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캐나다에서 체류한 곳은 근교의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호스테이였다. 홈스테이맘 (홈맘)은 남미계 사람이었고 4-5명의 기존 가족과 학생 2명을 받는 구조였다. 홈스테이는 3끼가 포함되어 렌트가 측정되고 특이한 건 1달이아니라 4주 기준이다. 그래서 매일 아침 조리해주시는 분과 홈맘을 마주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럴 때마다 첫인사는 항상 "Good morning"이다. 짧게는 그렇게 끝나기도 하고, 주말이거나 하면 그 날 뭐하는지를 서로 되묻기도 한다. 가족인듯 남인듯. 가벼운 듯하지만 서로의 관계를 끊기지 않게 이어주는 강력한 장치이다.
홈스테이에서 약 4달을 지낸 후에 이사를 결심했다. 큰 이유는 가격이다. 홈스테이가 약 CAD$1,300, 약 130만원 정도였다. 문제는 4주 기준이다보니 생각보다 더 비싸다는 것이다. 마이너한 이유 중 하나는 식사가 포함되어있어 외부 약속을 잡기 어렵다는 점. 친구와 한 끼 식사를 해도 두 배의 돈이 나가는 거니 소극적이게 될 수 밖에 없었다. 또 홈스테이 가족마다 다른 방식이긴 하나 식사시간의 문제도 있었다. 늦게 올 경우 남겨놓거나 냉장고에 넣어놓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나의 경우 그 시간에 오지 않으면 없음!이었다. 늦을 경우 그 날 아침에 미리 말해야했는데 약속이 그날 잡히거나 깜빡하고 말하지 않으면 잔소리 듣고 돈도 날려먹는다.
그렇게 찾은 곳은 한국인 커뮤니티에서 찾은 룸쉐어였다. 등급?이라면 뭐하지만 여기서 방을 부르는 명칭이 몇가지 있다. 마스터룸, 세컨룸, 덴, 솔라리움, 마지막으로 리빙룸이 있다. 간단하게 내려갈수록 가격이 싸지고 환경이 좀 열악해진다는 느낌으로 생각하면 된다. 내가 들어가는 곳은 세컨룸, 이는 중간 크기의 배드룸 + 화장실 쉐어로 생각하면 된다. 화장실쉐어는 마스터룸만 제외한다. 거기는 약 CAD$500 + a 정도하기에 메인룸에 화장실이 딸려있다.
룸메이트들은 한국인 2명과 일본인 1명이다. 추측하기로 마스터룸의 한국인 남자분이 통렌트 후 각각 렌트를 내고 있는 것같다. 전 홈스테이보다 맘편하고 요리해먹고 다 좋지만 아쉬운 부분이 딱 하나 크게 있다. 서로의 교류가 없다는 점이다. 며칠간 분위기를 살펴보니 원래부터 그랬던 듯했다. 가운데 주방에서 누군가 조리하거나 설거지를 하고 있다면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 통로에서 마주쳐도 눈인사 정도만 하고 말로 딱히 표현하지 않는다.
남인 관계에서 한국말로 물꼬를 트는게 굉장히 어렵게 느껴졌다. 부모님에게는 "일어나셨어요?" 친구와 여행에서는 "일어났어?" 정도 했었다. 뭔가... 뭔가 이 것들은 Good morning이 주는 가벼움이 없다. 그렇다고 마냥 "좋은 아침입니다"라고 말하기엔 그건 또 이상하다. 가장 민망할 때는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같이 탈 때, 그리고 같이 집으로 돌아오며 올라오는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칠 때이다. 서로 얼굴은 충분히 눈에 익었고 안다. 그러나 누구 하나 섵불리 말 꺼내기가 어렵다. 나만 그렇게 느끼나 싶기도 하고. 지금은 그냥 받아들이고 자연스러운거니 하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