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반만 일한다.
말 그대로다. 정해져 있는 대한민국 근로자의 통상적인 근무시간은 주 40시간. 나는 그 절반인 주 20시간만 일한다.
프리랜서가 아니다. 비정규직 근로자도 아니다. 회사에서 꼬박꼬박 월급 받는 정규 근로자다.
그래서 주 20시간만 일한다고 해서 잘리거나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 염려는 하지 않는다.
전문직도 아니다. 정해진 시간 동안 프로젝트만 달성하면 되는 직업도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반만 일하고 있다.
내가 주 20시간을 근무할 수 있는 건
'시간선택제' 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일제로 일하는 근로자가 자녀 보육, 건강, 학업, 간병 등의 이유로 일정기간 동안 근무시간을 주 40시간 보다 적게 단축하여 근무하는
'단시간근로자'다.
2021년, 첫 아이가 태어났다.
맞벌이를 하는 우리 부부는 현실적으로 육아의 어려움을 직면하게 되었다.
다들 알지만, 육아와 노동을 병행하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여러 고민 끝에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선택제' 근무를 신청했고
2년 가까이 근무시간을 단축하여 근로하는 중이다.
근로시간을 반으로 줄여 일하면서
나의 생활과, 육아, 노동의 실제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그리고 나는 어떤 경험을 했고 무엇을 생각하게 되었는지.
더 나아가서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경력과 노동, 그리고 육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