸움다운 싸움을 해본 적이 없었죠. 두 사람 다 둥글둥글한 성격일 수도 있지만, 다른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서로 존대를 한다는 것이지요.


그녀와 사귀기 전 처음 둘이서만 식사를 할 때였습니다. 제가 7살이나 더 많으니 편하게 말 놔도 되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단번에 거절하더군요. 그녀는 나와 동등한 관계이고 싶은데, 나이 차가 많은 사람이 말까지 편하게 하면 오빠와 동생 관계가 될 것 같아 싫다고 했습니다. 저는 나중에 서로 친해지면 편하게 말하게 되겠지 싶어 일단 알겠다고 했죠. 그런데 그게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남주 여주가 서로 존대하는 걸 보면 오글거렸습니다. 비현실적인 설정 아니냐고 그러면서요. 그랬던 제가 지금은 그 커플처럼 행동하게 되었습니다. 다행인 건, 생각만큼 오글거리지도 않고 오히려 좋은 점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처음에 말했듯이 싸울 일이 없는 것입니다. 때로는 상대에게 서운하거나 섭섭할 수 있죠. 이때 서로 존댓말로 대화를 하다 보면 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이 상해도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화를 하다 보니 대화가 잘 이어지거든요. "미안해" 보다는 "미안해요"가 더 말하기 쉽죠. 더욱이 상대를 무시하는 어투나 폭력적인 말을 하지 않으니, 대화 중에 더 큰 상처를 주거나 받지 않은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말을 편하게 하면 더 친근해질 수 있지 않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습니다. 가끔 회사 사무실에서 아내의 전화를 받고 나면 직장 동료가 그러기도 합니다. 아내에게 존댓말을 쓰는 걸 들으니 마치 업무상 전화하는 것 같다고요. 하지만 저는 그 어떤 커플보다도 우리가 더 친하고 편한 사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서로 안 지 1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잠시라도 떨어져 있기 싫어합니다. 주말엔 아예 둘이 꼭 붙어 다니죠. 3대가 덕을 쌓아야 할 수 있다는 주말부부를 우리는 절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친해지기 위해서 꼭 반말이 필요한 건 아니랍니다.


우리 부부가 대화하는 걸 본 사람들은 부럽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저도 주변에 상호 존대하는 것이 참 좋다며 추천을 많이 합니다. 원래 이 상호 존대라는 건 비가역적이어서, 한번 반말을 쓰기 시작하면 되돌아기가 참 어렵거든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저에게 반말을 쓰지 못하게 한 제 아내가 참 현명하고, 그 점에 감사합니다. 혹시라도 상호 존대하는 관계가 좋아 보이면, 첫 단추를 잘 꿰는 게 중요하단 말씀을 드립니다. 파이팅!

작가의 이전글 볼일보고 손 안 씻는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