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이 있는 사람
우리는 어떤 것에 끌린다. 잘 살펴보면 거기에 내 취향이 있다. 취향이 뚜렷한 사람은 본인만의 향기를 가진다.
나이가 들수록 본인만의 아우라가 있는
사람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블링한 옷차림이 멋지게 어울리는 친구가 있다. 찰랑찰랑한 머리칼의 커다란 S자 컬은 늘 탱탱하다. 화려한 외모만큼이나 당당한 입담을 뽐내는 친구는, 일도, 사랑도 열정적이다. 30대가 되어도 그녀 특유의 씩씩한 아우라를 느낄 수 있다.
대개 한결같은 한 사람의 취향과 향기는 내면의 단단함에서 만들어진다. 자신이 원하는 것, 어울리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으며 자신의 판단에 확신이 있다.
일론머스크 왈 “사람의 약점은 호감을 얻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인터뷰한 바 있다. 남이 날 좋아하든 말든 관심이 없다는 그의 확신은 오히려 그를 빛나게 한다. 확신이 있는 사람은 매력적이다. 말에 힘이 생긴다.
김종원 작가님의 “글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를 보면 글 뒤에 숨지 말라 는 챕터가 나온다. 글마저 확신이 없으면 매력이 떨어진다. 그래서인지 sns에도 “이렇게만 하세요” 식의 문구가 흔히 보인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닌가 보다.
어른들의 말을 잘 듣는 것이 미덕이던 유년 시절. 시키는 대로 순응하며 부모님의 보호 속에서 자란 나는 언제나 “중간“의 상징이나 되는 듯이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다. 튀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다만, 나를 잘 모르는 채로 흘러가는 시간 속에, 막연하게 본인의 생각이 단단한 사람들을 동경했다.
나를 믿는 힘, 자기 확신은 자신을 돌아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본인을 인정하고 충분히 알아가는 시간을 거쳐 다져진 땅 위에 성취라는 좋은 자극이 거듭되며 자기 긍정과 확신이라는 꽃이 피어난다. 그렇게 나를 알아가며 “나다운 나” 가 된다.
이것저것 좋아 보이는 것은 다 따라 해보고 예스맨으로 물개박수 치던 20대를 지나 30대 중반이 넘어가는 지금. 이제 내 취향만큼은 확실하게 안다.
나는 자연스러운 것이 좋다.
복불복 나뭇결을 가진 원목가구를 좋아하고,
주름이 자연스럽게 지는 아우터와 가방이 좋다.
~해야만 한다 식의 언급이 없는 가정생활이 좋다.
한계를 두는 것도 싫다.
빗소리나 장작 타는 소리처럼 불규칙하게 자연스러운 자연의 소리를 좋아한다.
집순이인 내가 외출이 잦아지고 만나는 사람이 많아지면 부자연스럽다.
나만의 스토리가 있는 삶은 근사하다.
행복한 청소부라는 동화책을 보면
표지판을 닦는 자신의 일을 매우 사랑하는 청소부 아저씨가 나온다. 문득 표지판에 써진 이름을 가진 인물이 어떤 일을 한 사람인지 궁금해진 청소부는 음악가에 대해 공부하고, 작가들을 알게 되며 곧 작품의 세계에도 빠진다. 소설 이야기를 하고 시를 읊고 가곡을 부르며 오페라 공연을 관람하는 청소부 아저씨는 곧 유명세를 타서 강연에 초청받기도 하지만, 곧 자신이 사랑하는 청소부 자리로 돌아온다.
단조로운 청소부 일상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울릴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는 예술과 문학이라는 취향 한 스푼이 들어오면서 의외의 조합으로 청소부 아저씨는 특별해졌다.
내 삶을 풍부하게 꾸려 나갈 수 있는 운전대는 내가 쥐고 있다. 내 고유한 가치관과 시각으로 세상을 읽어내는 단단한 사람. 나만의 향기가 있는 매력적인 어른으로 나이 들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