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날에는 홍차와 케이크 (2)
지숙의 이야기 (2)
집에 돌아오니 냉장고 안은 음식이 썩어가고 있었다
대충 집을 정리하고 음식 쓰레기를 버리러 가다가
옆집 지영 씨와 마주쳤다
“언니~! 어디 갔다 왔어요?!”
정말 반가워하는 지영 씨의 얼굴에는 걱정스러움과 안도감이 느껴졌다
“응 집안일이 생겨서 미안 지영 씨한테 연락도 못했네”
“아니 괜찮아요 안 그래도 오늘 연락해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딱 만나니 더 반가운걸요”
"응 고마워 나도 지영 씨 얼굴 보니 좋다"
"언니 이러지 말고 우리 차 마시러 갈래요? 맨날 밥 해주셨으니까
이번에는 제가 살게요 제가 좋아하는 카페가 있어요”
“그래 그럴까?”
<카페 루나>
지영 씨가 나를 데려간 카페의 이름이다.
카페는 작았지만 아기자기하고 아늑한 분위기였다
주인이 모은 다양한 티스푼과 그릇이 장식되어 있었다
우리는 스콘과 당근케이크 그리고 홍차 두 잔을 시켰다
홍차는 향긋하고 고급스러운 향이 났다
차에 대해 잘 모르지만 지영 씨가 추천해 준 홍차는 향긋하고
뭔가 마음까지 안정시키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영 씨는 요즘 친구들 같지는 않다
20대 중반 정도 같은데 나 같은 아줌마와 이렇게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 같은 느낌이 들다니,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신다는 것이 어쩐지 우리 둘의 나이차이처럼
거리가 있어 보이기도 했지만 고맙기도 했다
나는 지영 씨에게 물었다
"지영 씨는 나 안 불편해? 나이도 많고 먼저 차 마시러 가자고 해서 고맙기도 하면서 조금 이상했어 "
"그래요? 저는 언니가 편해서... 사실 저는 친구도 없어요
고등학교까지 지방에서 살았고 대학 때도 거의 친구가 없었어요.
졸업하고 나서는 연락하는 사람도 없고,
만나도 어쩐지 불편해요 즐겁지도 않고요 만나야 할 이유도 잘 모르겠어요 "
"그렇구나 하긴 나도 친구 별로 없어 그렇게 사회적인 사람이 아니라서
그냥 그때그때 내 상황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하고는 친하게 지내지만
내가 그 장소를 떠나면 자연히 멀어지게 되더라고"
"저도 그래요 주변에 있는 사람들하고는 친하게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짜 마음을 열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리는 것 같아요
그런데 언니 하고는 금방 친해진 기분이에요"
" 밥을 같이 먹어서인가"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밥이 따뜻했어요 그래서 그런가 봐요 "
"응 나도 지영 씨랑 먹는 밥이 따뜻했어
사실 나 지영 씨한테 찾아가기 전에 엄청 용기 낸 거였어 그런데 꼭 주고 싶더라고 "
"그랬어요? 왜요?"
"지영 씨 가끔 본 적 있었거든 예쁘장한 아가씨가 너무 기운이 없어 보이고 힘들어 보여서
우리 딸 생각도 나고, 우리 딸이 소시지 전을 좋아했거든
나는 호박전을 좋아하고, 그래서 항상 같이 했는데 알다시피 혼작 먹을 양은 아니잖아
그때 지영 씨 생각이 나더라고 맛있게 먹어주면 좋겠다 싶었어"
"그랬구나 그날 정말 식욕이 하나도 없었는데 맛있게 잘 먹었어요"
"우리 언제 또 밥 먹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내가 해줄게 비싼 음식은 못해줘도
맛있는 음식은 해줄 수 있어!"
햇살이 따뜻했다 홍차는 향긋했고 당근케이크는 적당히 달큼했다
이런 오후의 차 한잔이 조금은 내 마음을 불안에서 멀어지게 했다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