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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성 Aug 13. 2024

<40> 류재민 작가


마흔의 느낌


마흔의 느낌은 어떠한 것일까요? 저는 아직 미혼이고 마흔이 되지 않아 그 느낌을 잘 모릅니다. 다만 한 걸음 멀리서, 홀로 혹은 배우자, 자녀와 함께하는 마흔의 느낌 - 그 기쁨, 무게, 외로움, 피로, 용기, 성숙, 숙연함, 정, 추억, 연약한 감정, 슬픔, 강인함, 용기, 새로운 꿈들을 - 글과 작가님들을 통해 생각해봅니다.


솔직한 지점


편집자로서 좋은 점이 있다면, 작가님들과의 만남, 통화 그리고 글을 통해, 저와 전혀 다른 궤적을 걸어오신 동료의 삶의 솔직한 지점에 닿을 수 있다는 것이라는 생각이듭니다. 편집자와 작가의 관계가 좋을 경우, 서로에게 거의 가식과 꾸밈이 없게 될텐데요. 통화하고 생각을 나누다보면 글로는 알 수 없는 서로를 알게되며, 서로에게 말로 하지 못했던 생각들은 출판될 책과 SNS에 게시하는 글들을 통해 표현하게 되기에 다양한 층위로 서로를 알아가게 될 기회를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서울역 맥주, 삼각지역 막걸리


서울역에서 만나 2층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작가님의 사랑과 결혼 이야기를 들었던 날, 작가님께 큰 변동이 있던 새벽 나누었던 통화, 그리고 삼각지역에서 만나 맛있는 전부침과 막걸리를 마시고 전쟁기념관을 걸었던 날들이 기억납니다.



3월 여의도 국회의사당 벚꽃축제


올해 3월에는 작가님께서 기자로서 일하고 계시는 국회의사당과 여의도 벚꽃 거리를 걸었던 추억이 있었습니다. 한강변 근처에 앉아 기자와 작가의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었죠. 그 자리에서 폰으로 후배 기자님들이 뉴스 기사로 올린 것을 데스크로서 수정해주고 다듬어주시는 모습이 인상깊이 남아있습니다. 향후 써나갈 작품들과 출판 준비중인 <40>에 대한 꿈을 나누었던 날이었죠.



<청자가 사라졌다> 북콘서트


작가님께서 그 즈음 <청자가 사라졌다> 소설을 출간하셨고, 북콘서트에 들렀던 기억도 납니다. 우리는 <40> 에세이 책 출판을 준비하고 있던 중이었죠.



천안에서 열린 북콘서트에 다녀왔던 기억은 참 즐거운 기억이었습니다.



천안이 이렇게 시원하게 트인 도시인 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결혼 이후 여기에서 살고싶다는 생각도 들었을 정도였습니다. 부천을 떠나 천안 혹은 파주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지금도 품고 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어느덧 <40>의 출판을 앞두고 있는 8월이 되었습니다.





류재민 작가님


문학소년이셨던 작가님께서는 국문학을 전공하시고 기자가 되셨습니다. 10여년 대통령실 기자실 출입 기자, 20여년 기자생활, 그리고 40여년 삶을 지나 마흔의 중간을 지나고 계십니다. 작가님께서 한 작품씩 써나가시는 그 길을 묵묵히 바라봅니다. 작가님과 함께 할 수 있어 놀랍고 기쁜 마음을 느낍니다.


이번에 류재민 작가님과 함께 출판하게 된 에세이 <40>이 필요한 독자분들께 전해지기를 소망해봅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40> 출판에 힘을 더해주시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아래에는 <40> 텀블벅 소개 글을 옮겨 놓았습니다.


https://tumblbug.com/forty




40, 인간의 시간


10년

오고간 대통령실 기자실 풍경


20년

노트북 두드리던 기자의 손


40년

인간의 시간


"그대는 어디를 지나고 계신가요?"


어린시절 그대가 보아온 동네 풍경은

어떠한 모습이었을까요.


그대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그대는 어린 왕자와 사막 여우처럼

황금 밀밭을 지나 왔을까요?


그대는 젋은이와 노인처럼

타오르는 해의 뜸과 차가운 달의 짐 사이를 지나 왔을까요?




그대의 시간들, 그대의 이야기가 듣고 싶습니다.


"그대는 서른에 닿았을까요

마흔을 지나고 계실까요

쉰으로 가는 길일까요"


"그대가 어떠한 시간을 지나왔는지"


그대와 마주앉아 살아온 이야기 주고받으며

고즈넉이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따뜻한 말을 건네고 싶습니다.


"우리가 지나온 시간들,

사람 향기 가득한 소중한 시간들이지 않았나요."

 



40, 무기의 시간


인사를 건넵니다.


"그대의 손과 발, 안녕하신가요."

"그대의 감정, 안녕하신가요."


노동으로 지친 그대의 몸과 감정,

그 피곤을 느끼며 글을 이어갑니다.


"우리의 몸과 감정은

철로 만들어진 기계가 아니고,

돈으로 만들어진 강제도 아니고,

결코 인간은 전쟁 무기가 아니지요."


그럼에도 때로 우리 삶이 전쟁처럼 느껴지기에,

몸과 감정은 전쟁 무기가 되어버린 듯 느껴지기에,

녹슬고 소모된 그 마음, 그 현실을 토로하고 싶어지곤 합니다.


그런 마음 문득 드는 날이면

기사 쓰던 손을 멈추고 삼각지역으로 향합니다.


전쟁기념관을 걸으며 우리가 닮아선 안되는,

그러나 닮은 존재들, 전쟁무기들을 바라보곤 합니다.



"야외에 전시된 수많은 전쟁 무기들 사이를 걸었다.
문득 녹슬고 거친 탱크 표면을 쓱 손으로 만져 보았다.
차가웠다.  노병의 낡은 철모처럼.
움찔했다.  사는 게 전쟁 같아서.
꼭 40 같아서."

-<40>, 전쟁기념관-


때로 전쟁 같은 우리 삶,

함께 메마른 시간을 지나온 우리,

동료들 얼굴 잠시 돌아볼 수 있다면,

우리는 살 수 있을 것입니다.



 

40, 낙타


그대의 발바닥이 궁금합니다.

그대의 발은 여전히 부드럽고 깨끗할까요.

거칠고 단단해졌을까요.


저는 그대의 발이 담고 있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그대는 어디에서 태어나

어떤 곳을 지나 어디서 길을 잃고

여기까지 흘러왔을까요."


저는 그대의 발을 보며

짧은 글을 적어봅니다.


"지난한 삶의 벌판...

낙타들의 행렬이 보이는 듯 사라진다."


거칠어진 그대의 발, 남긴 자국을 돌아보며

저는 그대와 함께 숨쉬고, 그대와 함께 희망을 꺼내려 합니다.




40, 끝까지


2023년 5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제32회 동아시안게임' 여자 육상 5,000m 결승.


폭우 속에서 빈 트랙을 혼자 돌던 선수가 있었습니다.

그 선수는 바로 캄보디아 육상선수 '보우 삼낭'.

그녀는 꼴찌로 결승선을 통과했고

놀랍게도 관중석에서는 환호와 격려가 쏟아졌습니다.


그러자 보우 삼낭은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며

캄보디아 국기를 들어 올렸고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끝까지 뛰었습니다.

결국 목적지에 도달한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서요.

인생이 조금 느리던 빠르던 말이죠."

-보우 삼낭-



그대와 함께 끝까지 뛰어보고 싶습니다.




<40>을 소개해 드리고자 했던

짧은 글을 마무리하며


이 공간을 떠나 세상을 걷게 될

그대 뒷모습을 바라봅니다.


"안녕, 반가웠던 그대"

"그리운 추억, 간직한 그대"

"묵묵히 가고 있는, 자랑스러운 그대"


그대에게 저는


"환호를 보냅니다."




오늘 하루도 평안이 함께 하기를!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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