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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DY Nov 16. 2022

슈가, 캔디, 스노위 미안해

관심 가져주지 않아서...

관심 : 어떤 것에 마음이 끌려 주의를 기울임. 또는 그런 마음이나 주의


딸아이가 어릴 때부터 강아지를 사달라고 한 것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강아지 인형으로 대신했었다. 정말 살아있는 강아지 같이 생긴 인형부터 원숭이같이 생긴 강아지 모양까지  강아지 인형만 해도 집에 수십 마리가 넘어서 미니멀을 외치나 나는 점점 미니멀과 멀어졌다. 그러기를 몇 해를 반복하다가  동물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딸이 해가 가면 갈수록 더 심하게 강아지를 가지고 싶어 했다. 그 당시  코로나로 인해 강아지 구하는 것도 힘들뿐더러 가격도 몇 배씩 오르고 있었고 워킹맘으로 강아지를 케어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에 대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표현하고자 남편은 우리에서 키울 수 있는 새를 입양하기로 했다.. 나는 반대하고 싶었지만 이미 남편이 딸에게 항복하고 타협을 본 것이었기에 나는 관리하는 것에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고 결국에 입양을 했다.


평소에 그다지 새를 좋아하지 않았기에 새가 이쁜지 몰랐다. 그리고 오래전 호주에 처음 와서 이른 아침 까마귀 소리에 잠을 설쳤기에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다. 게다가 한참 아엘츠 영어시험 준비로 돌 지난 아이를 잠시 떼놓고 고 도서관에 공부하러 몇 개월 다녔다. 시간이 부족한지라 점심시간에 샌드위치 한 조각을 건물 밖에서 빨리 먹고 들어와야 하는 상황이어서 샌드위치를 먹으려고 도시락을 여는 순간 닭같이 생긴 비둘긴지 갈매기인지 새가  날아와 순식간에 내 하나밖에 없는 샌드위치를 잽싸게 가지고 갔다. 어찌나 화가 나던지 그때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시험공부 리듬이 끊어질까 봐 하던 공부를 조금이라도 더하다가 나온 상태라 배는 엄청 고픈 상태였고 도서관은 좀 떨어진 곳이라 음식을 사러가기도 멀고 도서관 1층에 있는 커피숍에서 쿠키 따위를 사 먹을 여유도 없었다.  그 이후로 난 새를 싫어했다. 새만 보면 그 생각이 났다.


남편이랑 딸아이가 입양해온 새는 생각보다 색이 너무 이뻤다. 옷을 사도 저렇게 이쁜 색은 살 수가 없겠구나 자연의 색은 참 신비롭다고 생각했다. 작은 새가 노래하는 소리도 이뻤다. 닭같이 생긴 내 샌드위치를 낚아채간 그 새와는 정말 달랐다. 하지만 나는 새 관리가 한번 내가 시작하면 내일이 될 것 같아 정확히 말했다. "나는 새 관리를 못하니 두 분이서 알아서 잘 관리하시오"라고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3년 이상 새와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주로 뒷마당에서 키우지만 날씨가 40도 이상이 되는 날이면 집안에 우리를 들려놓기도 하고 심하게 비바람 치거나 추운 날이면 세탁실 앞에 두기도 했다. 모이를 주다가 열린 틈 사이로 날아간 새가 2마리 아파서 죽은 새가 1마리 그래서 새로 입양하고 마지막 남은 새가 슈가, 캔디, 스노위다. 조용하다가도 배가 고프면 짖어서 모이를 달라고 한다. 그러면 난 그냥 "새 배고프단다 밥 줘라." 말로만 한다.


그런데..


한국을 5주 다녀오고 딸아이가 새를 보더니 새가 발이 이상하다고 하는 게 아닌가. 셋다 발이 상처가 있고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딸이 새장에 붙어서 엄청 우는 게 아닌가.... 상태는 심각해 보이지 않았는데 우리 생각은 서로가 다투다가 상쳐를 입었나 보다 하고 생각을 했다. 그러고 며칠 후..


셋 중 제일 작고 어린 스노위가 새장 제일 아래에 있는 게 아닌가..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이 멀리서 새장 아래에 있는 스노위 죽었나? 하고 달려가더니 소리를 질렀다.

나쁜 거대한 쥐가 와서 스노위 다리를 어택 한 것이다. 그렇게 며칠을 왔다 갔다 했던 것인데 그 현장을 남편이 목격한 것이다. 스노위와 슈가가 어택을 심하게 받아서 발을 사용 못하고 부리로 이동하고 있다. 첫날 죽을 줄로만 알았는데 다행히 자리로 옮겨주고 먹이와 물을 잘 관리해주고 하니 3주가 지나고 힘을 내고 있다.  


그 사건을 겪고 집안 식구들 전체가 너무 상처가 컸다. 잘 관리해주고 눈여겨보지 않았던 가족 모두 자책하기 시작했다. 사실은 내가 빨래 널고 뒷마당 나무에 물도 주고 잡초도 뽑고 자주 나가는 사람인데도 새장을 유심 있게 보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조금만 시선을 돌렸다면... 새장을 다른 곳으로 옮겨주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새장 모이를 얻어먹으려는 동네 다른 새들과 밤에는 우리도 예상 못한 폭격을 당해도 화가 풀리지 않을 그 나쁜 놈들이 우리 새를 어택 했다니... 

그 후로 가든에 꼭 고통받고 죽도록 그들을 위한 독한사약을 뿌려놨다. 

약 먹고 놀란 것들이 돌아다닐까 봐 무서워서 뒷마당을 못 나가는 일이 생기긴 했지만 꼭 다 쳐단 해야 한다.

심정은 찢어죽이고 말려죽이고 싶었지만 보기도 싫었다.



새들은 어택을 심하게 받아서 인지 조그만 소리에도 잘 놀래서 모이 주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그리고 늘 옹기종기 모여서 모이도 같이 먹고 노래도 부르던 아이들이 각자 소셜 디스턴스를 유지하고 따로 앉아있다. 다행히.... 지금은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다. 오늘은 힘이 많이 생겼는지 한층 위 나무 바에 올라가 있었다. 

새장 근처를 지날 때마다 미안해서 눈도 잘 못 마주치고 지나간다.


관심 가져주지 못해서 미안해.

보호해 주지 못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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