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Workingmom B
Apr 17. 2023
<섬집아기>라는 노래를 어릴 적부터 참 좋아했다. 웬지 모를 서글픈 멜로디가 아름다우면서 슬프다는 생각을 했다. 유난히 이 노래가 슬펐던 것은 나의 미래 예언이기 때문이었을까. <섬집아기>가 워킹맘의 애환을 그린 노동요로 들리기 시작한 것은 아이를 낳고 난 이후였다. 그저 아름답던 노래가 나의 이야기가 되니 더 서글프게 들린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 잠이 듭니다
1절은 엄마를 위한 동화 같은 가사다. 많은 엄마들은 안다. 요즘 아이들은 그냥 혼자 남아 집을 보지 않는다. 혼자서 잠들 일 또한 없다. 아이가 파도 소리를 들으며 고요히 잠드는 모습은 엄마들을 위한 동화 같은 이야기다. 동화 속 말을 탄 왕자님보다 더 매력적인 이야기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 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 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 옵니다
2절은 현실적이다. 일을 마친 엄마는 아기를 향해 뛴다. 나도 노랫말 속 엄마처럼 퇴근 후에는 달리기 선수가 된다. 아이에게 가는 길은 항상 늦은 약속길이다. 아이가 기다린다는 이유만으로도 마음은 한창 분주해진다. 아이를 낳고 느슨해진 육신이 가장 긴장하는 시간이다.
휴직을 끝내고 복직을 하며 다시 뛰기 시작했다. 머리도 마음도 바쁜 워킹맘의 세계로 다시 뛰어들었다. 남들은 휴직을 하니 글을 쓰고 싶어 일기를 쓴다는데 특이하게도 복직을 하니 글을 더 쓰고 싶어진다. 나의 치열하고 열심인 하루들을 기록해두고 싶어진다. 인생은 어차피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오늘 하루는 열심히 살아내고자 하는 소박한 워킹맘의 일상을 기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