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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환 Nov 20. 2024

결국 모두 돌아가야 한다

캐나다하면 유명한 도시, 서쪽의 밴쿠버와 동쪽의 토론토가 있다. 특히 워홀 많이 가기로 유명하다. 토론토는 좀더 인텔리한 느낌, 일보다는 학업위주인 칼리지나 유니버시티를 목표로 하는 이들이 좀 더 많다고 알고 있다. 오는 방식은 다양한데 워홀말고도 칼리지 코업이라던가 그냥 관광비자로 어학원만 몇 달 계획하고 오기도 한다. 각자의 작고 큰 꿈을 품고 여기 밴쿠버에 모두 모인다. 공통점은 딱 하나다. 대부분의, 이렇게 온 거의 모든 사람들은 결국 떠난다.


워홀의 성지, 밴쿠버는 우리 나라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밴쿠버 다운타운을 걷다보면 다양한, 진짜 말그대로 수많은 언어를 들을 수 있다. 어학원의 첫 날은 오리엔테이션이었다. 그 주에 들어오는 인원들을 모아 아이스브레이킹게임을 한 후, 짧게 밴쿠버 다운타운 투어를 시켜준다. 이 때 아이스브레이킹 첫 시작은 각 나라의 인원 수를 체크하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도착하는 순간부터 느낀다. 왜이렇게 한국인이 많지? 또 일본인은 왜이렇게 많아? 그 둘 합쳐 거의 70%가 넘는다. (이는 어학원마다 다르다곤 하지만, 주류인 건 맞을 것이다.) 그 외로 타이완, 타일랜드, 브라질, 그리고 멕시코가 좀 많았고, 나머지는 각자의 나라에서 한두명씩 있었다. 


마찬가지로 어학원 어떤 수업을 들어가도 클래스의 대부분은 한국인인 경우가 많다. 왜냐 생각해보면 다들 고만고만한 실력으로 와 중간 정도의 레벨에 대부분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 그러했기에 주변에는 늘 한국인들이 많았다. 대부분 관계가 캐주얼하고 얕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래도 그 중 결이 좀 맞고 친해진 이들도 몇 있다. 우리들의 대화 주제는 보통 언제 돌아갈까이다. 그 관계에서 즐거움과 함께 아쉬움이 동시에 느껴진다. 특히 관광비자나 학생신분으로 온 경우는 돌아가는 비행기까지 잡고 온다.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언제가 마지막인지 세는게 기본이 되버린다. 


그나마 한국이라면 돌아가서 볼 확률도 있으니 망정이다. 다른 외국에서 온 친구들과는 사실상 더이상 이어지기 힘든 환경이다. 이는 내가 관계를 맺는 성향과도 관련이 깊다. 좁고 깊은 인간관계를 지향하는 사람이다. 안 볼 사이라면 철저하게 관심밖으로 둔다. 반대로 만나서 즐거운 사람이고 좋은 사람이라 생각되면 오래도록 이어가려 노력한다. 좀 편해질랑 하면 디엠으로 연락이 온다, 한 달 뒤에 돌아간다고. 그 아쉬움이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점점 무뎌지는 것같다가도, 그 짧은 추억이 한층한층 쌓이고 있다. 아무리 인스타그램의 스토리에 좋아요를 누르고 가끔 디엠을 해도 대면하는 즐거움을 채워주지는 못한다.


돌아가는 이는 아쉬움을 느낀다. 남는 이들도 그 것을 느낀다. 한 쪽에서만 작용하는 법칙은 물리에서나 감정에서나 없다. 그에 추가로 각자는 부산물의 감정을 얻게 된다. 돌아가는 이의 입장은 되어보지 못했기에 모르나, 편함 혹은 익숙함을 얻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남는 이 측을 대변해보자면, 그들은 외로움이 축적된다. 자기 나라에서 겪은 아쉬움과 외로움을 토대로 외국에서의 것들이 쌓여간다. 평소에는 지켜보지 않기에 치명적인 줄 모르나, 가끔 아니 종종 이전 생활을 돌아보게 된다. 그럴때면 약간의 우울감을 느낀다. 밴쿠버에서든 서울에서든 과거는 과거다. 지나간 일들은 아름답고 아련하게 느껴진다. 군대같은 것도 그러한데, 하물며 그 것들이 좋은 기억들이라면 더 그럴 것이다.


인생은 늘 여행이고 게임같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즐거움을 느끼기에도 바쁘다. 그와중에 일도, 공부도 해야 한다. 게임의 사냥과 반복된 수련이 지겹다고 안할 수 없다. 중간중간 작고 큰 즐거움을 느끼는 것. 어쩌면 여행 중 호스텔에서 만난 사람들인 듯 인간관계를 흘려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나는 밴쿠버를 n년살이 여행중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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