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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랑 Oct 19. 2024

그리고 산이 울렸다.

알듯 말듯한 울림



아프가니스탄 출신 작가인 할레드 호세이니의 세 번째 작품. ‘그리고 산이 울렸다.’

산이 많은 아프가니스탄을 중심으로 늘 그 자리에 묵묵히 서서,

우리네 모습을 바라보는 산이 전하는 묵직하면서도 잔잔한 울림이 있는 책.



너무나 낯선 나라이고, 여행, 문화, 교양 프로그램이 아닌 뉴스를 통해 접하는 나라이며,

살면서 방문할 일 전혀 없을 거 같은 나라이지만, 그곳 역시 같은 하늘 아래 우리와 비슷한 모습을 한

누군가가 희로애락 속에서 살아가는 곳이기에, 그들의 희로애락을 간접적으로나 느껴보고 싶어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두꺼운 책에 비해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단순한 줄거리에 비해 전달되는 메시지는

독자의 수만큼 각양각색의 울림으로 남는 책이다.


‘그리고 산이 울렸다’ 혹은 그냥 ‘산이 울렸다’

작가가 굳이 ‘그리고’라는 접속사를 제목에 넣은 이유는 뭘까?

아마도, 앞 문장의 여백을 통해 평면적 울림을 넘어 입체적으로까지 그 울림이 전달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1952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헤어진 어린 남매, 압둘라와 파리가 2010년 미국에서 만나기까지의

긴 이야기지만, 정작 책 속에 남매의 삶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없다.

남매가 헤어질 수 뿐이 없는 비극에서 소설은 시작하나, 이야기는 남매의 아버지와 새어미니의

젊은 시절을 거쳐 남매의 의붓삼촌인 나비에게로 이어지고, 다양한 인물들과 그 인물들이 머무는

다양한 나라로 이동한다.

압둘라와 파리는 멀어져 버렸고, 멀어진 남매 사이를 부수적인 이야기로 채우는 듯 보이나 오히려

그것들은 징검다리가 되어 58년 만에 남매는 만나게 된다.



떠나고자 했으나 머물렀던 나비, 딸을 가슴으로 품었으나, 딸에게 너무나 많은 혼란만을 남기고 자살한 닐라, 끊어낼 수 없는 고국 아프칸에 대한 복잡 미묘한 양심과 현실의 무게 앞에서 고민은 했으나, 고민만 했던 이드리스. 새로운 정체성에 눈은 떴으나, 자신의 삶에서 달아날 수 없었던 아델. 평생을 어렴풋한 진실 속에서 살았던 파리.

모두 아프칸으로 인해 가지게 된 딜레마로 그 안에서 발생하는 인물들의 갈등이 결국 이 소설의 묘미이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전작인

연을 쫓 아이, 천개의 찬란한 태양 만큼의 읽는 맛은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알듯 말듯한 울림으로만 채워져 있는 듯하다.

아프간을 벗어난 다양한 인물, 다양한 배경이 등장하는데,  풍성하다는 느낌보다는

잔가지가 많은 느낌이고

심지어, 아프칸의 대표 작가라는 부담스러운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픈 마음이 이렇게

반영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그런 차원에서,

이 소설 등장 인물 중

의사인 아드리스(아프칸을 떠난 성공한 망명자이고 다시 아프칸을 방문하는데, 방문을 하는 이유가 아마 자신의 집을 찾기 위함이었다)에 작가의 모습을 살짝 투영해 보았다. 아드리스는는 상처입은 어리 소녀인 로시한테 정말 할 만큼 다 했으나, 끝까지 책임을 지지는 못했고, 그로 인한 죄책감을 늘 안고 살았다.

아프간으로 인해 생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속에서 늘 방황했으나,

한번만 눈감으면 되고 눈감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그 갈등은 작가 본인의 갈등이지 않을까??

작가 본인도 의사출신이고 무엇보다 인간인데, 늘 양심적이고 옳은 결정만 하는 것은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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