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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비를 즐길 줄 아는 아기냥

방충망 사이로 빗방울이 들어와도

어린이날을 망치고 오늘까지 보태 오랜만에

세찬 비가 퍼부어댔다.

사막처럼 건조해진 곳곳으로 내린 비는

그 소리조차 시원함을 넘어 또 다른 무서운

기세로 다가오고 창문을 거칠게 두드리며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거친 바람의  숨소리와

움직임은 그렇게 새벽을 적신다.


누리가 새벽부터 깨서 얼굴을 깨물고 햟는

바람에 안 그래도 빗소리에 깊게 잠 못 이루고

얕게 깨어 있던 마지막 잠마저 완전히 깨버렸다.


비를 즐길줄 아는 아가냥

나를 조기기상 시켜놓고 빗방울을 맞으며 있길래

추워 보여 누리  담요로 덮어주니 마지못한 척

가만있는다. 집사의 센스 넘치는 배려에 깊은

감동을 받았나?

평소 저런 천을 덮어주면 질색을 하고 휭

도망가 버리는데 춥긴 추웠나 보다.


털이 계속 젖는데도 오랜만의 단비를 즐기듯이

누리의 얼굴은 수분 촉촉 시원하게

몸은 담요로 따뜻하게

그렇게 방충망 사이로 들어오는 빗방울을

그대로 맞젖어가고 다.

적당히 비를 맞으며 즐길 줄 아는 아가냥이다.


위아래 내리는 비가 마냥 신기한가보다

이런 비는 처음이라는 듯 그렇게 날이 밝아오는

시간 가운데 새벽비를 내려다보고 올려다본다.


한 시간 넘게 비멍을 하는 누리를 의자에 앉아

가만히 지켜보며

잠시

퍼붓는 빗속에서 춤을 추고 신나게 달리던

젊은 청춘시절을 떠올려본다.

그런 세찬 비를 맞아도 감기 한번 걸리지 않던

그때를.


열정만큼이나 모든 것들을 다 해낼 것만 같던

젊은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랬지. 그땐 세찬 비를 맞아도 거친 바람을

마주해도 그 모든 것들이 즐거웠고 감당을 할 수

있는 건강과 열정이 있었더랬지.

지금의 나와는 너무나도 달랐던 그때......


오랜만의 새벽비를 누리와 함께 뜻하지 않게

맞이하며  가만히 사색의 호수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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