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by 천세민)
당신은 오늘 저녁에 무엇을 먹었는가. 당신의 식탁에는 때때로 선홍빛 핏물을 머금은, 혹은 갖가지 양념에 뒤섞여 본모습을 알기조차 힘든 고기가 오를 것이다. 굽고, 삶고, 갈고, 볶은 다양한 형태의 고기를 이용한 요리는 오늘날 수백 가지에 이른다. 그러나 그것은 몇 달, 혹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고, 콧구멍 사이로 숨을 내뿜으며, 귀를 쫑긋 열어 무언가를 듣던, ‘동물’이었다. 네 다리를 가지고 땅을 박차던, 날개를 파닥거리던, 축사 안을 세상의 전부로 알던 돼지이자 소이자 닭이자 그 밖의 존재들이었다. 어째서 동물은 고기가 되었는가. 아무도 우리에게 식탁 위 그것이 인간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생명체라고 말해주지 않았다. 우리는 이에 의문을 느껴 멜라니 조이의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를 읽으며 그 답을 찾고자 했다.
오늘날 육식주의 산업은 ‘공장식 축산’ 운영을 한다. 공장식 축산 운영이란 농장 동물의 사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축산물의 생산을 최대화하고자, 한정된 공간 안에 다수의 동물을 밀집해 사육하는 것이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수익을 내고자 하는 자본의 목표 아래서, 동물의 복지는 보장되지 않는다.
2021년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이가 발표한 ‘농장동물 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40%가 넘는 이들이 일주일에 2~3번꼴로 계란을 섭취하며, 국민의 3분의 1가량이 소와 돼지를 일주일에 한 번 먹는다. 돼지는 고기가 되어 식탁에 오르기 위해 거세를 당하고, 꼬리를 잘리고, 인간의 PTSD와 유사한 스트레스 증후군을 겪는다. 폐 질환에 걸리기 쉬운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고, 살아가는 내내 강제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한다. 소는 단백질과 지방 보충제로 만들어진 사료를 통해 인위적으로 성장 속도가 조절되고, 젖소의 경우 소젖을 만들기 위해 인공 임신을 해야 하며 출산 후에도 송아지와 바로 분리되어 정서적 트라우마가 남는다. 닭 역시 성장촉진제가 들어간 사료로 신체가 변형되며, 알을 낳을 수 없는 수평아리는 태어난 즉시 인간의 손에 죽는다. 이는 바다에 사는 수생동물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이들은 통각 수용체의 존재 혹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 등을 통해 아픔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었음에도, 상업적 고기잡이로 인한 부수어획종의 발생과 양식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오늘날의 육식주의 시스템이 굉장히 비가시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육식주의 시스템을 이루는 다양한 구성원은 지속적인 수익을 내고자 동물을 먹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정당화한다. 가끔 ‘동물 복지’라는 스티커를 단 제품들은 공장식 축산이라는 말 앞에서 멈칫하던 소비자들의 고민을 가뿐히 없애려는 듯, 자신들이 얼마나 인도적으로 동물을 사육하는지 말하고는 한다. 그러나 이러한 ‘동정적 육식주의’ 역시 육식주의의 근본 원리인 동물이 고기가 되는 과정을 인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소비자들은 어느 수준까지는 불편한 진실을 인식할 수 있으나, 동물을 고기로 만드는 폭력적인 시스템을 가시화하는 수준까지는 나아가지 못한다.
또한 동물을 먹는 행위에 있어서 사람들의 도덕적 불편함을 완화하는 정당화의 3N 법칙(normal, natural, necessary)은 전문 직업인들에 의해 옹호되며, 우리 사회 전반에 ‘육식주의 신화’를 만들어낸다. 육식주의 신화의 목표는 육식주의 시스템을 합법화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법률제도와 뉴스 미디어의 동원을 중요시한다. 법률제도는 인간을 법인격, 동물을 법적 재산으로 분류해 인간과 비인간의 구분을 공고히 하며, 뉴스 미디어는 육식주의 시스템을 비가시화하는 동시에 육식주의 신화를 정당화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뉴스 미디어의 경우 동물이 고기가 되는 과정을 의도적으로 누락시켜 동물을 먹는 이들과 동물이 고기가 되는 상황을 분리한다. 이러한 합법화 신화는 동물을 먹는 것이 ‘정상적이며’, ‘자연스럽고’, ‘필요 하며’, ‘자유의지에 따른’ 결과라며 우리를 설득한다.
그러나 ‘정상’이라는 말 안에는 ‘그것이 규범적으로 옳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으며, 이는 육식주의 시스템이라는 기존의 사회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언어적 통제 수단으로 사용된다. ‘자연화(naturalization)’를 거쳐 탄생한 ‘자연스럽다’는 말은 대부분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에 해당한다. 식용 동물에 이름이 붙여지고 인간이 먹이 사슬 꼭대기에 있으니 동물을 먹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말이 정말 인간이 본능적으로 가지는 특성 중 하나일까? 또한 동물을 먹지 않으면 생존을 이어가기 힘들고 건강이 나빠진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한 반박 자료가 존재한다. 오히려 동물성 제품은 과도한 단백질 섭취를 낳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고기를 먹는 것이 인간의 자유의지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우리 주위에 형성되어있던 육식주의 시스템을 비가시화하는 행위이다. 평생을 지속한 육식이라는 행동 양식은 동물을 섭취하는 행위에 대해 사유할 우리의 의식 자체를 차단한다. 우리는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폭력적 이데올로기의 자발적 참여자가 된다. 이때 동물을 먹는 것이 정말 우리의 ‘자유의지’가 맞을까? 현재의 육식주의 시스템 내부에서 작동되는 이러한 폭력의 형태 및 정당화 수단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고기가 아닌 ‘동물’을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이 글은 2023년 2학기 씨알 스터디팀인 '핵손해' 팀이 활동을 마무리하며 작성한 글입니다.)
[참고문헌]
멜라니 조이,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노순옥 역, 모멘토, 2021.
권광원, “공장식 축산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 비건뉴스, 2023.1.5.,
(https://www.vegannews.co.kr/news/article.html?no=14355), 2023.12.26. 열람.
김지숙, “국민 80%이상 ‘개 뜬장 사육, 1미터 목줄 금지해야”, 한겨레, 2021.9.1.,
(https://www.hani.co.kr/arti/animalpeople/human_animal/1009999.html), 2023.12.26. 열람.
김지숙, “스톨 사육 아십니까 ...국민 97.2% ‘공장식 축산’ 개선해야”, 한겨레, 2021.11.16.,
(https://www.hani.co.kr/arti/animalpeople/farm_animal/1019451.html), 2023.12.26. 열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