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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환 Nov 12. 2024

긴장, 다음의 익숙해짐

24년 3월 캐나다, 여기 밴쿠버에 도착했다. 그 후로 벌써 반년이 훌쩍 지나갔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 지나갔다. 그 전부터 몇 년간 이어온 습관이 있었던 일들과 따라오는 생각들을 노트(영어론 notebook...)에 적는 것이다. 주저리주저리 적다보면 1페이지 2페이지 넘어가기도 한다. 정리도 안되고 여기저기 흩뿌리듯 쓴다. 여기 와서 몇 달간 많은 걸 발견했다. 2x년간 몸담았던 한국의 사회, 모습들과 밴쿠버의 것들을 느끼고 비교해본다. 처음엔 긴장도 많이 했고 모든게 다 신기했다. 길 다닐때마다 와와거리며 사진찍고 표지판도 건물도 사람들도 모든게 재밌었다. 점점 익숙해져갔다. 이제는 늘 다니던 길, 매번 가는 공원들이 일상이 되었다. 떄마침 여름도 다 가고 겨울이 되는 시점의 밴쿠버는 비의 도시, 레인쿠버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문득문득 서울의 생활이 떠오른다. 경남 출신에서 부산에서 대학과 첫 직장을 지내고, 또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특히 서울로 올라갈 때, 나도 부모님도 친구들도 긴장했다. 그들이 하는 농담이 "서울에서 눈뜨고 코베인다"라는 말이었다. 친구들은 농담일지라도 부모님은 그게 아니었을지 모르겠다. 나도 참 긴장하고 첫 몇 주간은 깊은 곳에 빠진 경험이 떠오를 정도로 우울해져갔다. 다행히 주변을 둘러보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며 '이게 서울이구나', 점점 익숙해져갔다. 그렇게 나는 서울에 3년간 한 번도 남산을 가보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



밴쿠버는 재미의 도시는 아니다. 바다가 이쁘고, 산이 크고, 하늘이 맑다 (비 올 때를 제외하면). 마냥 하늘만 봐도 즐겁던, 공원에 앉아서 노트와 연필 하나만 있어도 감탄사가 나온던 시기는 지나갔다. 모든 건 일상이 되었다. 장보고 요리해먹기, 그리고 나머지는 파트타임, 운동, 칼리지가 대부분이다. 매번 한국에 돌아갈 날이 언제일까 떠올려보면 이게 꿈이 될지도 모른단 생각을 한다. 그럴 때마다 무작정 패딩하나 걸치고 밖을 하염없이 걷기도 한다. 다시 못올 풍경이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늘 그 경계선에서 왔다갔다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주변 친구들이 여행으로 갈까?라고 하면 꼭꼭 여름에 오라고 했다. 여름의 밴쿠버는 지금의 서울에서는 상상못할 맑은 하늘을 선사한다. 몇 달 되었다고 벌써 그리워지는 여름이다. 몇 달간의 삶이 긴 추억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언젠간 이 긴 레인쿠버의 기간도 추억이 되겠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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