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절대 쓰지 못하는 글을 찾기 위한 여정, 시작합니다. (1)
컴퓨터 타자 300타
컴활 자격증 2급 딸랑 하나
코딩 노베이스
저는 AI에 관심이 생겨버린 컴맹입니다. 더 비극적인 사실은요. 학교에서는 국어국문과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아아, 김건모 씨의 "잘못된 만남"이라는 제목이 떠오릅니다…그리고 부모님께서 Self로 이마를 치시는 모습이 눈앞에 선명합니다.
이것이 끝이면 좋겠다만.. 시작에 불과합니다.. 만 나이 28세, 저는 이제 학교에서 암모나이트를 넘어 선 암모나이트 영혼이 되었습니다. ( 불행히도 교수님들은 아직까지 제가 보이시는 것 같습니다. 정말 안타깝습니다.)
주위에서는 이제 하나 둘 취업 성공 소식이 들려오고, 심지어 결혼했다는 소식까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저는 터덜터덜 무거운 발걸음을 집으로 옮기며 거울에 비친 제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너..진짜 후회 안 하냐?"
"응!"
이라고 대답할 거 알고 있었지만 그냥 물어본 겁니다. 사실 제 자아의 기행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학창 시절에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글쓰기 대회 나간 기억이 납니다. 그때, 말도 안 하고 집을 나가서 대회 전날 친구집에서 하룻밤 묵고 돌아와 크게 혼이 났습니다.
20살에는 전혀 관계없는 이과생이 되었지만, 어릴 적부터 "나는 글로 먹고살 거다"라는 꿈을 포기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교수님께서 “아직 젊으니 포기하지 말라”는 말씀에 자퇴를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군대에 들어가 훈련이 끝나면 밤낮으로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지금은 제가 좋아하는 학교, 사랑하는 학과에 합격하여 글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입학할 당시 저는 '이제 됐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찾으면 되는 거야!'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당황스럽게도 시, 소설, 극, 장르문학, 비평 모두 단 하나도 빠짐없이 재미없는 게 없었습니다. 제 작품에 대한 평가를 조합해보았을때도 못 쓰는 분야도, 그렇다고 눈에 띄게 잘 쓰는 분야도 없었습니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떤 글을 쓰고 싶은 것일까? 정체성에 혼란이 왔습니다.
그때, 등장한 녀석이 바로 Chat GPT!!!
"일본 SF 호시 신이치상 수상작, Chat GPT가 저자?!"
"Chat GPT, 글 쓰는 직업 사라질까?"
대낮부터 이 소식을 접한 저는 식은땀이 나고 심장이 철렁 내려 앉았습니다.
이제 어떡하지? 공원 벤치, 찬 바람, 나뒹구는 캔들, 그리고 나...
그러나,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해 보니 정말 괘씸해 죽겠습니다.
감히 차가운 금속에서 돌아가는 AI주제에 어언 28년 글 쓰고 싶다는 일념으로 살아온 불타는 심장에 감히 도전장을 내밀다니!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1. 어디 얼마나 잘 쓰나 보자
2. 어디까지 쓰나 보자
3. 절대 쓰지 못하는 글을 찾아보자
이 세 가지를 알아내고 그래서 AI가 절대 할 수 없는, 인간만이 할 수 있을 것 같은 말로 이뤄진 문학작품을 꼭 써보고 싶다.라는 새로운 인생의 목표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런 언어들을 꾸준히 공부하면서, 국립국어원 언어정보과를 가서 말뭉치 구축 및 연구를 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진짜 어찌 보면 무모하고 철없는 결정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늦은 나이에, 레퍼런스도 없고, 새로운 분야에다가, 분야의 최고 전문가도 없이 모두가 동등한 출반선에 있어 스스로 공부하며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여태까지의 제 인생은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볼 때까지 포기란 없었습니다. 수많은 반대가 있었고, 위기가 있었고, 외로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해냈습니다.
최선을 다하면 이뤄진다고 했나요? GPT를 안지 이제 1년, 저는 AI 쪽으로 좋은 인연을 만나 연구를 진행했고 벌써 유의미한 결과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GPT와 같은 다양한 LLM들을 기반으로 한 이미지 생성 AI 프롬프트 작성법을 국어국문학적인 관점으로 분석하여 학사 졸업 논문으로 제출하였습니다.
또한, "이제는 인간의 언어가 곧 컴퓨터의 언어에 쓰이게 될 것이다"라는 믿음하에 전공 지식을 접목한 프롬프트 작성법을 프로그래머 분과 협력하여 원고를 작성하였습니다. 그 결과 공동저자로 작가로서 첫 책을 출판사와 계약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감사하게도 대학생 디지털 교육 강사로 선발되어 초, 중, 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나가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게 불과 1년 전까지 허상이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도 손에 잡히는 뚜렷한 결과란 많지 않습니다. 아직 책도 나오지 않았고, 강사 활동도 이제 막 시작해서 다니는 중입니다. 따라서 저는 앞으로 흔들리지 않기 위해 이 길을 잘 걸어가고 있는지, 아닌지 계속해서 제가 걷는 길을 여기 이곳에 기록하고, 확인하고, 되새기며 걸어갈 것입니다. 그러니 쓴소리, 단소리 다 좋으니 많은 인생 선배님들의 조언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이게 한 낮 일장춘몽으로 끝날 수 있고 아니면 정말 큰 시작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훗날 제가 이 글을 다시 봤을 때 제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럼 이제 AI가 쓸 수 없는 글을 찾기 위한 여정,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