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망스러운 바람

화재를 확산 시키는 바람

by 배니할

서문
바람은 늘 같은 얼굴로 오지 않습니다.
바람은 식물을 자라게 하고, 환경의 순환을 가져오는
순기능이 있는가 하면,
때로는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재앙으로 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요즘 수년간 겨울 건조기에 산불을 번지게 하는
그런 위험스러운 바람때문에 모두 긴장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에 그동안 써두었던 바람에 관한 글을 모아 연재합니다.



1.원망스러운 바람


찬바람이 불면 추위보다 바람때문에 걱정이 앞선다.
해마다 산불이 많이 나기 때문이다.
수년동안 겨울에서 봄사이 동해안을 비롯 강원,경북내륙지방에 많은 피해를 냈다.


차를 타고 지나다 보면 도로 옆의 나무들이
새까맣게 그을은 모습으로 서있어 안타깝다.


소방 헬리콥터와 수많은 손이 불길을 붙잡아도,
돌아서면 바람은 불씨를 날려
이 산, 저 산으로 옮긴다.


올해의 바람도 추위와 더불어 거셌다.
바짝 마른 낙엽을 휘몰아치며
마치
누군가 던져 줄 불씨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아
바람에게 대한 원망이 절로 나왔다.


내 마음속 원성을 들은 바람이
변명하듯 말한다.


“불은 사람이 내고
왜 나만 미워하느냐?
나도 사랑받고 싶다.
일 년 만에 왔는데
이렇게 미움받으니 억울하다.”


나는 반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네가 불씨를 날려
숲을 잿더미로 만들지 않았느냐
이리저리 옮기지만 않았어도
불길은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집과 전 재산을 잃은
수많은 이재민
그들의 고통을 모르는 체 할 것이냐”


바람은 잠시 머쓱해 하며 말한다.


“그건 미안하다.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
건조한 날씨 때문에 나도 조바심이 난다.
곧 친구 비와 함께 우수에 다시 오겠다.


그러니 제발 조심좀 해달라
산 주변에서 불씨를 만들지 말고,
담배꽁초를 함부로 던지지 말고
불조심만 해 준다면
더는 원망하지 않겠다”


툴툴거리며 떠나는
바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망연자실한 이재민들의 얼굴을 떠올린다.


삶의 터전을 잃은
그들의 한숨이
바람의 뒤통수를 때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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