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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십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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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호 Mar 19. 2024

만보 걷기를 시작하다.

처음 운동을 시작하다.


신발장에서 운동화를 꺼내 신고 문 밖을 나선다.

따뜻한 봄기운이 가득해서 걷기에 좋은 날이 왔다.


결혼 전에는 걷기를 아주 좋아했다. 뚜벅이로 걷다가 버스를 타고 여행하는 게 무척 즐거웠다.

결혼하고 육아와 살림을 하다 보니 무거운 물건을 일이 많아져서 걷기보다 편리한 자동차를 이용했다.

그러다 보니 걷는 것은 잊어버리고 아주 가까운 마트도 차로 이동하게 되었다.

차가 편리하기는 하지만 내 몸은 운동 부족으로 나날이 무너지고 있었다. 오십이 되면 운동을 시작해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다. 늘 오십이 기준점이었다.

아직이 오십이 되지 않아서 운동을 미루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을 때 아는 동생이 하루 만보 걷기를 며칠하고 나니 아프던 무릎이 한결 편해졌다고 했다.


'걸으면 더 다리 아프지 편해지기는 혼자 열심히 해' 속으로 생각했다.

동생이 또 "언니 만보 걷기 보름 정도하고 나니 아침에 벌떡 벌떡 일어나져"

"아침에 잘 일어나 진다고"  

"그래 속는 샘 치고 한 번 걸어봐"

나는 아침에 잠이 많은 데다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다. 무슨 말이 나를 움직이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 나도 걸어보자. 동생도 하는 데 내가 못하겠어


아주 쉽게 생각하고 집은 나섰다. 처음 만보 걷기를 시작한 것은 3년 전 12월의 어느 날이었다.  날은 춥고 바람은 차갑고 모자를 쓰고 패딩을 입어도 춥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왜 하필 이 겨울에 걷기를 시작했을 까 집으로 다시 들어가고 봄이 되면 다시 할까 하는 생각이 왔다 갔다 하면서 일단 걸었다.

처음이라 동네 주변을 걸었다. 처음 걸을 때와 달리 걷기 시작하니 발바닥이 후끈해지면서 몸에 열이 나기 시작하니 따뜻한 기운이 돌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길에 있는 가게들과 지나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들  차로 다닐 때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을 보면서 아 이래서 걷기를 하는구나 느꼈다.

빠르게 쓱 지날 갈 때는 볼 수 없었던 옷수선 아저씨의 댄스와 야채 가게 차에 올라타는 고양이, 만두 집의 하얀 연기까지는 좋았다.

걷고 돌아오는 길에 나의 양손은 무겁게 뭔가를 싸들고 돌아왔다.

갈 때는 빈손이었는 데 돌아올 때는 늘 양손에 가득 장 본 게 들어 있었다. 운동을 하는 건지 장을 보려 간 것인지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서 차를 몰고 강변으로 향했다.


차를 하고 패딩잠바의 모자를 눌러쓰고 강변주위를 걷기 시작했다. 겨울의 강변은 바람이 강해서 모자가 벗겨질 정도로 세서 바람을 가르고 밀려가면서 걸었다.

처음에 아무도 없으면 어쩌지 무서운데 내 생각과는 달리 걷는 사람이 많았다.

나는 한 때 걷기 운동은 할머니들이 학교 운동장을 돌며 하는 할머니만의 운동이라고 시시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걷기를 하다 보니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느끼고 있다. 걷기만큼 쉬우면서도 어려운 운동은 없는 것 같다.

하루도 못할 것 같았던 걷기는 100일을 채웠다. 잘할 수 있을지 몰랐지만 걸을 수 있는 내가 대견했다.  

강변을 걸으면 흐르는 강물과  확 트인 풍경에 눈이 시원해지고  복잡한 생각들이 정리되고 새로운 생각들이 떠올랐다.


길었던 겨울은 끝나고 벚꽃과 함께 봄이 오고 있었다. 내 몸에도 변화가 있었다.

살이 조금씩 빠지고 만성투통인 편두통의 횟수가 줄어들었다. 변화를 느끼고 나니 만보 걷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 3년 전에 시작한 만보 걷기를 지금 까지 이어 오고 있다.

추위를 많이 타서 만보 걷기를 잠시 주춤했었는 데 봄기운이 살랑살랑 불어오니 더욱 걸어보고 싶어졌다.

지금이 걷기에 가장 좋은 날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봄날 신나게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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