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세 번의 암도 축복입니다
실행
신고
라이킷
57
댓글
15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이강담ㅡ강하고 담대한 자Ebenezer
May 06. 2023
적당히 비를 즐길 줄 아는 아기냥
방충망 사이로 빗방울이 들어와도
어린이
날을
망치고 오늘까지 보태 오랜만에
세찬 비가 퍼부어댔다.
사막처럼 건조해진 곳곳으로 내린 비는
그 소리조차
시원함을 넘어
또 다른 무서운
기세로
다가오고 창문을 거칠게 두드리며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거친 바람의
숨소리와
움직임은 그렇게
새벽을 적신다.
누리가 새벽부터 깨서 얼굴을 깨물고 햟는
바람에 안 그래도 빗소리에 깊게 잠 못 이루고
얕게 깨어 있던 마지막 잠마저 완전히 깨버렸다.
비를 즐길줄 아는 아가냥
나를 조기기상 시켜놓고 빗방울을 맞으며 있길래
추워 보여
누리 담요로 덮어주니 마지못한 척
가만있는다. 집사의 센스 넘치는 배려에 깊은
감동을 받았나?
평소 저런 천을 덮어주면
질색을 하고 휭
도망가 버리는데 춥긴 추웠나 보다.
털이 계속 젖는데도 오랜만의 단비를 즐기듯이
누리의
얼굴은 수분 촉촉 시원하게
몸은 담요로
따뜻하게
그렇게 방충망 사이로
들어오는 빗방울을
그대로 맞
아
젖어가고
있
었
다.
적당히 비를 맞으며 즐길 줄 아는 아가냥이다.
위아래 내리는 비가 마냥 신기한가보다
이런 비는 처음이라는 듯 그렇게 날이 밝아오는
시간 가운데
새벽비를
내려다보고 올려다본다.
한 시간 넘게 비멍을 하는 누리를 의자에 앉아
가만히 지켜보며
잠시
퍼붓는 빗속에서 춤을 추고 신나게 달리던
젊은 청춘시절을 떠올려본다.
그런 세찬 비를
맞아도 감기 한번 걸리지 않던
그때를.
열정만큼이나 모든 것들을 다 해낼 것만 같던
젊은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랬지. 그땐 세찬 비를 맞아도 거친 바람을
마주해도 그 모든 것들이 즐거웠고 감당을 할 수
있는 건강과 열정이 있었더랬지.
지금의 나와는 너무나도 달랐던 그때......
오랜만의 새벽비를 누리와 함께 뜻하지 않게
맞이하며 가만히 사색의 호수에 빠져든다.
#반려묘 #반려동물 #아기냥 #고양이 #새벽비
#비 #폭우 #봄비 #열정 #추억 #젊음 #조기기상
keyword
빗방울
고양이
새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