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적 고정시점+서경적 이동시점
1.
부풀어 오른 오후 4시
그림자가 배를 깔고 엎드려있다
헐렁한 허상과 긴장된 실상은 수직으로 대립하며 맞닿고
지난날 그렸던 수많은 동그라미 위를
자전거 탄 소녀가 빠르게 지나간다
그녀는 또 다른 해를 그리며 멀리 사라졌다
2.
법성포에서는 갈매기가 주인이다
새들은 선단에서 선미까지 새끼줄 굴비 엮듯 점령하고 있다
맨 꼭대기에 앉은 대장은 바다를 지휘하는 것처럼 늠름하다
일 끝내고 난 배, 갈매기에게 모든 걸 맡기고 느린 하품을 하고 있고
새들은 한참을 앉아있다 일제히 날아올라 휘 휘 하늘 한 바퀴를
돌고 다시 배로 돌아오곤 하였다
3.
마지못해 그렸던
수많은 동그라미
또 잘릴까 봐
하늘을 긁으며 떨고 서있다
새들은 거인 허수아비 보자
다시 높이 날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