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하면 유명한 도시, 서쪽의 밴쿠버와 동쪽의 토론토가 있다. 특히 워홀 많이 가기로 유명하다. 토론토는 좀더 인텔리한 느낌, 일보다는 학업위주인 칼리지나 유니버시티를 목표로 하는 이들이 좀 더 많다고 알고 있다. 오는 방식은 다양한데 워홀말고도 칼리지 코업이라던가 그냥 관광비자로 어학원만 몇 달 계획하고 오기도 한다. 각자의 작고 큰 꿈을 품고 여기 밴쿠버에 모두 모인다. 공통점은 딱 하나다. 대부분의, 이렇게 온 거의 모든 사람들은 결국 떠난다.
워홀의 성지, 밴쿠버는 우리 나라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밴쿠버 다운타운을 걷다보면 다양한, 진짜 말그대로 수많은 언어를 들을 수 있다. 어학원의 첫 날은 오리엔테이션이었다. 그 주에 들어오는 인원들을 모아 아이스브레이킹게임을 한 후, 짧게 밴쿠버 다운타운 투어를 시켜준다. 이 때 아이스브레이킹 첫 시작은 각 나라의 인원 수를 체크하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도착하는 순간부터 느낀다. 왜이렇게 한국인이 많지? 또 일본인은 왜이렇게 많아? 그 둘 합쳐 거의 70%가 넘는다. (이는 어학원마다 다르다곤 하지만, 주류인 건 맞을 것이다.) 그 외로 타이완, 타일랜드, 브라질, 그리고 멕시코가 좀 많았고, 나머지는 각자의 나라에서 한두명씩 있었다.
마찬가지로 어학원 어떤 수업을 들어가도 클래스의 대부분은 한국인인 경우가 많다. 왜냐 생각해보면 다들 고만고만한 실력으로 와 중간 정도의 레벨에 대부분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 그러했기에 주변에는 늘 한국인들이 많았다. 대부분 관계가 캐주얼하고 얕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래도 그 중 결이 좀 맞고 친해진 이들도 몇 있다. 우리들의 대화 주제는 보통 언제 돌아갈까이다. 그 관계에서 즐거움과 함께 아쉬움이 동시에 느껴진다. 특히 관광비자나 학생신분으로 온 경우는 돌아가는 비행기까지 잡고 온다.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언제가 마지막인지 세는게 기본이 되버린다.
그나마 한국이라면 돌아가서 볼 확률도 있으니 망정이다. 다른 외국에서 온 친구들과는 사실상 더이상 이어지기 힘든 환경이다. 이는 내가 관계를 맺는 성향과도 관련이 깊다. 좁고 깊은 인간관계를 지향하는 사람이다. 안 볼 사이라면 철저하게 관심밖으로 둔다. 반대로 만나서 즐거운 사람이고 좋은 사람이라 생각되면 오래도록 이어가려 노력한다. 좀 편해질랑 하면 디엠으로 연락이 온다, 한 달 뒤에 돌아간다고. 그 아쉬움이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점점 무뎌지는 것같다가도, 그 짧은 추억이 한층한층 쌓이고 있다. 아무리 인스타그램의 스토리에 좋아요를 누르고 가끔 디엠을 해도 대면하는 즐거움을 채워주지는 못한다.
돌아가는 이는 아쉬움을 느낀다. 남는 이들도 그 것을 느낀다. 한 쪽에서만 작용하는 법칙은 물리에서나 감정에서나 없다. 그에 추가로 각자는 부산물의 감정을 얻게 된다. 돌아가는 이의 입장은 되어보지 못했기에 모르나, 편함 혹은 익숙함을 얻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남는 이 측을 대변해보자면, 그들은 외로움이 축적된다. 자기 나라에서 겪은 아쉬움과 외로움을 토대로 외국에서의 것들이 쌓여간다. 평소에는 지켜보지 않기에 치명적인 줄 모르나, 가끔 아니 종종 이전 생활을 돌아보게 된다. 그럴때면 약간의 우울감을 느낀다. 밴쿠버에서든 서울에서든 과거는 과거다. 지나간 일들은 아름답고 아련하게 느껴진다. 군대같은 것도 그러한데, 하물며 그 것들이 좋은 기억들이라면 더 그럴 것이다.
인생은 늘 여행이고 게임같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즐거움을 느끼기에도 바쁘다. 그와중에 일도, 공부도 해야 한다. 게임의 사냥과 반복된 수련이 지겹다고 안할 수 없다. 중간중간 작고 큰 즐거움을 느끼는 것. 어쩌면 여행 중 호스텔에서 만난 사람들인 듯 인간관계를 흘려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나는 밴쿠버를 n년살이 여행중인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