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치열하게 살았다. 스스로 다짐했던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참 아등바등 살았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모든 기억은 미화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군 복무 할 당시 장난 삼아 입버릇 처럼 하던 이야기인데 인생 전반에 통용되는 듯하다.
"사용자 입장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자신의 철학을 담은 제품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개발자"
2021년 첫 회사 입사 후에 "어떤 개발자가 될 것인가?"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을 때 적은 내용이다. 가볍게 생각했고 좋아 보이는 수식어는 다 갖다 붙였다.
작년 하반기부터 다시 이 질문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올해도 나를 끊임없이 괴롭힌 질문이다. 아직도 명쾌한 정답을 찾지 못했다.
올 한 해동안 주변 지인들에게 "그 일을 왜 하는가"라는 질문을 많이 던졌는데 대부분 피곤한 기색을 보였다. 딱 두 분만이 이 질문에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답을 해주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남의 일이 아닌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회사의 일을 정말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힌트를 얻을 수 있을까?
언젠간 내가 가진 것으로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 이전에 생각했던 내용과 큰 흐름을 같이 한다. 하지만 왜? 라는 질문에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난 그 정도로 선하거나 봉사심이 강한 사람이 아니다.
조금 더 천천히 고민해 보자.
2023년을 맞이하면서 세웠던 목표는 딱 2개다.
1) 업무를 잘하자
작년의 트라우마 아닌 트라우마 때문에 일정 관리 개선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일정에 나의 퍼포먼스를 얼라인 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나의 노력이 잘 동작하는 듯했다. 일련의 과제들에서 작은 성취를 느꼈고 동료들로부터 신뢰를 얻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강박이 생겼던 것 같다. 일정을 준수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싫었다. 터프한 일정 속에서 가능 여부에 대한 판단을 미루고 해야만 한다는 오기만 남았던 것 같다. 그렇게 한번 고꾸라지고 나니 많은 것이 편해졌다.
같은 상황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해낼 자신이 없다. 대신 빠르게 판단하고 근거를 갖고 명확하게 상황을 공유할 것이다. 일정 준수에 대한 모호함이 느껴질 수 록 나의 진행 상황, 협업 파트너들의 진행 상황, 기획, 디자인 문서를 아주 꼼꼼하게 볼 것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2) 개발에 흥미를 되찾자
솔직하게 얘기해서 개발은 안 할수록 재밌어진다. 잘 모를수록 흥미롭다. 하면 할수록 고통스럽다. 올해는 학습 관련 부담을 갖지 않으려 했다. 최대한 편하게, 하고 싶을 때 하려고 생각했다.
Combine, async await 관련 약간의 학습을 하고 SwiftUI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두 개 진행하였다. 무작정 진행한 것이라 잘 정리가 되지 않았는데 내년에는 티스토리 블로그에 잘 정리하는 습관을 가져보리라.
시간이 지날수록 회사 업무들이 수월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에 반해, 기술적 성장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속적으로 받았다. 그러던 중에 포프님의 유튜브를 우연히 봤는데 이 불편한 감정의 이유를 깨달았다.
회사 업무를 잘하기 위해서는 일에 대한 도메인 지식이 필요하다. 도메인 지식이 쌓이면 업무 수행 능력이 올라간다. 하지만 기술적 성장의 동반이 없는 경우 여전히 주니어 레벨이라고 얘기한다. 이를 Junior with Domain Knowledge 또는 Expert Junior라고 표현을 했다. 이들은 회사 밖의 다른 도메인으로 나갈 경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내가 고민했던 것들이 꽤나 긍정적이라 느꼈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고민이었다는 생각도 들고, 늦지 않게 깨달았다는 안도감도 있다. 앞으로 코딩 하나하나에 더 신경 쓰고, 기술적 학습을 소홀히 하지 않는 개발자가 되겠다.
재택으로 건강이 걱정돼서 운동을 시작했다. 올해 8월 까지는 테니스, 헬스를 규칙적으로 다녔다. 음주 및 야식을 먹어도 체중 방어가 됐었다.
8월부터 출근, 과제 등의 이유로 체력적으로 부담감을 느꼈다. 운동하던 것을 올 스탑했다. 10월부터 여유가 생겼는데 운동을 안 하니 그때부터 더 본격적으로 살이 쪘다. 지금 얼마나 찐 건지도 모르겠다. 내년엔 핑계 없이 규칙적인 운동 습관을 하나 고정 해야겠다. 담배도 끊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다짐은 못하겠다.
영어에 관심이 생겼다. 영어가 내 삶에 딱히 필요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괜히 해외에 대한 기회를 열어두고 싶다. (스티브잡스의 프레젠테이션 영상을 보고 바람이 들었다.)
영어 학원도 등록하고 미친 척하고 사람들 앞에서 영어로 대화를 시도했다. 같이 학습할 동료가 필요했다. 친구들은 욕하거나 무시했지만, 몇몇 회사 동료 분들은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제 꾸준히 시도할 수 있는 몇 가지 시스템이 마련되었다. (학원, 앱, 회사 모임) 하나가 무너져도 다른 두 가지로 쭉 이어가리라.
- 규칙적 운동하자
- 영어 1년 꾸준히 하자
- 미국 다녀오자
- 개발 여러 도메인들 다뤄보자 (분기별 1개)
- 재테크 공부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