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애정에 어떠한 의무가 깃들 때,
신뢰를 갉아먹는 거짓이 뿌리 끝에 자리 잡고 있을 때,
때론 부담이 설렘을 가로막기도 한다.
우연히 발견한 매끄러운 조각을 호기심에 주워 들어, 조심스레 손에 쥐고 온기를 주었더니
그것은 더욱 매끄럽고 투명하게 변하였다.
낮에는 눈부신 햇빛을 가득 담아 찰랑이고 아름다운 맑은 빛을 발산했고,
밤에는 은은한 달빛을 삼켜 따뜻하고 잔잔한 빛으로 감싸 주었다.
나는 혹여나 그 빛을 누군가 보고 뺏으러 오지 않을까 입에 넣고 삼켰다.
그 조각은 조금은 다듬어지지 않은 모서리들이 있어 나의 목을 타고 넘어가며 찔러 왔다.
하지만 그것은 조금씩 나에게 맞춰주며 뾰족한 모서리는 둥글게 바뀌었고,
그 조각이 지나간 자리엔 깊지 않은 상처가 생겼지만 금방 아물 수 있었다.
어느새 조각은 둥근 씨앗으로 바뀌어 나의 가슴 어딘가에 자리하여 뿌리를 내렸고,
그 뿌리는 점점 더 깊숙이 나의 몸속을 타고 내려왔다.
하지만 더 깊은 곳으로 너의 발을 디뎠을 땐 그곳에 있는 진실들이 너의 뿌리에 달라붙어 너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너를 송두리째 뽑아 나에게서 떼어 내기는 싫어, 그저 그런 진실을 외면하며 거짓된 셀로판지로 너를 덮어 과장된 빛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그것들이 너를 아프게 갉아먹어서였을까, 적어도 나 만큼은 아니길 하지만 역시도 같단걸 알게 된 너는 나에게서 만개한 잎들을 보여주기 전에 떠났다.
다 아니길 바랬어도, 혹은 숨겨지길 바랬어도 하지만 그건 현실이 아닌 바램일뿐이기에
지나간 추억으로 남기기엔 그날 봤던 하늘은 너무나도 푸르렀다
나는 이제야 나의 감정을 표현할 줄 알게 되었고, 혼자 고민하던 생각들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아도 된다는 것을 느꼈다.
어떤 일은 생각만으로 가슴이 뛰고, 시도만으로 삶을 기대하게 한다.
영 자신은 없지만 가슴이 뛴다
그것으로 이미 충분한 것 같다
덕지덕지 너의 몸에 붙은 셀로판지를 하나씩 떼어주고, 떼어낸 자리엔 상처가 아물도록 무엇이든 해내야 한다.
비록 그 끝이 네가 없는 세상이 되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