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fine thank you, and you?
어려서부터 대화와 소통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 몇 시간을 떠들어도 할 말이 많고 재밌게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늘 부러웠다. 남들을 따라하려고도 노력해봤지만 몇 년을 마음만 먹고 실천하지 못했다. 그 의지는 나라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천성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대부분의 대화에서 나는 들어주는 역할을 자처했다. 나의 이야기를 하기보다 남의 이야기를 하염없이 들어주었다. 그 땐 단점이 더 크다고 생각했지만 장점도 많다. 의도치 않게 타인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종종 듣게 되었다. 내가 나의 이야기를 안하는 만큼 제 3자의 이야기들 전달하지도 않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뒷담화라든지 다른 이의 이야기를 말하는 경우가 드무니 거기서 은근한 믿음이 나오나보다.
당연하게도 큰 단점이 있다. 수동적인 관계가 형성된다. 상하의 관계라고도 할 수 있겠다. 말하는 이와 듣는 이의 포지션이 정해진 관계가 많다. 언젠가 이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법을 여기저기 찾아보았다.
첫 번째, "나의 이야기를 하라"
고기도 먹어본 놈이 안다고 말도 해본 사람이 잘한다. 나는 이야기를 맛깔나게 전달하는 걸 타고 나지 못했다. 유머와 재미는 나와 거리가 먼 단어들이다. 준비되지 않는 이야기를 말해야 할 때면 생각나지 않는 단어로 자주 말을 더듬는다. 발표, 면접, 토론 등은 떨지 않고 하는 반면, 일상 대화가 오히려 더 어렵다. "오늘 어땠어?"같은 질문 말이다. 다른 솔루션이 필요했다.
둘 째, "되묻게 만들어라"
대화란 본디 주고 받는 것이다. 상대방과 서로 말하고 듣는 것이다. 먼저 물어보는 것이다. 어제 뭘 했는지, 뭘 좋아하는지. 공을 먼저 던지고 그 쪽에서 다시 던져지게 하는 것. 어찌 보면 내가 했던 것들과 별반 다를 것없이 느껴진다. 받아들이라고 말하는 것같다. 이 방식의 문제점은 상대방이 말이 너어어무 많은 경우이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을 했다. '나중에 그 사람은 당신에 대해 궁금해질 것'이라고. 당연하게도 겪은 사람들 중 그런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었다. 두세번 만나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게 된다.
먼저 묻는 사람들도 많다. 그 때 필요한 것이 "and you?"이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만큼 상대도 그럴테니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사실을 늦게 알았다. 나도 앞에서 말한 말 많은 사람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할 때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 수십번도 본 책이나 영화들이나 어떤 주제들은 무릎반사처럼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스크립트가 있다. 상대에 대한 관계나 정보들로 레벨을 지키려고도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대화가 저 멀리 날아갈 때쯤에야 '뭔가 아닌데'라는 생각을 떠올린다. 나도 어찌보면 앞에서 말한 말이 너무 많은 사람인 것이다.
I'm fine thank you, and you?
모든 한국인들이 알고 있는 문장이다. 그 어렵다는 "How are you?"에 대한 교과서적 대답이다. 찾아보니 외국에서도 텍스트북에서만 쓰는 말이라고 한다. 실제로 정말 자주 하는 대답은... "Good, how are you?"이다. 영어 문화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되묻는 것이다. 한국으로 치면 "잘 지내셨어요?", "네, 잘 지냅니다. 저는 요즘 어쩌고..." 이런 걸 하지 말라고 한다. "How are you?" "I'm good" 이 대화는 참으로 끝이 어색하다. 잠깐 스쳐지나가도 서로 한 마디씩은 한다. 내가 부족했던 것은 그것이었다. 내가 어색하다는 이유로 관계 자체를 불편하게 만들어 왔다. 내가 원했던 것, 그리고 해야했던 것은 and you였다.
되돌아보면 즐거웠던 대화는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하고싶은 말이 남지 않는 경우였다. 이야기를 듣다보면 관련된 나의 것들도 하나둘 떠오른다. 나름의 배려를 위해 빈 호흡을 기다린다. 그러다가도 상대는 주제를 훅훅 바꿔버리면 머릿속 이야기들은 입으로 나오지 못하게 되버린다. 먼저 끼어들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뭔가 미안한 마음이 든다. 상대방의 이야기하는 즐거움을 뺏고 싶지 않다. 그럴 때쯤 매듭을 짓고 나에게 공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보통 그런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