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대리 : 아.... 식판밥 지겨워요. 다른 거 먹을까요? (밥 먹을 때 이랬다 저랬다 하는 편)
매일 데자뷔를 보는 것처럼 반복 되는 이 대화가 우리팀 주요 대화다. 가장 손가락이 바삐 움직이는 시간. 점심 메뉴를 고르는 것에 투혼을 다한다. 어떤 업무보다 엄중하다. 함바집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근처 식상한 식당의 메뉴들이 오고 간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돈까스, 김밥, 제육볶음, 칼국수 등 특별할 것 없는 메뉴 중에서 무엇을 먹을지 특별하게 골라보고 싶은 직장인의 마음. 우리는 또 그렇게 신중하게 점심메뉴를 골라본다. 11시반이면 사무실 형광등은 다 꺼지고 사람들은 우르르 빠져나가 식당으로 쏟아져 내린다. 도착한 식당에서 무심하게 인당 6천원을 결재하고 식판에 밥을 푼다. 좋아하는 반찬을 담는다. 자리에 앉아 어제 회식하던 이야기며 회사 누구의 험담 등 시덥잖은 이야기가 오간다.
우리 아빠는 묵묵히 한 직장을 30년 넘게 다니신 분이다. 지금은 정년퇴직을 하셨고 삼식이를 넘어 중간중간 간식까지 챙기는 간 큰 남자다. 아침을 드시고 간식으로 빵을 드시고도 점심 때만 되면 배가 고프다고 하시는 아빠를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어쩜 저렇게 식사 시간을 정확하게 챙기실까. 특히 점심!
어느 덧 나도 직장인 12년차.
파블로프의 개처럼 늘 정해진 시간이면 배가 고프고, 점심 메뉴는 지상 최대의 고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