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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상 Dec 29. 2021

대전 · 공주, 닮은 두 짬뽕집 이야기

'동해원' 이라는 같은 이름의 두 전국구 짬뽕집 이야기

소위 '전국 4대 짬뽕', '전국 5대 짬뽕'이라는 이 있다. 어느 블로거가 개인적으로 정한 것이 유명세를 탄 것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공신력은 전혀 없지만 입에 입을 타고 유명해져 많은 이들 사이에 공유가 되고, 일부 중식당들의 마케팅을 위한 수사가 되기도 했다. 선정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평택 영빈루, 강릉 교동반점, 군산 복성루 등등이 자주 거론되는데, 그들과 함께 충청지역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이 공주 동해원이다. 공주 동해원은 돼지고기 육수 바탕의 진한 짬뽕으로 유명세에 걸맞은 훌륭한 맛을 내주는 식당이다.


그런데, 대전에 같은 이름의 식당이 또 있다. 대전 동해원이다. 게다가 공주 동해원처럼 주말 점심이 되면 가게 앞에 줄을 설 정도로 인기 있는 식당이다. 동해원이라는 이름만 보면 공주 동해원의 분점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대전 동해원의 짬뽕을 먹어보면 공주 동해원과는 상당히 결이 다른 맛이 난다. 즉, 같은 가게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주 동해원대전 동해원, 이 30분 거리에 있는 두 식당은 어떤 관계이고 어떻게 다를까? 11년째 대전 동해원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출석도장을 찍는 필자가 직접 묻고 정리해보았다.


같은 뿌리에서 나뉜 두 동해원


오랜 시간 대전 동해원을 지켜오신 할머님께 여쭤본 결과, 공주 동해원의 사장님이 할머님의 시동생이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즉, 공주 동해원 사장님은 대전 동해원 사장님의 작은 아버지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인터뷰를 보면 대전 동해원 사장님은 어릴 때부터 종종 작은 아버지의 가게 일을 도우면서 일을 배웠고, 독립하여 대전에서 자신의 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정리하면, 대전 동해원은 원조 공주 동해원이 직접 운영하는 분점은 아니지만, 가업을 배운 조카가 독립하여 차린 가게라고 할 수 있다. 만약, 공주 동해원 사장님의 자녀분이 가업을 잇는다면 두 가게는 사촌 관계가 되는 셈이다.

공주의 노포 중식당들은 충격적으로 영업시간이 짧다. <출처: 기므지우 작가님 - 트위터 @Jiwoo_webtoon>

공주 동해원에서 독립해 나온 만큼, 대전과 공주의 두 가게는 닮은 점이 많다. 첫째로 영업시간이다. 소학동의 동해원, 중동의 진흥각 등 공주의 노포 중식당들은 오전 11시~오후 2,3시 정도로 매우 영업시간이 짧다. 그래서 저녁으로 든든히 먹고자 한 외지인에게 충격을 선사하고는 한다. 대전 동해원도 오후 3시까지만 영업을 하는 것을 통해 뿌리가 공주에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두 번째는 물론 맛에 있다. 대부분의 짬뽕들은 해물이나 닭 육수에 스톡, 미원 등으로 감칠맛을 보강한다. 그와 달리, 두 동해원은 돼지고기를 바탕으로 깊게 우려낸 육수를 낸다. 이 돼지고기 육수는 짬뽕이 가격경쟁에 치이기 전, '옛날 고기짬뽕'의 풍부한 맛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맛을 지금껏 유지하고 있는 것이 두 동해원이 오랜 시간에 걸쳐 사랑받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두 동해원이 같은 맛을 내는 가게였다면, 이 글이 쓰일 일도 없었을 것이다. 돼지고기 육수의 깊은 맛을 두 동해원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발전시켰다. 두 가게를 서로 다르게 만드는 점은 무엇일까?


1. 공주 동해원

진한 육수 위에 얹어진 매콤 칼칼한 맛
공주 동해원의 짬뽕(좌)과 짜장면(우) <출처: 본인>

공주 동해원은 공주 원도심에서 차로 5분 정도 거리인 소학동에 위치하고 있다. 70년대 개업 후, 약 5~10년 전까지는 공주 시내에 있었다고 하는데, 재개발로 인하여 현재의 위치로 이사했다고 한다. 언제 방문하던,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차들과, 문 앞에서 대기 중인 인파들을 통해 이곳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짬뽕은 진한 빨간색을 띤 국물에 제면기로 뽑은 면이 들어있고, 그 위에 돼지고기, 오징어, 부추, 양파, 양배추 등의 고명이 올라가 있는 구성이다. 국물은 돼지고기 향이 진하게 나는 깊은 맛의 육수 위에 후추와 고춧가루의 자극적인 맛이 더해져 있다. 체인점으로도 꽤 유명한 '강릉 교동짬뽕'의 후추에서 나오는 매콤함과 비슷한데, 돼지고기 육수와 자극적인 향신료가 더해져 독특한 맛을 내어준다. '짬뽕은 모름지기 매워야지'라고 생각하는 분이라면, 풍부한 감칠맛과 자극적인 맛이 모두 만족스러울 것이다. 면은 평범한 중화면이고, 고명은 전반적으로 잘 볶아져 올라가 있어 흠잡을 부분이 없다.


짬뽕으로 유명한 가게지만, 짜장도 역시 판매하는데 기본에 충실한 맛이다. 다만 손짜장도 아니고, 큰 특색은 없으므로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방문하는 단골이 아닌 여행객이라면 짬뽕을 우선적으로 드시는 것을 추천한다. 탕수육도 판매하는데 특별한 정도의 탕수육은 아니지만, 짬뽕과 함께 먹기에 부족함이 없다. 정리하면, 매콤하면서 깊은 맛의 짬뽕을 선호하는 분이라면 강하게 추천할 수 있는 짬뽕이다. 야외에서 20명이 넘는 대기열을 이겨낼 수 있는 인내심이 있다면, 공주를 지나갈 때 한 번쯤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위치

영업시간: 월~토 11:00~13:00

주요메뉴: 짬뽕 8,000원, 짜장 7,000원, 탕수육(소) 14,000원

특이사항: 점심시간 긴 대기열. 야외에서 대기해야 함.


2. 대전 동해원

야채의 달큰함과 돼지고기 육수의 깊은 맛이 어우러진 시원한 맛
대전 동해원의 짬뽕(좌)과 짜장면(우) <출처: 본인>

대전 동해원은 충남대학교 대학가인 유성구 궁동에 위치하고 있다. 가정집을 식당으로 사용할 수 있게 내부를 개조한 식당이라 첫 방문 때는 조금 찾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주말 점심시간에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 공주 동해원보다는 짧지만 10명 가까운 대기열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코로나19 시국에서 장기간 영업 중단을 했었기에 이전보다는 대기하는 손님이 줄었다.


대전 동해원의 짬뽕은 밝은 주황빛의 국물에 제면기로 뽑은 면이 들어있고, 그 위에 돼지고기, 부추, 양파, 양배추의 고명이 올라가 있는 구성이다. 공주 동해원과 이곳의 차이는 바로 국물에 있다. 대전 동해원 짬뽕의 국물은 공주 동해원보다 양파와 양배추가 더 많이 들어가 있고, 후추와 고춧가루는 적게 들어가 있다. 후추향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그렇기에 양파와 양배추에서 우러난 단맛이 강하게 느껴지는데, 이 것이 돼지고기 육수와 어우러져서 달큰하고 부드러우면서 시원한 맛을 내어준다. 


때문에 공주 동해원 짬뽕이 자극적인 맛을 원하는 이에게 맞았다면, 대전 동해원의 짬뽕은 부드러우면서 깊은 맛을 원하는 이에게 더욱 어울린다. 또 이러한 국물 맛은 짬뽕밥에서 극대화되는데, 자극적인 맛 없이 마치 국밥처럼 밥과 어우러져 시원하게 한 그릇을 다 비울 수 있다. 일례로 필자와 함께 다니는 지인은 항상 짬뽕밥을 시킨다. 면 역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제면기로 뽑은 면이라는 점은 같지만, 반죽의 비율이 다른지 좀 더 탱탱한 식감이어서 씹는 맛이 좋다. 고명으로 잘게 썰어 올라간 돼지고기 역시 푸짐해서 국밥으로 먹어도, 면으로 먹어도 모두 훌륭하다. 물론 짬뽕 하나를 주문하고, 따로 공기밥을 시켜 말아 또 먹어도 좋다.


공주 동해원과 마찬가지로 짜장도 함께 판매하는데, 감자가 들어간 예전 스타일의 녹말이 들어간 짜장이다. 짜장과 탱탱한 면이 잘 어우러져 먹기가 좋다. 다만, 자주 방문할 일이 없다면 짬뽕이나 짬뽕밥 쪽을 더 권한다. 탕수육은 약 5년 정도 전까지는 판매하였으나, 주방을 혼자 운영하시다 보니 어려운 점이 있어 현재는 판매하지 않는다. 주택가에 있어 주차에 다소 난점이 있는데, 가까운 곳에 있는 궁동 공영주차장이 매우 주차비가 싸니 추천한다.


위치

영업시간: 월~금 11:00~15:00, 토요일은 16시까지 영업

주요메뉴: 짬뽕•짬뽕밥 8,000원, 짜장 6,000원

특이사항: 부정기적인 휴무가 많으니 미리 전화 추천. 주차는 궁동 공영주차장 추천.


마치며

인터넷에서 두 동해원에 대한 리뷰를 찾아보면, 긍정적인 평도 못지않게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이 많다. 그만큼이나 두 곳의 짬뽕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간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흔치 않은 두 가게의 닮은 점과 각각의 개성을 비교하면서 먹어보는 것은 여러분에게 충분히 색다른 경험으로 다가올 것이다. 물론 그 사이 보게 될 공주와 대전의 볼거리들은 좋은 반찬이 되어줄 것이다.


덧붙임: 그림의 전재를 허락해주신 기므지우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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