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의 의미

[명사] 밤의 경치

by HOON
야경은
선명하게, 또렷하게 보일 때보다
조금 흐린, 흐트러진 모양이 더 아름답다.
핀이 나간, 초점이 나간 장면이
선명할 때보다 아름다울 때가 있는 것이다.




나는 야경을 보고 있으면 꼭 안경을 벗는다. 안경을 벗게 되면 좋지 않은 시력 덕분에 불빛들이 흐려진다. 불빛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흐릿하게 보인다. 마치 카메라의 초점이 나간 듯한 장면이 내 눈에 그려지게 된다. 그렇게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 장면만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이곳이 야경 명소라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에 내가 있다는 그것만을 느끼고 마음에 담는다.


가장 화려한 곳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저곳이 도로이고, 자동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1시간 전, 나는 버스를 타고 오면서 왜 이렇게 차가 많냐고 불평을 했었다. "이런 차들만 없어도 내가 30분은 빠르게 도착할 수 있을 텐데." 그런데, 그 자동차들이 가장 아름답고 화려하게 불빛을 내고 있었다. 내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 것들이, 나에게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들이 생각지도 못하게 나에게 다가오는구나. 무거운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나에게 흐릿해서 아름다웠던 기억은 많지 않다. 그래서 난 야경을 보러 갈 때면 꼭 안경을 벗는다. 야경을 볼 때만큼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옆의 소매치기는 조금 더 조심해야지.



아침부터 열심히 걸어 다니며 야경까지 보고 나니 다리에 힘이 없다. 숙소로 돌아가려면 가까운 메트로 역에서 1시간 30분은 가야 하는데, 메트로 역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이 어딘지도 모른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는 곳을 헤매다 경찰관을 만났다. 버스를 어디서 타냐고 물어보자 귀찮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툭 알려 준다. 너무 무뚝뚝한 아저씨인 같다고 생각하며 길을 따라 걸었다. 무뚝뚝해도 경찰관의 말을 믿고 따라가면 결과는 항상 좋았다. 힘겹게 도착한 메트로 역에서도 순탄하진 않았다. 이번엔 방향을 잡지 못했다. 숙소 방향으로 가는 역은 표지판에 적혀있는 게 똑같았는데, 표지판을 아무리 둘러봐도 없는 것이다. 열여섯의 키 작은 동양인 꼬마가 당황하고 있는 게 너무 티가 났는지 대학생으로 보이는 형이 도움을 준다. 가는 방향과 한 번에 가는 버스 번호를 알려 준다. 그것으로 부족했는지 내가 버스에 타는 것까지 확인하고 자신의 길을 간다.


버스 안, 영화 Begin Again의 OST인 "A Step You Can't Take Back"을 반복 재생으로 들으면서 돌아갔다. 수많은 자동차와 무뚝뚝한 경찰관, 버스를 탄 순간에도 기다려준 형을 다시 지나쳐간다. 한 방울 흘린 눈물을 닦아내고 나서야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So you find yourself at the subway,
with your world in a bag by your side."

"그래, 정신을 차려보니 이 지하철에 있다는 걸 알았구나. 모든 것을 네 옆의 가방에 넣어둔 채."


#16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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