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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염 Mar 16. 2023

 유치원은 쉽지 않지.

내꺼보다 어려운 너의 사회생활.

유치원에 보낸 지 딱 일주일째다.  무던하게 잘 가고 잘 오고, 밥도 맛있었다고 하고 작은 가정식 어린이집을 다니다 규모가 큰 유치원에 다니니 나름대로 재미있어했다. 노심초사한 것에 비해 생각보다 적응을 잘해서 대견했다.


오늘은 아이가 눈을 뜨자마자 ,  

"엄마 오늘 유치원 가?"라고 물었다.

"응 당연히 가지 "라고 대답하고 잠이 가시지 않은 볼록한 볼에 평화롭게 뽀뽀를 하고 출근준비를 시작했다. 세수하고 로션 바르고 옷을 입고 이것저것 하다가 문득, 아이가 너무 조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잠들었나 싶어서 새우처럼 옆으로 드러누운 둥근 등을 쓰다듬으려고 침대로 기어들어갔는데 아이가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흐느끼고 있었다. 우리 아이는 대체로 아이처럼 운다. 크게 입을 열고 온 얼굴을 사용해서 다채롭고 시끄럽게 우는 편이다.  이렇게 소리 없는 흐느낌은 처음이었다. 놀라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유치원에 가는 게 슬퍼서 운다고 했다. 왜 슬프냐고 했더니, 낯설고 부끄럽고 불편하다고 했다.  


아이가 적응을 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적응을 시도하지도 못할 만큼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나의 무심함을 반성했고, 무심하지 않다한들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그냥 바쁜 아침에 조금 더 시간을 내서 안고 달래주고 아이에게 하는 건지 나 자신에게 하는 건지 모를 괜찮다는 말을 몇 번 반복한 후, 우는 아이의 얼굴에 윗도리를 끼우고, 우느라 무력해진 몸뚱이에 대충 바지를 끼워 올린 후, 작은 손을 잡고 차를 태워 아침을 시작했다. 아이는 흐느낌을 마음에 품고 오늘도 유치원에 갔다. 아마도 오늘 하루를 보내면서 한두 번쯤 흐느낌이 서러움이 되어 몸 밖으로 터져 나올지도 모른다. 그저 오늘 아이가 한 두어 번 울었어요 정도의 사소한 문장 한 줄로 간추려질 아이의 감정이 내 마음에 무겁게 내려앉는 것 같았다.  


흐느끼는 아이를 달래는 동안에도 시간은 흐른다. 성의껏 달래는 것보다, 흐느끼는 아이의 눈치를 살펴가며 옷을 갈아입히는 일에 전념하게 되는 시간이다. 무엇을 위해 눈을 뜨고 일어나고 일을 하러 나가는지, 나를 쫓아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살아가기 위해, 그러니까 그럭저럭 먹고살기 위해 한다고 여기는 일이 , 무엇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은 아닌가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이 들면 두려워진다. 내가 처해있는 현실이 바로 내가 아이에게 물려줘야 할 현실이라는 사실이 실감 나서 내가 처한 모든 것은 내가 물려줄 모든 것이기 때문이라서 약간 막막한 기분이 든다.


아이는 결국 적응해 낼 것이다. 한 달이 걸리든 육 개월이 걸리든 결국은 익숙해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떤 것은 포기할 줄 아는 법을 배우고, 좌절하거나 나름대로 극복해 내는 법도 배우게 될 것이다. 아이는 내내 담담하게 그 길을 갈 것이고 아마 나는 그렇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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