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공무원 면접시험에 따라간 이유
딸과의 1박 2일
딸이 국가직 공무원 시험 필기에 합격했다.
발표날까지 긴장을 하고 있었는 데 합격했다니 너무 좋았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남아 있다 면접시험이다.
국가직이라 면접을 보러 다른 지방으로 가야 한다.
"어디서 면접시험 치는 거야?
"일산으로 가야 하네 나는 토요일오후하는 데"
"그래 일단 숙소부터 예약해야지?"
면접장 바로 앞에 비즈니스호텔을 예약했다.
하루 자고 오면 어머니는 어떡하지? 나의 부재 시 어머님의 식사가 걱정이다.
큰딸과 같이 움직이면 집에 챙겨줄 사람이 더 없다.
퇴근하고 온 남편에게 지방으로 면접을 보려 가야고 했더니
"같이 갔다 와 내가 쉬면 되지"
"그래도 될까?"
자기 엄마니 하루 정도는 챙겨줘도 되겠지
모든 일을 내가 해야 한다는 이 마음도 좀 내려놓아야 하는 데 잘 되지 않는다.
막상 같이 간다고 생각하니 내가 따라가서 뭐 하나? 딸 공부하는 데 괜히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엄마가 따라가면 불편하지 않을까?"
"나는 괜찮은데 근데 엄마는 거기 가서 뭐 할 거야?"
"엄마는 걸어도 되고 구경도 하지 뭐"
비행기 표를 끊으면서 계속 망설였다. 혼자 보낼까? 같이 갈까?
정장도 들고 가야 하고 면접 보는 동안 짐도 들어줘야 할 것 같고 혼자 보내는 것보다 같이 가서 응원도 해주고 챙겨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큰딸과 둘이만 가는 1박 2일은 처음이다.
출발하기 전날 밑반찬과 국을 만들어 놓고 시장도 봐두었다.
남편이 편하게 이것저것 챙겨 놓고 금요일 오후에 출발했다.
비행기에 몸을 싣고 큰딸만 생각하고 집은 잠시 잊어버리기로 하니 마음이 한결 편했다.
한 달 전에 비행기를 탔다고 고소공포증의 긴장은 덜했다. 오히려 딸이 오랜만에 비행기를 타서 인지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버스를 타보고 싶었지만 오래 기다려야 해서 택시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한 달 전에 한번 와 봤다고 일산신도시가 낯설지가 않았다.
딸에게 이곳저곳을 설명하면서 많이 와본 사람처럼 얘기를 하고 있었다.
숙소에 짐을 넣어두고 면접시험을 칠 장소를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일주일 동안 면접을 보니 정장을 입은 수험생들이 있었다.
늦은 시간이라 사람이 많지는 않았는 데 방금 면접을 보고 나온 듯한 수험생들이 우르르 나왔다.
부모로 보이는 듯한 사람이 아들을 맞이하며
"면접은 어땠어?" 하고 물었다.
'아 나만 면접장에 따라오는 게 아니었구나 잘 왔네'하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 근처에서 코다리찜을 저녁으로 먹으며
"엄마 근데 긴장이 하나도 안되네"
"그럼 좋지 아직 다가오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어"
"그런가"
"그래도 엄마가 같이 있으니까 좋다."
"이거 해주려고 엄마가 따라온 거잖아 저녁 안 챙겨도 되니 엄마도 좋네."
아침으로 계획은 콩나물 국밥을 먹으려고 했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고 긴장하면 못 먹을 것 같아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것을 사고 숙소로 들어왔다.
내일 시험을 위해 딸은 마무리 공부를 하고 난 오랜만에 편안함을 느끼며 쉬었다.
편안함도 잠시 내가 시험을 치는 것도 아닌데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다음날 11시 30분 집합이라 느끈하게 준비하며 아침을 먹었다.
삼각김밥과 라면을 먹던 딸을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며 삼각 김밥만 겨우 먹었다.
"엄마 이제 긴장이 되네"
"시간이 다가와서 그런가 보다 마음을 편안하게 가져봐"
체크인을 하고 시험 장소로 향했다.
검은 정장을 입을 무리들이 하나둘 모여 있었다.
시간이 남아 의자에 대기하고 있는 데
"오후시험 치는 분들 저쪽으로 와서 줄 쓰세요"
수험생은 줄을 서있고 그 옆으로 부모들이 줄을 서있었다.
이렇게 많은 부모들이 응원하려 올 줄이야 오지 않았으면 딸이 더 긴장이 되었을 것 같아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이 수험장에 들어가는 모습이 보니 괜스레 마음이 찡 했다. 여기 있는 모든 부모들이 같은 마음이겠지
"딸 파이팅 잘 보고 와"
딸은 100조에 1번으로 들어가서 면접시험을 본다. 시험을 치고 나오면 2시 30분쯤 된다고 했다.
1번이라 많이 떨리기는 하지만 오래 대기하지 않아 다행이다.
딸이 시험장에 들어가고 내려갈 비행기 표를 예약했다. 시험이 언제 끝날 지 몰라 올라올 때 편도로 왔어 내려갈 비행기를 서둘러 예매했다. 4시 40분 비행기를 예매했다.
비행기도 예매했고 딸도 시험장에 들어갔으니 근처를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주어진 시간은 2시간 정도 되었다.
일단 점심을 먹고 커피 한잔을 사서 손에 들고 여유 있게 걸으려니 햇빛이 너무 따갑다.
그래서인지 걷는 사람이 많지 않다 햇빛을 피해 그늘로 걸어보았다.
한 달 전에 왔던 숙소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고 그때 삭막했던 느낌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도시가 와닿았다.
낯선 도시를 토요일오후에 걸을 수 있다니 행복했다. 행복도 잠시 딸이 시험장에서 나올 시간이 되었다.
"엄마 얼마나 떨었는지 몰라 종이를 들고 있는 데 종이가 흔들렸어"
"다른 사람도 다 그렇게 떨었을 거야 질문에 대답 못한 것도 있어?"
"다 대답한다고 했는 데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어"
"수고했다."
딸의 면접 인강 수업을 들었던 강사님이 근처 카페에 오면 차를 사준다고 그곳을 잠깐 들러서 얘기를 나누었다.
여러 수험생들이 둘러 사여 질문도 하고 한참 있었다.
돌아가기 전에 플래카드가 시험장에 걸려있어 사진을 한 장 찍고 돌아오려는 데
"시험 끝났어요 몇 번이에요"
"저는 1번이요"
"우리 아들은 4번인데 언제 나올까?"
부부가 다정하게 과자를 나누어 드시면서 아들을 기다리는 모양인데 딸에게 이제 나왔냐고 물어보았다.
"4번이면 한참 있어야겠네요"
"그러네"
시험장을 뒤로하고 택시에 몸을 싣고 공항으로 향했다. 가는 택시에서 딸은 시험장 일을 열심히 이야기를 했다.
딸덕에 공무원 면접 시험장 체험도 하고 자유 시간도 즐기고 딸과의 시간을 더 보내지 못하고 돌아서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같이 와서 딸도 응원할 수 있어 좋은 시간었다.
이제 결과를 기다려야 하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딸아 그동안 수고 많이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