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공공수장고>
- 건축가 김태성, 제주시 한경면, 2019
2019 제주건축문화대상 준공건축물 부문 특선
문화예술공공수장고는 전국 최초로 건립된 예술품 수장 전용 시설이다. 이곳은 제주도가 관리하는 6개 공립미술관의 소장품을 관리하고 수집품을 복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워졌는데, 이는 각각의 미술관 자체에 보관할 수 있는 작품 수장률이 이미 90%를 넘어선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제주도립미술관은 이미 99%의 수장률이 넘었다고. 공공수장고를 만든 건 지방자치단체로서도 제주가 처음이다.
이곳은 제주시 한경면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 위치해 제주현대미술관과는 도보 6분 거리다. 건물 주변에는 제주의 봄을 만끽하는 노란 유채꽃 밭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근처에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과 예나르 제주공예박물관, 화가 박서보의 집과 김흥수 아틀리에 등도 있어 일종의 문화예술단지인 셈. 문화예술공공수장고가 세워짐으로써 제주 내 6개 공립미술관과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이 연결되고 예술로 이어진 사람들이 모여들 계기를 마련했다.
문화예술공공수장고는 외관부터 독특한 형태를 띤다. 몸체는 삼각형 박공지붕의 집의 틀을 세우고 기둥과 기둥 사이로 빛이 투과하게 만들었다. 입구는 집의 틀이 시작된 지점에서 안쪽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아 공간적 깊이감을 주었다. 한쪽 면으로 길게 세워진 철망 돌담을 따라 한참을 걸어 들어가면 입구에 다다른다. 건축가는 제주 돌담을 철망에 담은 현무암 벽으로 재해석했다. 설치미술 작품을 전시한 잔디마당은 이후 기획될 프로그램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되며 다양하게 변모할 공간이다.
이곳을 설계한 건축가 김태성은 제주를 가장 잘 아는 지역 건축가다. 제주 애월 출신으로 신제주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서울에서 지내다 40대에 고향인 제주에 돌아와 맥락을 읽어내는 지역 건축가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구좌 농공단지 복합문화센터, 한경면 기초생활거점, 제주 지식산업센터 신축 등이 설계공모에 당선되어 진행 중이다.
문화예술공공수장고는 저지리예술인 마을에 위치한 주변 건물과의 조화를 이루려 크고 높게 짓지 않았다. 집의 형태를 구현한 이 건축물은 제주 문화예술 작품의 보물창고로서 제주를 주제로 한 오랜 작품들이 시간의 풍파에서 쉴 수 있는 집이라는 의미를 전하고 있다.
이곳은 연면적 1931㎡에 지하 1층과 지상 1층 규모로 회화작품 수장 3개실과 입체작품 수장 1개실, 보존처리실, 다목적실 등으로 구성됐다. 지상 1층은 미디어아트 전시실이 중심이 되어 운영되고 있고 제주를 주제로 삼은 작가와 작품을 공간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
이후 제주의 문화예술공공수장고가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보이만스 판뵈닝언 미술관 수장고(Depot Boijmans Van Beuningen)와 같이 자리매김하는 데는 제주 문화예술의 보존과 보호에 대한 가치를 알아보는 시민의 관심과 행정적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현대 건축 강국인 스위스의 경우는 건축 교육제도부터 행정에 이르기까지 지역 건축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프리츠커 수상자인 페터 춤토르 같은 건축가가 나올 수 있던 배경이다. 이제 한국도 그러한 측면에서 제주 풍경의 격을 높이고 기준을 세우는 지역 건축가에 대한 위상에 대해 다시금 고려해볼 때가 아닐까.
<문화예술공공수장고>
제주 제주시 한경면 저지12길 84-2 1층 미디어 아트 전시실
화~일요일 09:15-17:30(17시 30분에 운영 종료)/정기휴무(매주 월요일)
입장료 : 어른 2,0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500원
064-710-4156
https://www.jeju.go.kr/jejumuseum/index.htm
(사진 이미지는 아래 링크에 올려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