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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호 May 23. 2024

시어머님의 나들이

부처님 오신 날에 생긴 일

나는 종교는 딱이 없지만 부처님 오신 날은 연등을 달고 크리스마스에는 트리를 벽에 단다.

연등을 한번 달기 시작하면 계속 같은 절에 달게 된다.

이번 부처님 오신 날도 연등이 잘 달려 있는지도 볼 겸 절에서 주는 비빔밥도 먹으려고  다녀올 생각이다.


며칠 전부터 어머님께 절에 가실래요를 여러 번 물어보았다.

"나는 절에 안 간다."

"저는 절에서 점심 먹고 올 건데 어머님 점심은 어떡할까요?"

"내가 알아서 먹던지 할 테니 신경 쓰지 마라."

어머님은 예전에는 절에서 방생도 하시고 행사마다 다 참여하셨는 데 몇 년 전부터 교회에 다니시고는 절에는 발걸음도 하지 않으신다.


절에 가려고 준비하고 있는 데 어머님 전화기가 울렸다.

"그냥 집에 있다. 아무 데도 안 간다. 형님은 절에 간단다." 하고 전화를 끓었다.

"어머님 누구예요?"

"막내 며늘"

"왜요?

"응 얘들이랑 바람 쐬려 간다고"

도련님네는 휴일이라 아이들과 바람 쐬려 가는 데 내가 집에 있으면 어머님을 모시고 같이 오라고 전화한 것 같았다. 내가 절에 간다고 하니 알겠다고 전화를 끓은 모양이다.

"어머님 같이 간다고 하세요? 집에 혼자 있으면 뭐해요 바람이라도 쐬고 오세요?" 

"뭐 하러" 생각을 하시더니 "나가 보까?"

"갈 때 집에 와서 어머님이랑 같이 가자고 전화하세요?"

전화를 하니 이미 출발을 했고 도착해서 아이들을 내려두고 어머님을 모시로 다시 온다고 했다.

"그럼 어머님 절에 갔다 올게요 도련님 오면 잘 다녀오세요"

"알았다."

아무도 없는 집에 어머님만 두고 가기가 좀 그랬는 데 도련님네랑 나들이도 하고 점심도 드시고 오시니 마음이 놓였다.


집에서 걸어서 30분 정도거리에 있는 절에 갔다가 돌아오니 1시에 다 되어 가고 있었다.

현관문이 띠링하고 열리고 어머님이 들어오셨다.

"왜 이렇게 빨리 오셨어요?"

"아이고 가다가 차가 사고가 나가"

"사고요?  다친 데는 없으세요?"

"다친 데는 없는 데 차가는 데 뭐가 떨어져서 차유리가 동그랗게 들어가서 아이고 얼마나 놀랐는지"

정신이 없으셔서 천천히 다시 물어보았다.

도련님이 김밥을 사려고 차를 주차하고 있었는 데 위에서 물체가 떨어져서 차 앞유리가 파손되어서 근처 지구대에 가서 얘기를 하니 여기서 해결한 문제가 아니라고 가까운 경찰서로 가라고 해서 어머님은 집으로 모셔다 주고 도련님은 경찰서로 신고하려 갔다고 한다.  

손에는 손주들 주려고 가져간 과자 봉지를 그대로 들고 나들이 장소도 점심도 드시지 못하고  오셨다.


"내가 오늘은 아무 데도 안 려고 했는 데 괜히 따라간다고 해서 사고가 났다 집에 가만히 있어야 했었는 데..."

"어머님 때문이 아니에요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잘 해결돼야 할 건데.."


어머님은 계속 나들이 따라간다고 해서 사고가 났다고 내가 안 갔다고 했으면 저거끼리 잘 놀았을 건데 하시며 도련님이 해결되었다는 전화가 올 때까지 같은 말을 반복하셨다.

사고 2시간 정도 지났을 때 도련님이 잘 해결되었다고 전화가 왔다.

경찰과 같이 대동해서 사고  곳에 와보니 김밥집 근처에서 건물을 짓는 공사를 하고 있었는 데 그곳에서 뭐가 떨어져서 차에 손상을 입었고 안전장치를 하지 않은 공사 관계자는 두말도 하지 않고 차 수리를 해주었다고 한다.

잘 해결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어머니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잘 해결 안 되면 내가 미안하고 차 수리비는 또 얼마나 나올지.. 해결돼서 정말 잘 됐다."

"잘 해결 안 되었으면 어머님이 도련님 차 수리비 주시면 되지요."

"내 돈 없다." 잘 해결되어 웃을 수 있었다.


이 일이 있고는 어머님은 당분간 같이 사는 사람 외에는 나들이를 가지 않으시겠다고 한다.

사고가 어머님 때문도 아닌데 스스로를 탓하시는 것 같다.

"어머님 큰 사로로 이어질 뻔했는 데 그만하길 다행이에요." 하며 작게나마 계속 위로해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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