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랑라희 May 13. 2024

제주의 자연을 수집하다

<수풍석뮤지엄 & 두손뮤지엄>

- 건축가 이타미 준, 서귀포시 안덕면, 1996년

2006 김수근문화상 건축 부문 본상 수상작       

   

본래는 수(水, water), 풍(風, wind), 석(石, stone), 토(土, terra) 4개의 컨셉이다. 타운하우스 비오토피아에 미술관을 짓고 싶어한 김홍주 회장에게 건축가 이타미 준이 ‘제주의 자연을 수집해 전시 한다’는 컨셉을 제안해 설계되었다. 모두 체험형 미술관으로 각각의 주제에 맞추어 공간을 몸으로 느껴봐야 한다.


수풍석뮤지엄은 타운하우스 비오토피아 구역 내 3곳에 나누어 위치해있다. 그중 토(土)뮤지엄에 해당하는 두손 미술관은 사실 ‘地의 미술관’으로 설계한 지중(地中)미술관이다. 이른바 두 손을 모은 형상이라 해서 그렇게 이름 붙여졌다. 건축도시정책정보센터에 게재된 내용에 따르면, 두손-지중(地中)미술관은 4개의 미술관 중 하나로, 지(地)의 미술관으로써 ‘土와 건축’이라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건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석(石) 뮤지엄은 외관이 붉게 녹슨 양철 상자의 형태를 띤다. 노란빛을 띠던 상자는 비와 눈을 맞고 시간의 흐름을 견디며 점차 붉게 녹슬었다. 건축을 통해 구현한 시간의 맛이다. 어둑한 돌의 공간에는 하늘을 향해 뚫린 원통형 공간에서 빛이 쏟아지고, 바닥에 놓인 편평하고 매끄러운 돌에 닿는다. 빛을 머금은 돌이다. 해가 이동하면 돌에 닿은 빛줄기도 움직이고, 그를 통해 사유에 잠긴다. 돌의 공간의 주인공은 바깥에 있다. 돌을 깎아 만든 오므린 손의 조각, 그 손에 올려진 복숭아. 이곳이 무릉도원이라는 의미라고. 


풍(風) 뮤지엄은 오두막을 닮은 나무 상자에 바람의 기억을 담는다. 상자의 한쪽 입면은 활처럼 휘어져 있고 나무판 사이의 틈새를 통해 바람이 지나다니며 소리를 낸다. 바람이 강한 날이면 판과 판 사이를 관통한 바람이 현(弦)을 문지르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양을 닮은 돌 오브제는 인간과 함께 바람의 소리를 듣는 명상자이기도 하다.


수(水) 뮤지엄에는 제주의 바다를 담았다. 땅을 의미하는 정사각형의 공간에 하늘을 뜻하는 원을 겹치고 중앙부를 뚫어내 하늘의 움직임을 찰랑거리는 수면에 담았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로 하여금 마음을 비우고 빛에 반짝거리는 자갈은 개울가의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야생의 돌 오브제는 수변에 무심하게 놓여 있다. 작품이 된 돌과 같이 인간도 하나의 풍경으로 존재하며 ‘무심(無心)’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수풍석 각각의 공간 어딘가에는 용을 새긴 조각이 있다. 유동룡을 나타낸 예술가의 인장이다.


두손-지중(地中)미술관은 현재 비오토피아 주민회에서 개방을 허가하지 않아 관람할 수는 없다. 그저 유동룡미술관에서 드로잉과 사진, 도면을 통해 가늠해보거나 건축 다큐멘터리 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에서 음악가 양방언이 이곳을 방문한 영상을 통해서만 볼 수 있을 뿐이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모양을 한 두손-지중(地中)미술관은 날씨 좋은 날 산방산의 형상이 소녀의 옆모습으로 보이기에 영감을 받아 형상화했다고. 이타미 준은 철근 콘크리트 상자를 땅 속에 묻고 일부만 드러낸 방식으로 손을 모은 형태를 표현해 보는 이로 하여금 상상력으로 건축을 완성하도록 만들었다.


수풍석과 두손뮤지엄의 완성은 건축가 이타미 준과 건축주로 만난 일본 도시락 회사 김홍주 회장의 신뢰와 존중이 있는 관계에서 비롯됐다. 알고 보니 재일한국인이었던 공통점과 척박한 타지에서 제 삶을 당당히 일구어낸 두 사람의 이상향은 같았다. 늘 경계인의 그늘 속에 머물던 건축가 이타미 준은 그를 알아봐준 김홍주 회장을 만나 제주의 땅에서 마침내 자신의 그늘에 빛을 드리웠다.   


  


 Water Wind Stone Museum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863

관람 시간: 월~일요일(2회) 1월~12월 13:30, 15:00/ 7월~8월 10:30, 15:00, 

- 공휴일은 휴관, 날씨에 따라 일정 취소 및 변경 가능.

관람 요금 : 성인 30,000원, 초등생 15,000원, 초등학생 미만 관람불가

문의 : 0507-1477-7007

홈페이지: https://waterwindstonemuseum.co.kr/     




(사진 이미지는 아래 링크에 올려두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 시절의 기억, 마음에 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