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3. 제주 넘치는 퇴사자들의 청춘토론

다른 우리, 같은 고민

by 오채아

혼자 떠난 제주행, 혼자 있고 싶어 떠난 제주에서의 며칠은 퇴사자들의 작은 청춘토론장이었다. 1인 펜션이지만, 사장님의 인심으로 저녁식사를 대접해 주셨다. 그날 먹은 삼계탕은 남다른 묘미였다. 다른 지역에서 같은 퇴사를 하고 만난 청년들은 서로를 알아본 듯 많은 것을 묻지도 않았다.
아무도 마이크를 잡지 않았지만, 제주에서 만난 강아지와 고양이, 말이 대신 우리의 마음을 비춰주었다.

먼저 펜션 근처 해장국 식당에서 만난 강아지는 주인은 있지만 지나가는 사람마다 반갑게 꼬리를 흔들었다. 꼭 퇴사 직전의 ‘관계형 인간’을 닮아 있었다. 회사라는 주인은 분명히 있었지만, 정작 마음은 늘 다른 가능성을 향해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퇴사자들의 토론 속에서 이 강아지는 "나는 더 이상 한 울타리에만 묶여 있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보였다.

해맑은 미소의 해장국 영업왕

골목길에서 마주친 길고양이는 달랐다. 사람을 경계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은근히 다가와 눈빛을 주고받는다. 토론 자리에서 자기만의 색깔을 고집하던 이들과 닮아 있었다. 조직 안에서 타협을 배우기보다는 홀로 살아남는 방법을 먼저 익혔던 이들. 퇴사 후에도 자신만의 길을 선택하며, 다소 고단하더라도 자유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진 유형이다.

그리고 숙소 주인이 키우던 말은 묵묵하게 땅을 디디며 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이 모습은 가장 현실적인 퇴사를 꿈만 꾸는 자들을 떠올리게 했다. 이상만 좇지 않고, 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무게를 감당하는 사람들. 청춘토론에서 말처럼 묵묵히 듣기만 하던 이들이, 사실은 가장 현실적인 고민을 품고 있음을 우리는 눈치챘다.


결국 제주에서 만난 이 동물들은 퇴사자들의 다양한 얼굴이었다. 자유를 향해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 자신만의 세계를 지키는 고양이, 그리고 무게를 감당하며 나아가는 말. 우리 모두의 청춘은 그 셋 사이 어딘가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청춘토론의 결론은 단순했다. 답은 누구도 알려줄 수 없고,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내고 있다. 제주 바람이 불어오는 밤, 우리의 재주를 알아주는 기회만 오면 된다며 우리는 서로 응원해 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희망적인 선언이었다.


그리고 한 달 채 되지 않는 시간이 흐르고 한 청년에게서 원하던 전시회를 열게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우연일지도 모르지만, 때로는 응원이 우연을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결국 청춘은 ‘어디로 갈까’보다 ‘함께 고민했다’는 순간들로 빛난다. 바다와 같은 청춘의 토론은 그날 제주에서 그렇게 출렁였다.


작가의 메시지

우리는 모두 방향은 다르지만 결국 같은 물결 위에 있습니다. 청춘의 바다는 언제나 불확실했고, 그 불확실성 앞에서 나만 흔들린 게 아니라는 사실이 묘하게 위로가 저에겐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가 되었고, 심리적 안정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주에서의 이 짧은 토론은 정답을 찾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정답이 없다는 걸 확인하며 조금은 편안해질 수 있었던 시간. 우리는 각자 다른 길을 가지만, 같은 질문을 품은 채 이 질문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정답이 없는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최종화까지 2화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다음화는 진정한 청춘 토론을 위해 독자들의 고민을 들어볼 예정입니다.


청춘의 고민은 혼자 품을 때보다 나눌 때 더 가벼워집니다. 댓글이나 메일로 사연을 보내주시면, 다음화 익명으로 고민을 해결해 드릴 수는 없지만, 어쩌면 듣고 싶은 대답을 듣게 되실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