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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호 Sep 06. 2024

시어머님이 딸 집에 가는 이유

시어머님의 사회생활

시어머님과 같이 산지 8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형님이(남편의 누나) 어머님께 계속 자기 집에 놀려오라고 여러 번 말했었다.


"엄마 올케 힘들다. 며칠만 우리 집에 있다가 가라"

"너희 집에 뭐 하려 가도 니 일 가고 나면 혼자 있는 데 안 갈란다."


우리 집에 오시고는 형님집에서 한 번도 주무신 적이 없다 그전에는 일주일씩 가서 주무시고 했는 데 왜 가시지 않는지 물어봐도 혼자 있어서 안 간다고 하신다.

혼자 사실 때도 혼자인데 혼자인 게 싫으신 건지 이유를 모르겠다.


"어머님 왜 형님집에 안 가세요 자꾸 오라는 데 한 번은 가셔야지요?"

"자꾸 옛날 이야기 하고 잔소리 많이 하니 싸워서 안 갈란다."

"형님이 잔소리해서 안 간다고요?"

"그래"

어머님은 형님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가지 않는다고 하신다.

딸이라 며느리랑 다르게 더 친근하니 잔소리를 많이 하게 되기는 한다.

나도 딸 입장이 되어봐서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며칠 후에 형님집에 가겠다고 하신다.

형님(남편의 누나)은 조그만 텃밭에서 농사를 짓는 데 수확할 게 있다면서 가신다는 것이다.

어머님은 바로 수확한 완두콩을 삶아서 드시는 것을 좋아하신다.


"가서 농사일하시려고 가시는 거예요?"

"완두콩도 따고 갈치젓갈도 얻어오고 해야지"

"갈치젓은 아직 숙성이 안되었다면서요"

"가서 보고"


금요일 낮에 어머님을 형님집에 모셔다 드렸다.

다고 하다가 완두콩에 마음이 바뀌어 가신다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형님집에 도착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머님은 주간보호센터 친구분에게 갈치젓갈을 가져다준다고 돈을 받으셨다고 한다.  

친구분이 갈치젓을 좋아하는 데 살 때가 없다고 하니 우리 딸 집에 낚시해서 잡아와 절어놓은 갈치젓이 있다고 했고 그래서 친구분이 돈을 주면서 좀 사달라고 했다고 한다.

형님한테 말을 하니 아직 숙성이 안 돼서 못 먹는다고 주지를 않으니 숙성시켜서 먹는다고 가져다 달라고 해서 형님집에서 그걸 가지려 오신 거였다.

이제야 의문이 풀렸다 그렇게 안 간다고 하시다가 형님집에 간 이유를 알게 되었다.

갈치젓갈 때문이었다.


다음날 갈치젓을 가져가시고 상추를 받아오셨다.

젓갈을 줘서 고맙다고 친구분이 텃밭에 농사지은 거라면서 가지고 오셨다.

주간 보호 센터에 적응을 잘하셔서 친구도 많이 사귀고 사회생활도 잘하고 계신 거였다.

다들 치매에 리고 지병들도 있지만 나누고 같이 먹고 하는 것은 잊어버리지 않으신 거 같다.

그 후로도 딸 집에 감자, 양파를 가지려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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