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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양면성

by 화운 Mar 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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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교가 없다. 없다는 것이 불안이 될 때가 있고 반대로 위안이 될 때가 있다. 종교가 있다는 것을 나는 좋게 본다. 부러울 때도 있다. 무언가에 대한 믿음은 그 결과가 어찌되었든 믿을 수 있는 용기와 힘은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우리는 살면서 가끔 자신을 믿을 수 없는 순간들이 다가온다.

무엇이든 해낼 것 같은 자신감, 결국 잘 될 것이라는 믿음,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는 믿음. 나는 잘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 빛은 모든 삶을 비출 수는 없는 법이니까. 가끔은 시원한 그림자와 밤이 구원이 될 때도 있으니까. 그 검정과 푸름 마저도 또 다른 빛이라고 믿고 살아간다. 반대로 누군가를, 나를 믿는다는 것이 빛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다.


내 선택으로 인해 감당해야 하는 것들과 그로 인한 후회들, 돌이킬 수 없는 믿음들. 이 모든 것들이 나의 그림자마저 집어삼켜 도저히 내 자신으로 도피할 수 없었을 때, 아버지에게 당신은 살기 힘들 때 어떻게 이겨내는지 물었다. 무슨 방법이 있겠냐며, 그저 자신도 속일 것처럼 잘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억지로라도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럼 당신은 여전히 누군가를 믿느냐고 물었다. 가족들을, 자기 자신을 믿고 있다고 한다.


나는 무엇을 믿어 왔는지, 무엇을 믿고 싶었는지 알 수 없었다. 살 것만 같은 날들에도, 살고 싶은 날들에도 나를 구원해준 건 무엇이었을까. 이제는 당신을 믿으면 안될 것 같아서. 그럼 다시 나를 밑어봐야겠지.


 나도 여전히 부족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부족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수많은 불행들 속에서 다행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믿어보기로 했다. 사랑 받고 싶다면 사랑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낙원을 쫒는 순례자보다 누군가의 낙원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나를 내려놓지 말자. 내려놓는 순간이 와도 손끝은 놓지 말자. 괜찮아져야 하고 괜찮을 수 있잖아. 괜찮은 사람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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