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이치
"나는 내가 소시오패스 같아"
내 인생을 돌아보며 한참의 고민 끝에 도달한 결론을 너에게만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어떠한 이유도 없이 그냥 한 마디로 툭 던졌다.
"음, 아니?"
단 몇 초였을까, 너의 대답이었다.
나는 꽤나 오랫동안 심사숙고하며 수십 가지의 사례와 객관화를 통해 '나'에 대한 정의를 내렸고
그것이 비밀이라 하며 큰 숨을 들이쉬고 너에게 전했지만
받아주지 않았던 너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과거 찰나의 너의 대답이 비로소 '나'를 정의해주고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_7o2YoeA3MM
작은 액자 속에서 행복하게 웃고 계신 분을 처음 만난 건 언제였을까
정확한 날짜는 떠오르지 않지만 약속 장소에 떨리는 마음으로 도착해 차에서 내렸을 때 꽤나 쌀쌀했던 것 같다.
하지만 긴장감에 금세 귀 끝까지 열이 올라 감각이 무뎌져
겨울의 초입이었는지 아니면 한참 겨울이 지나가고 있는 중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확실한 건 같이 먹었던 메뉴가 "시래기 명태찜"이었다.
분명 많이 떨렸고 긴장도 많이 되었다. 그러기에 나는 그 식사 자리가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잘 느끼지 못했다. 그러고 나서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그 아이는 명태찜을 참 잘 먹더라, 다음에도 데리고 와 사주고 싶다구나"
말주변이 없고 친근하게 먼저 다가가지 못했던, 더군다나 자신이 소시오패스라고 생각하고 있던 소년은 그래도 그분 앞에서는 명태찜은 맛있게 잘 먹었나 보다.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바람이 된다는 것은 신비로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신비로운 감정들은 서서히 모여 큰 물결이 되어 나를 조금씩 움직여줄 것이다.
처음 소녀가 나를 정의했던 것처럼.
소녀의 슬픔을 옆에서 보았다. 그렇기에 그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빛나는 것인지 알게되었다.
이젠 소녀는 셀 수 없는 슬픔들을 마음속 어딘가에 담아둔다.
하늘은 언제나 푸르름을 가지고 있기에,
언제나 몇 번이고 그들은 마음속에 담아둔 빛남을 알아보고 다시 만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