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전도

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

by 선사


유럽에서

- Work to live, Live to work. 살기 위해 일하느냐 일하기 위해 사느냐.

- 당연히 살기 위해 일하는 거지. 나에게 일은 그저 수단일 뿐이야.


- 스웨덴에서 개발자면 스포티파이 같은 대기업 가면 좋겠네?

- 나는 대기업 이런 거 신경 안 써. 어차피 돈 다 비슷하게 받는걸.


- 너는 왜 집을 살 생각을 안 해?

- 왜 너는 빚에 허덕이며 살고 싶어 하는 거야?


- 너는 왜 이렇게 자기 계발을 안 해? 불안하지도 않아?

- 난 내 시간을 즐기고 있어. 네가 하는 일들도 회사를 위한 거지 너 자신을 위한 게 아니잖아.


- 유럽 애들은 너무 게을러.

- 미국 사람들은 노예처럼 살아.


- 난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어. 불로소득 갖고 싶어.

- 난 가족들과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어.


- 나 지금 이거 꼭 오늘 끝내야 해.

- 그렇게 매일매일 살다 보면 넌 평생 저녁 없이 살 걸.


- 이것 봐 새벽에 배송해준대. 편리하지?

- 그것 때문에 누군가는 밤에 일해야겠네. 굳이 새벽에 받아야 해?


- 와 로봇이 햄버거 만들어준대. 쿨하다

- 누군가는 또 일자리를 잃고 있겠네


- 우리나라를 강대국으로 만들어야 해. 다시 예전의 영광을 찾아야 할 텐데.

- 왜? 굳이 왜 그래야 해? 누구를 위한 일이야?


- 올여름에 스페인으로 여행 가려고. 항공권 진짜 싸더라.

- 난 이제 기후변화 걱정돼서 비행기 웬만하면 안 타고 기차여행하려고.




한국에서

- N살에 결혼하고 N원을 모은 뒤 XX에 아파트를 구입하고 그다음에 N명 자식 낳아서 XX로 동네 옮기고 자식들 XX로 키우고 노후준비 든든히 하려면 A도 하고 B도 해야 하고 큰 병 걸릴 수 있으니까 이 보험 저 보험 들고...


- 이 직업 하려면 요즘 뭐가 필요한가요? 아 그러려면 XXX대 XX과를 가서 XXX를 공부하고 XXX에서 경력을 쌓은 뒤 N년차 즘에 XXX 직급 달면 XXX를 하고 MBA 한 다음에 XXX를 달거나 유학을 가서 XXX에서 경력 또 쌓고 돌아와서 XXX대 교수를...


- 내 인생은 끝이야. 시험에 떨어졌어. 회사에 떨어졌어. 이렇게 살면 평생 집을 살 수 없어.

이혼했어. 다신 좋은 사람과 결혼할 수 없겠지. 아이 혼자 어떻게 키우지?

사고를 당했어. 병을 얻었어. 나는 다신 일할 수 없을 거야.


- 사회 보장 제도가 잘 되어있으니까 그 나라 가서 살고 싶다

- 거기 영주권 얻는 거 진짜 어려워. 인종차별도 은근히 심해.


- 미국 가면 연봉이 진짜 높긴 높더라.

- 집세랑 물가가 살인적이야. 남는 게 하나도 없어


- 유럽 복지 국가 가서 살면 노후 걱정은 덜 하지 않을까?

- 세금이 반이야... 외국인이라 연금 받을 수나 있을까?


- 그 나라에 살면 애를 낳아도 계속 일할 수 있을 것 같아.

- 미국 회사랑 일하면 24시간 메일 확인해야 되더라. 집에 와서 애 보면서 일 한다?


- 그곳에 가면 삶이 더 나아지지 않을까?

- 세상에 유토피아는 없어




어디에서건


나는 그냥

가족들과 매일 함께 저녁을 먹고

한 주에 한 번은 외식을 가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여행을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 결혼이 아니어도

오래도록 신뢰할 수 있는 삶의 동반자를 만나

같은 방향을 보며 함께 나아가고

걱정은 나누고 행복은 배로 만들며 살고 싶어


그 아파트가 아니어도

그저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면서

아침에 햇살이 들어와 자연스럽게 잠에서 깰 수 있고

공간마다 각각 원하는 용도를 둘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쾌적한 집에서 살고 싶어


그 동네가 아니어도

길에 나무가 많고 근처에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이 있고

문화시설도 좀 있고 연락하면 나올 동네 친구도 있고

단골이 될 수 있는 식당이나 가게도 있는 곳에서 살면 좋겠어


그 회사가 아니어도

존경할 수 있는 동료들과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


그 나라가 아니어도

밤거리를 안전하게 거닐 수 있는 곳에서

병에 걸리고 일자리를 잃어도 먹고 살 걱정을 하지 않고

표현의 자유를 누리고 인권의식이 높은 곳에서

자연환경 만끽하며 살고 싶어


100살까지 살지 않아도

내가 내 몸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는 나이까지

마음 건강하게 살고 싶어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는 남들이 말하는 그 방식으로

사회가 만들어낸 그 계층으로

내가 살고 싶었던 삶에서 계속 멀어져 가




이제 나라는 상관이 없다.


내가 원하는 삶만 만들어갈 수 있다면.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될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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