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랑호 May 30. 2024

시어머님의 수많은 말들

때론 귀여우시다.

시어머님과 같이 산지 8개월이 지나간다.

어머님과 며느리 사이에 갈등이 없겠냐만은 그냥 물 흐르듯이 지나간다.


가만히 어머님을 보면 많은 말들을 하신다.

어머님은 말하는 것은 좋아하는 분이다. 나는 말이 많은 편이 아니라 그냥 듣거나 고개만 끄덕이고 맞장구를 한 번씩 친다.

하는 걸 좋아하는 분이 어찌 혼자 살았을 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아침식사를 끝내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 나를 보고 어머님은 뜬금없는 말씀을 하신다.

"니 며느리가 시어머님 왜 싫어하는지 아나?"

"네?"

"만히 앉아서 받아먹기만 해서 그렇다."

말씀하시면서 식사다 하신 그릇을 내 앞으로 살짝 밀어 놓는다.

일어나서 싱크대에 넣어 두시면 되는 데 항상 다 먹은 그릇은  밀어놓고 과일 접시를 어머님 앞으로 당겨서 드시고 계시며 말씀하신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 그릇을 싱크대에 치웠더니 미안하신 건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건지 그런 말씀을 하신다.


어머님이 항상 전에 살던 곳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하셨는 데 백내장 수술이 잘못된 후에  집 근처 미용실에 모셔다 드렸다.

어머님이 가시는 미용실은 파마하는 데 15,000원 하는 데 다른 미용실은 30,000원으로 비싸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내가 아는 미용실에 가서 파마를 하셨다.

시어머님이 이사 와서 이제 계속 이용할 거니 잘해주세요 말하고 파마 끝날 때 모시로 오겠다고 하며 집에 왔다.

3시간 후 어머님을 모시고 집에 왔다.

어머님은 머리가 마음에 들어 했다. 당분간 머리는 이 미용실을 계속 가시겠다고 한다.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 어머님은 미용실 원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며느리랑 같이 산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미용실에서 며느리 잘하냐고 물어보더라"

"뭐라고 하셨는데요."

"잘하시지도 못하지도 않다고 했다."

이왕 말씀하시는 거 잘한다고 해주시지 뭐 어려운 말씀이라고 얼마나 더 잘해야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까 생각하다가 너무 얘스지 말고 할 말 큼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을 다 드시고 이제 자려 가야겠다고 거실에서 일어나시며

"근데 아들이 왜 이리 늦고 안 오노?"

"아들 다 집에 와 있는데요"

"너그 아들 말고 우리 아들"

아 어머님 아들 남편을 말하는 거였다  남편은 우리 아들이고 손자 소녀는 너그 애들이라고 구분해서 말씀하셨다.

그와 우리를 구분하시는 어머님을 보고 처음에는 섭섭했는 데 이제는 이해가 된다.  

8개월 정도 지나 살게 된 요즘은 가끔씩 우리 얘들이라고 손자 손녀를 말씀하신다.


저녁을 먹으며 주말에 엄마 아빠가 없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아들이

"그럼 밤새고 안 자야지" 하는 것이다.

"엄마 없어도 그래도 잠은 자라"

잠을 자니 안 자니 얘기하고 있는 데 듣고 있던 시어머님이 한 말씀하셨다.

"잠을 안 자고 할매 지켜야지 밤새 누가 할매 업어가면 어떡할래?"

겁이 많아서 어찌 혼자 사셨는지 손주 보고 지켜달라는 우스개 소리를 하신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는 아이들과 가위바위보로 정해서 걸린 사람이 한다.

보통 큰딸과 내가 다 하게 되지만 까끔 아들이 학교에서 일찍 오면 같이 해서 아들이 설거지를 하는 날이면 어머님은 부엌을 들락거리며 한 마디씩 한다.

"여자들이 몇이나 있는 데 아를 설거지 시키노?"  

큰딸이 할 때는 한 번도 말씀하지 않으시고 아들만 설거지를 하면 꼭 말씀하신다.

"할머니 남자도 해야지요 지금부터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요" 큰딸이 할머니에게 한마디 한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그건 아니다 할매가 설거지해주까"

"어머님 그냥 두세요 매일 하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한 번 하는 데 설거지도 해봐야지요"

아직도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다.


어머님의 수많은 말들을 들으면 흘러들어야 하는 말들이 더 많다.

가슴에 담아 두면 섭섭해하고 마음 상한다.

그렇다고 가만히 듣고 있지는 않는다 해야 할 말은 한 번씩하고 어머님께도 이거는 하지 말라 저거는 이렇게 해라고 잔소리도 한다.

하고 싶은 말을 가슴에 담아 두면 병이 생기고 갈등이 생긴다. 아직 모든 말들을 다 하지는  못하지만 가슴에 쌓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전 15화 시어머님의 나들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