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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경수 Dec 08. 2024

보통 사람

특별할 필요 없다. 그냥 나 자신이면 된다.

구스타프 쿠르베(Gustave Courbet,1819-1877) - <안녕하세요 쿠르베씨>(1854)

모두가 특별해지고 싶어 하는 사회에서 그 특별함이란 과연 무엇일까? 인플루언서들이 쇄도하고, 일상이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이 시대에 어쩌면 시선과 부러움을 받는 것이 특별함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시선과 부러움을 받는다는 것은 인정을 받는 것이며, 그것은 내가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함의하기도 한다. 세상은 나를 절대적인 기준보다 상대적인 기준으로 평가하는데, 그 말은 아무나 인정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정욕구란 사회적 존재인에게 어쩌면 당연하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이고, 견물생심이 생기는 것은 내가 욕심이 많아서가 아니라, 세계는 가치를 상대적으로 매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린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원하고, 본질보다는 부수적인 가치들로 그 자체를 판단한다. 

집은 사는 곳일 뿐이다. 집은 날씨로부터 현존재를 보호하고, 그에게 생활할 수 있는 반경을 제공한다. 집은 자는 곳이며, 먹는 곳이며, 잘 있는 곳(well-being)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집의 가치를 매길 때 이러한 본질보다는 부수적인 것에 너무 치중한다. 직장이 광화문임에도 굳이 주소지에 강남을 쓰고 싶어서 강건너에 집을 구하고, 한 여름에 햇빛이 반사되어 냉방 없이 살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북향 한강뷰를 추구한다. 물론 집에서 한강이 보이고, 강남이라는 상급지에 사는 것은 사회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으며,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강남구라는 한정된 행정구역에 모두가 거주하고, 그 인프라를 가깝게 누릴 수 없기에 당연히 부동산 가격은 치솟는다. 한강뷰 또한 마찬가지다. 한강에 접한 주택 또한 한정되어 있으나, 누구나 그 뷰를 원하기에, 공급에 비해 수요가 넘쳐나니 그 값이 오르는 것은 경제적으로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꼭 남들이 추구하고, 높은 가치가 매겨진 것을 가져서 인정을 받아야만 행복할까? 아침마다 집에서 한강을 바라보며 모닝커피를 마시는 청담러에게도 불행은 있다. 남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진 그가 가진 불행은 어쩌면 범인인 내가 예측하기도, 공감하기도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어쩌면 가진 것이 더 많기에 그의 불안과 불행은 가진 게 없는 나보다 더 크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우리는 항상 잘하고 싶어 한다. 원하는 것보단 남들이 말하는 좋은 것을 추구하고, 필요한 것보단 부수적인 것을 가지고 싶어 한다. 건강보단 탄탄한 몸매를 가지기 위해서 운동을 하며, 본인에게 필요한 수준의 차량보단 과시할 수 있는 차량을 타고 싶어 한다. 근데 꼭 그래야 할까. 남들에게 보여주기고 두드러지는 것을 추구하지 말고, 그냥 내가 진정으로 원하고, 필요한 것을 추구하며, 삶의 부족함을 채우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중간만 가도 사는데 아무 문제없다. 여기서 중간이란 중산층과 같은 사회적 의미가 아니다. 나락에 떨어진 인생도 아니며, 성공한 인생도 아닌 그 경계에서 춤추는 인생을 말한다. 많은 것을 가질 필요는 없다. 없는 것보단 많은 것이 물론 좋겠지만, 우리는 많이 가지는 것을 추구하기보단 결여된 것을 채우는 것을 추구해야 한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기보단 독을 고쳐야 한다. 우리의 실존은 자신의 것이며, 자신이 영위하는 그 자체다. 근데 우린 그 실존이라는 것의 본질을 잊고 살아만 간다. 밑 빠진 독에 계속 돈을 부으면 행복에 도달할 줄 아는데, 문제는 돈의 양이 아니라 밑 빠진 독이라는 문제를 직면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다. 

모두가 부자일 수 없다. 모두가 부자라면 부자라는 말은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가 부자가 되려 하고, 거기서 비교와 경쟁이 시작된다. 꼭 의사가 되어야만 부자가 될까? 부자가 되어야만 인생을 제대로 사는 것이고, 행복한 것일까? 이런 사소한 질문을 할 틈조차 없는 현대 사회에 행복이란 나에게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타자의 시선으로 인해 규정되는 상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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