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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호 May 09. 2024

시어머니의 어버이날

어버이날만 3번

5월이 되면 신경 쓸 일이 많아진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친정엄마의 제사가 들어있는 달이다.

그중 어버이날이 유독 신경이 쓰인다.

시어머님과 같이 살다 보니 모두 우리 집으로 오게 된다.

형제가 많은 시댁은 날짜 맞춰서 다 같이 오기도 쉽지 않고 각자 오다 보면 어딜 가지 못하고 기다려야 한다.  


도련님이 단체 카톡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이번 어버이날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 한참 아무도 답이 없다.

남편이 답을 달았다.

"5월 4일, 5일은 어디를 가서 엄마와 아이들만 집에 있습니다. 우리 신경 쓰지 말고 진행하세요."

잠시 후 형님(누나)이 답을 달았다.

"다 바쁘니 각자 알아서 하자."


4일과 5일에 내가 집에 없으니 그때 어머님 심심하지 않게 찾아와 주고 모시고 식사도 하면 제일 좋을 것 같은 데 각자 알아서 우리 집에 올 것 같다.


어머님께 전화가 걸려 왔다.

도련님네였다.  

"어 느그집 근처에 센터 차 간다. 그날은 센터 한다고 하던데 그래 알았다."

대충 들어서 전화 내용을 몰라 어머님께 물었다.

"5월 1일에 회사 안 가고 쉰다고 센터 가는지 어보더라"

"왜요 어머님 그날 집에 오래요?"

"아니 그냥 물어봐서 모르겠다."


잠시 후 동서에게 전화가 왔다.

"형님 5월 4일 5일에 어디 가신다면서요"

"응"

"그래서 어머님 날 겸 5월 1일에 가려고 하는데요"

"5월 1일 낮에는 내가 집에 없는데 4일 5일 중에 어머님 모시고 식사하고 어머님 모셔다 줘도 되는데요."

"4일은 친정도 가야 하고 5일은 얘들 아빠가 어디 가고 5월 1일은 쉬는 날이라서요"

"그럼 어머님만 모시고 가서 저녁 먹고 하면 되겠네요"

"그래도 다 같이 보는 게 좋지 않아요?"

"어머님은 우리 집에 있으니 다 같이 안 봐도 되는 데 어머님만 모시고 가."

"그래도요"

계속 같이 보자고 해서 우리 집에 오라고 했다.

"알았어 저녁때쯤 와요"


동서는 신혼 때부터 집에 사람이 오면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았다. 아이가 생기면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는지 다른 사람집에 가는 걸 좋아하는 듯했다.

간간이 자기 집에도 불렸다. 사람 오는 걸 좋아하지 않았던 동서가 갑자기 바뀌니 적응이 안 되었다.


과자랑 과일을 사가지고 도련님네가 집에 왔다.

어버이날이라 어머님 선물도 같이 준비해서 왔다.

선물이 궁금해 열어보니 돈 부채와 화장품이었다.

돈부채를 받은 어머님은 부채를 흔들면서 기념으로 사진 찍어 달라고 하시면 너무 좋아하셨다.

용돈 박스와 돈방석을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돈 부채는 처음 보았다.

이런 이벤트는 동서가 잘한다. 같이 저녁을 먹고 놀다가 도련님네는 돌아갔다.


1박 2일 일정으로 큰딸에게 할머니를 부탁하고 가는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어머님은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다녀오라고 했다.

"어머님 아침에 얘들 깨우지 말고 식사 챙겨 드세요."

"내가 알아서 챙겨 먹을게 걱정하지 마라."


마지막 일정 내려오는 기차 안에서 큰딸의 전화를 받았다.

"엄마 큰집 얘들 온다던데"

"언제 온다든 큰아버지는 같이 온데?"

"할머니한테 2시에 출발한다고 전화 왔는데 얘들만 온데"

그날을 어린이날이라 엄마가 없으니 막내를 데리고 놀려를 가라고 딸에게 부탁해 놓은 상태였다.

"그냥 할머니 보려 오는 거니까 얘들만 있으라고 하고 놀려 갈까?"

"그래도 우리 집에 오는 데 어떻게 그래 그냥 집에 있어줘"

"알겠어"


손녀들이 어버이날이라고 카네이션 꽃을 사서 할머니 보려 오는 게 기특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 데 나중에 알고 보니 어머님이 오라고 얘들에게 전화를 하셨다.

어머님도 오면 오고 안 오면 그만이라고 하시고는 전화는 왜 하셨지 모르겠다.


집에 도착하니 6시 얘들끼리 삼겹살을 구워 먹으려고 하고 있었다. 사촌끼리 식사 준비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주고 밥 먹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손녀들 오라 해서 용돈이 주고 싶으신 거 같았다.  늦게 까지 있다가 얘들이 집으로 갔다.

큰집얘들이 가고 나서 큰딸이

"엄마가 왜 피곤한지 알 것 같아 1박 2일 동안 정말 힘들었어."

"이제 엄마를 이해하겠지? 엄마가 없어봐야 아는 거야"


다음날 아침 둘째 형님에게 전화가 왔다.

"동서 오늘 집에 있어요?"

"네"

"어제 어머님께 전화했는 데 오늘 내려 갈려고 하는 데 동서 볼일 있으면 어머님만 보고 가도 되고 같이 보면 더 좋고요."

"몇 시쯤 오세요?"

"12시쯤 될 것 같아요. 뭘 먹으면 좋을까요?"

"근처 감자탕집에 예약해 놓을게요 그리로 바로 오세요"

"이따 봐요."

전화를 끊고 어머님께 전화 온 거 왜 얘기 안 해 오시냐고 물어보니 깜박하셨다고 한다.

형님(남편의 누나)도 같이 와서 점심을 먹고 우리 집에서 차 한잔 마시고 모두 돌아갔다.


어머님의 3번의 어버이날 행사도 이렇게 끝이 났다.

다 돌아가고 난 다음 어머님께 이렇게 다 보니 좋으시지요 하고 물으니

"그럼 좋지 내 속으로 나은 내 새끼 보는  안 좋을까 니도 나중에 니 새끼들 오면 좋을 거다."

자주 못 보니 이렇게 라도 보면 좋지만 한 번에 같은 날 오면 제일 좋을 것 같다.

어머님 마음이해는 하지만 같이 사는 며느리 생각도 조금 해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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