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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밋 Jul 09. 2024

초보 작가의 독립출판 글쓰기

<도대체 난 뭘 좋아해?> 비하인드 스토리

주변 사람들과 서로 안부를 묻다가 조심스럽게 "요즘 글을 쓰고 있고, 독립출판을 할 거야"라고 말하면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어떻게 글 쓰고 책 낼 생각을 했어?"


그러게.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기 전에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글을 쓴 적도 없었으면서 어떻게 장문의 글을 쓰고 책을 낼 결심을 했을까? 나의 글쓰기 경력은 다음과 같았다.


일기 쓰기(주로 2x2cm 칸 안에 작성)

취업용 자소설 쓰기

품의서·보고서 쓰기

회사 메신저로 동료 웃기기

초등학교 때 독후감 쓰기

상품평 쓰기


이런 내가 독립출판으로 에세이를 내고, 책이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다니.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비록 글쓰기 경험이 적었지만, 다른 사람이 공감하고 읽고 싶은 글을 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부분이 있다.





기획하기

브런치 작가 신청할 때 작성한 기획서가 글을 쓸 때 도움이 많이 됐고 단단한 뼈대가 되었다. 작가 소개, 브런치 활동 계획, 글 작성 샘플을 채울 때 참고한 글이 있다. 브런치스토리팀에서 작성한 '브런치 작가 신청 안내' 게시글 끄트머리에 작가 신청 결과 탈락한 경우, 참고하라고 링크한 세 개의 글을 읽고 주제를 정했다.


"지금 가장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것, 지금 가장 많이 고민하는, 내 속을 가장 썩이고 있는 문제가 바로 내가 써야 하는 글이다"


히읗 작가님께서 쓴 네 번만에 합격, 브런치 도전기 중 정여울 작가님의 글을 인용한 부분이 주제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됐다. 추가로 스테르담 작가님의 브런치 탈락되었을 때 돌아봐야 할 것들과 경욱 작가님의 브런치 5 수생이 브런치 작가가 되기까지를 같이 읽었다. 마치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 비법을 물어보면 "교과서 위주로 학습했어요"라고 대답하듯이 세 글 위주로 여러 번 읽고 글을 기획했다.


세 개 글에서 공통으로 말하는 것은 바로 '나만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었다. 내가 쓴 글로 예를 들면 특별히 좋아하는 것이 없는 사람의 이야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이 없어서 고민인 10년 차 디자이너의 이야기는 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가 조금 좁혀진다. 게다가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 이것저것 도전하고, 어느 지점에서 좋아하는 마음을 포기했는지 돌아보고, 내 방식대로 좋아하며 사는 이야기는 내가 가장 잘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식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에서 내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이야기로 좁혀가면서 글의 기획 방향을 정하는 데 신경을 가장 많이 썼다.



목차 구성하기

서점에서 책을 살 때는 목차부터 둘러본다. 목차에서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가장 궁금한 제목의 페이지를 펼쳐 읽는다. 읽어보고 다른 부분도 읽고 싶으면 책을 구입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럴 것으로 생각해 목차만 봐도 책을 읽고 싶게끔 하고 싶었다.


목차만 봐도 잘 쓴 책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는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참여한 출판 에디터의 인터뷰도 목차를 구성하는 데 공을 들인 이유 중 하나였다. '좋아하는 것이 없는 나'에서 시작해서 '좋아하는 것에 대한 내 생각 흐름 변화'가 잘 느껴질 수 있도록 각 장을 구성했다.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 별짓 다 하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사소한 이유에도 좋아하는 마음을 포기했던 순간을 되돌아본 경험. 이 경험을 토대로 좋아하는 마음을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된 경험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개인적으로 더 목차를 더 잘 짓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욕심만큼 하지 못해서 조금 아쉽다. 이 부분은 경험이 더 쌓여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제목 정하기

사람들이 흥미를 느껴서 읽고 싶게 만드는 글 제목을 쓰고 싶었다. 그렇다고 마치 몇몇 유튜브 섬네일처럼 내용이 딴판인 제목은 짓고 싶지 않았다. 특히 글의 내용을 요약해서 표현하면서 글이 전부 예상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또한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도록 적당한 글자 수의 제목을 지으려 했다. 브런치스토리 은경 작가님의 제목 레시피를 구독하고 참고했다.

 

제목을 비워놓고 글 쓰다가 제목으로 쓸만한 그럴싸한 문장이 나오면 바로 낚아챘다. 이런 방법으로 제목을 지은 글 중 하나가 '자기는 여자를 만지는 일을 해야 해'였다. 제목이 좀 자극적이어서 그런지 내가 쓴 글 중 가장 조회수가 높다. 주로 다음이나 브런치 메인화면에 뜬 글이 조회수가 높았는데 이 글은 오로지 제목만 보고 사람들이 많이 읽은 글이었다. 밑에 달렸던 독자분의 댓글도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는데 지금은 글을 비공개해서 공유할 수 없어 아쉽다. 


가장 중요한 책 제목. 고민 끝에 책 인쇄하기 두 달 전쯤 <도대체 난 뭘 좋아해?>로 결정했다. 결정하기 전까지 다양한 버전의 제목 후보가 있었다.


1. 고민 상담 버전

저도 좋아할 수 있을까요?


2. 자아비판 버전

좋아하는 데 무슨 노력까지 해


3. 약간 화난 버전

도대체 내가 좋아하는 건 뭐야?


4. 덕후 바라기 버전

덕후가 되고 싶어

덕후 지망생


5. 대형 서점 에세이 버전

나도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


6. 드라마 남자 주인공 버전

나, 뭐 좋아하냐?

좋아하는 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7. 뇌를 거치지 않은 버전

좋아하는 것을 찾으러 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고민할수록 어쩐지 이상한 제목만 떠올랐다. 나의 오랜 고민으로 인한 답답한 마음을 대변하고, 너무 우울하거나 심각하지 않은 분위기이면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제목으로 <도대체 난 뭘 좋아해?>가 제일 좋았다.






'글 쓸 때는 이렇게 써야 한다'는 글쓰기 작법서보다는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고, 누구에게 전달하고 싶은지를 반복해서 생각하면서 글을 썼다. 그렇게 쓰다 보니, 내 이야기가 단순한 개인의 경험을 넘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글이 되었다. 내가 글을 쓰면서 얼굴도 모르는 여러 작가님에게 도움을 받았듯이 이 글이 누군가의 글쓰기와 독립출판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글이 잘 안 써질 때마다 떠올렸던 장강명 작가님의 <책 한번 써봅시다>의 한 구절을 첨부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장강명 <책 한번 써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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