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시험을 보고나면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한숨 쉬고 무엇 할 겨를도 없이, 노트북을 챙겨 강의실을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군대를 갔다오면서 손 놓은 지도 2년이 되었고, 학교 수업을 듣다가 계절학기를 시작한 것도 아니고 2년 짜리 군휴학 중 계절학기를 듣는 것이니 받아들이는 것도 쌩쌩하게 들어가진 않을 것이라 각오했었다.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재수 시절의 노력보다 곱절의 노력을 해야하는 것도 알고있다.
그럼에도 시험이라는 것에서 느껴지는 좌절감은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
이런 것으로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힘들고 기 빠지지만 잘 딛고 일어설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시험을 끝마치고 방에 돌아와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다음 날, 흩어진 정신을 겨우 모아 시험 문제를 보며 다시 풀었다.
멘탈이 쉽게 돌아오진 않는다.
아무 목표도 없이 옷과 가방을 들쳐매고 밖으로 향한다.
사람들은 걸어 다니고
버스는 움직이고
식당은 요리를 하고 있다.
카페에선 커피를 내리고
PC방에서는 게임을 하고
빵집에선 빵을 굽고 있다.
그래, 다 그렇게 사는 곳이다.
사는 곳이라고.
그렇게
세상의 다양한 구석구석
사소한 생동감에서
그들의 생기를 조금씩 받아서 나를 채운다.
그리고 다음 날 수업을 갔다.
교수님께서 그러셨다.
원래 처음엔 다 못해. 살아보니까, 99.9의 사람들은 다 거기서 거기고, 한 끝 차이야. 학생이라는 테두리 안에 있을 때 실패하고 못해보고 그 경험 삼아 더 열심히 해봐.
그래, 해야지.
#스물셋의글감 #24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