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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율 Nov 10. 2023

밀란 쿤데라,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농담' 같은 사랑, 그 짙은 가벼움

장작의 내 맘대로 리뷰


평점:⭐️⭐️⭐️⭐️⭐️(5/5)


한줄평: “평생 이 책을 다시 읽을 때마다 다른 책을 읽는 기분을 느낄 것이다”



#5. 다섯 번째 장작


밀란 쿤데라,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민음사/ 이재룡 옮김


“슬픔은 형식이었고, 행복이 내용이었다. 행복은 슬픔의 공간을 채웠다.” – pg.506



#1. 제목



체코 원제로는 <L’insoutenable légèreté de l’être>


영어로는 <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직역하면, “존재의 참을 수 없는(견딜 수 없는) 가벼움”이다.



그런데 왜 한국 출판본 제목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일까? 후문에는 한국 편집자께서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제목을 고집하셨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독자들에게는 훨씬 친절한 제목일 것이라 생각된다.



제목을 보고 독자가 책을 선택하려면 직관적인 면이 굉장히 중요할 것이다. 마치 첫인상이라 해야 할까? 첫인상부터 어려운 사람 혹은 별난 사람이라 생각되면 다가가기 힘들다. 책도 마찬가지다. “참을 수 없는 존재” 가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보다 나은 이유는 전자가 후자보다 직관적으로 상상이 가능하며 보다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원제의 느낌을 번역본이 완벽히 대체하기란 어렵다고 생각한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는 것이 결론!



개인 선호도: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2. 표지



민음사에서 세 가지 버전으로 출시되었다.



프란시스 파카비야 <열대>


르네 마그리트 <중산모자를 쓴 남자>


밀란 쿤데라 본인 일러스트



그중 나는 프란시스 파카비야 <열대>가 인쇄되어 있는 책을 골랐다. 찾아보니 현지 말로는 ‘괴로운’, ‘격정에 찬’, ‘열렬한’, ‘고통스러운’, ‘아름다운’, ‘관능적인’이라는 의미들 또한 내포하고 있다.

다 읽고 나서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의미가 더 와닿았던 것 같다.



초록색 표지도 소설의 역사적 배경인 ‘프라하의 봄’에서 ‘봄’의 이미지와 맞닿아 있어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자유’, ‘가벼움’의 느낌을 주기 위해 하늘색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 같다!)



#3. 내용



보석 같은 사유와 문장들이 넘쳐 난다!



요약: 인생에서 ‘사랑’을 가볍게 여기는 두 존재(토마시와 사비나) 그리고 무겁게 여기는 두 존재(프란츠와 테레자)가 서로 얽히며 ‘사랑’에 있어 서로 ‘이해받지 못하는 말들’이 발생한다. 이에 두 커플의 갈등 그리고 상반된 말로까지의 과정이 등장하며 그들이 왜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는지, 그래서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그들 스스로 깨닫는다.



재밌는 건 쿤데라가 책의 곳곳에 리딩 가이드를 숨겨놓았다는 점이다.



key1. <첫 장>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과 파르메디스의 질문(무엇이 긍정적인 것인가? 무거운 것인가? 가벼운 것인가?)에 대해 밀란 쿤데라는 이렇게 답한다.



“오직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모든 모순 중에서 무거운 것- 가벼운 것의 모순이 가장 아름답고 미묘하다.”



필자는 이것을 “쿤데라의 경고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를 읽을 때 절대 문제의 경중을 따지지 마시오.”



‘농담’을 예로 들 수 있다.

농담에는 우스꽝스러운 가벼움도 있지만, 동시에 어두운 현실을 풍자하는 무거움도 존재한다.



놀라운 사실은 모든 모순적인 개념 중에서 “가벼움”과 “무거움”만이 공존이 가능한 개념인 것이다.

 때문에 쿤데라는 이 모순이 옳고 그름이 아니라 모순이 공존한다는 그 순수한 사실을 깨닫는 것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우리 인간들은 신체적 조건으로만 봤을 때 지구상에 약한 존재에 해당하기에 모든 것을 항상 이분법적 사고로 세상을 판단하려 한다. 그래야 확실해지고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은 흑백논리로 나눠질 만큼 간단하지 않다. 그것이 세상에 회색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key2. <목차의 구성>



3부를 대칭 축으로 1부, 2부와 4부, 5부의 제목이 동일하다. 공교롭게도 3부의 제목은 “이해받지 못한 말들”이다. 문제에 대한 해답은 6부를 넘어 마지막 7부 카레닌의 미소에서 깨닫게 된다. 그것이 밀란 쿤데라가 본인의 일러스트에 카레닌을 그려 놓은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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