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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깡통로봇 May 11. 2024

나마스테, 해피 뉴 이어???

히말라야 트레킹 중 느닷없이 만난 새해

 시누와 (3일 차 숙박)     


오전에는 날이 개었다가 12시 무렵부터는 날이 흐려지다가 2, 3시쯤에는 비가 내리는 것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날씨다. 날이 맑아도 시야가 완전히 깨끗하지는 않아 전망이 약간 뿌옇게 가려져 있다.


오전에 일찍 출발을 해서 걸으니, 천천히 걸어왔는데도 시누와에 도착하니 12시 30분. 씻고(여기까지 따뜻한 물로 씻을 수 있다. 시누와 까지는 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이고 이후는 롯지만 있는 곳, 가축을 이용한 물자 수송도 여기까지만 한다고 한다) 점심을 시킨다.


음식을 내어 주시는 주인아주머니의 표정이 참 좋다. 정말 전통적인 시골 아낙의 순박한 눈매와 수줍은 태도로 맛있게 먹고 부족하면 더 주겠다는데, 안 먹고도 별점을 5개 채워드리고 싶다. (사실 네팔의 음식이 대부분 여행객들의 입장에서 썩 맛있는 편은 아니다. 특히 산으로 올라오면서는 생존을 위해 먹는다는 후기를 남기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먹을 때마다 다른 메뉴를 시켜가며 맛을 봤는데, 또 그리 맛이 나빠서 먹지 못하고 남길 만한 것은 산행 내내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그래도 한국음식 찾지 않겠다는 생각을 지키지 못하고 ABC에서 한번 먹은 신라면은 입맛을 확 살려줬을 뿐만 아니라 추위에 떨던 몸을 후끈 열 오르게 해 줬다.)  



   

숙소 바로 위쪽으로 쉼터가 있어 산 전망도 보고 개와도 놀다 트레킹 중에 여러 번 마주친  젊은 커플과 눈인사를 하는데, 한국말로 나마스테가 “안뇽하세~” 냐고 물어온다. “안녕하세요”라고 말해 주고 몇 번을 따라 하면서 서로 웃는다. 홍콩에서 왔다길래, “니하오” 하고 응대를 하니 밝게 웃으며 좋아한다. 나의 영어가 짧아 대화를 길게 못 하고, 단어를 나열하면서 소통을 하면서도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동지애 비슷한 것이 있어서 다른 팀 가이드가 끼어 말을 섞을 만큼 재밌게 논다.


슬리퍼를 끌고 천천히 조금 더 올라가니 산행 중에 보게 되는 가게 중 맨 마지막에 있다는 가게가 있다. 기념품들과 팔찌, 그중에도 안나푸르나 기념 티셔츠들이 사람들의 손에 많이 들려나간다.




롯지에 들어와 잠시 눈을 붙였는데 쾅하는 천둥소리에 놀라 깨어나 나와보니 빗줄기가 거세게 쏟아지고 있다. 비가 내리니 지나온 건너편 산의 촘룽이 살짝 가까워진 듯도 하다. 비가 흐린 운무도 싹 거두어 가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방에 불이 나갔다.

이곳의 전기는 아래 계곡의 물을 이용한 지역 수력발전이라고 하는데 간혹 정전이 되는 모양이다.

잠시 후 불이 들어오는가 하더니 이내 다시 정전, 몇 번 반복하더니 영 들어오지 않고 깜깜 해졌다. 계곡 건너편으로 보이는 촘룽은 불이 들어와 있는데 이 쪽만 정전이 되었다. 헤드랜턴을 꺼내 들고 위층 식당으로 올라가니 충전식 조명등으로 실내를 밝혀 놓았다.

  



잔이 새나?

점심에는 전날 점심때 주문했으나 앞에 단체손님이 다 먹고 갔다고 해서 맛을 보지 못한 로컬 와인을 시켜본다. 그런데 투명 유리잔에 담아서 나온 로컬 와인은 생각과는 다른 색깔이다.


‘뭐지’하며 살짝 맛을 보니, ‘응?, 소주?’ ???

네팔 전통주인 락시가 로컬 와인이라는 이름으로 메뉴에 적혀 있던 것이다.



락시는 조, 쌀을 재료로 한 네팔 전통 증류주라고 하는데 소주와 정종의 중간 정도의 맛이 느껴진다. 만드는 곳마다 맛이 다르다고 하는데 다른 롯지에서 마신 것들은 맛에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는데 포카라에 내려와서 윈드폴게스트하우스에서 먹게 된 락시는 더 깊은 풍미가 있었다.

와인이라는 이름에 잠시 속은 듯한 허탈한 느낌이 들었다가 소주 마시는 느낌에 기분은 좋아졌다.   



  

저녁밥을 먹고 밖의 테라스쯤 되는 공간에서 다른 여행객들과 잠시 말을 섞고 있는데, 그쪽 가이드가 오늘이 네팔의 올해 마지막 이라고, 내일은 새해라고 설명을 하며 해피 뉴이어를 외치며 사람들을 다 안아 준다. 느닷없이 서로 다 돌아가며 가볍게 허그를 하며 해피 뉴이어를 외친다. (오늘은 4월 12일)


다음날 산행에서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인사가 다 “나마스테, 해피 뉴이어”가 되었다. 다음 날 묶게 된 데우랄리에서는 롯지 주인이 새해를 기념해서 가이드들에게 마음껏 술을 제공한다고 해서 가이드들이 이 롯지로 모여들기도 했다.   

   

* 네팔은 3개의 날을 신년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다고 한다. 네팔 달력을 기준으로 한 네팔 새해(힌두력에 따른 새해, 4월 13~14일경), 로싸(티베트계 유민들의 신년축제 2월 26~28일경 ), 새해(1월 1일)
* 네팔 공식 달력(Vikram Samvat)의 새해 첫날은 양력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서기로 따져도  대체로 4월 13~14일경으로 일정하다고 한다. '나야 바르샤'라는 축제가 열리며 박타푸르 지역에서는 '비스켓 자뜨라'라는 큰 설날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당황스럽게 새해라니, 처음에는 농담인가 했다가 검색해 보니 네팔 달력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 날 대도시에서는 크게 행사도 한다는데 여기는 정전으로 세상이 다 어둡다.


히말라야 낯선 땅에 와서 새해를 또 한 번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게 느껴지다가, 가족들도 그리워지고, 연말 기분으로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누구나 연말에는 조금 감성적으로 변하는 거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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