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 만들지 말고, 경험 정리 하자
서류 합격 메일에서 게임 회사답게 면접은 편하신 옷차림으로 부탁드린다는 문구가 있었다. 하지만 마음만큼은 편할 수 없었다. 이 소중한 면접 기회를 허투루 놓치고 싶지 않았다.
사전 과제는 다시 꼼꼼히 보고, 친구한테 피드백을 받자
놀랍게도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는 면접 때, 사전 과제 관련 질문을 안 했다. 관련 질문들을 열심히 준비한 것이 무색할 정도였다. 하지만 사람by사람, 회사by회사일 경우가 농후하므로 꼭 사전과제 관련해서 면접 준비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타 게임회사 면접에서는 사전과제 질문이 많이 나왔다). 사전 과제 관련하여 면접 준비를 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것은 "논리성"이었다.
사전과제를 제출하고 다른 회사를 준비하다 보면 다시 새로운 시선으로 자신의 사전과제를 평가할 수 있다. 그때 보면 맞춤법 실수부터 논리 허점인 내용이 많이 보일 것이다. 실제로 나는 게임 분석을 개암 분석으로 쓴 슬라이드가 있었다. 그런 허점들이 많이 발견될지라도 자신감을 가지자. 왜냐하면 그 사전과제는 이미 한 번 인사팀을 통해 통과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면접 준비를 하면서 논리적 허점을 발견했다면 내가 어떻게 받아칠지 반드시 생각해 봐야 한다. 면접 자리에서 자신의 과제에 대해 말문이 막히면 평가 점수에 크리티컬 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주변 사람에게 사전과제를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해당 게임을 플레이해보지 않은 친구들이 검토한다면, 완전히 새로운 시각에서 나의 과제를 바라볼 수 있다. 이미 나는 수십 번 본 나의 과제이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쉽다. 하지만 제삼자에서 보았을 때 다를 수도 있다. 친구에게 보여줄 수 없다면 가족에게라도 보여주자. 게임에 대해 전문성을 가진 사람에게 피드백을 받으려는 것이 아닌, 마치 이 소설책의 기승전결이 맞는지 확인하는 작업이기에 상관없다. 실제로 나는 친구로부터 유의미한 조언을 받아 잘 준비할 수 있었다.
게임 뉴스와 사회 뉴스는 꼭 보자
블록체인, NFT, P2E 등 게임 관련 트렌드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단순히 '요새 게임 트렌드가 뭐예요?'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뉴스를 본다면 다양한 면접 질문에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중에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어떤 게임이 뜰 것 같아요?', '우리 회사가 어떤 게임을 만들어야 할까요?', '우리 회사에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등 여러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있다.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https://www.kocca.kr/
유튜브 채널: 중년게이머 김실장, 펭귄 몬스터, 영래기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간행물은 무료이면서 유용한 자료를 제공하니 면접 전에 꼭 한 번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 외 항목으로는 유튜브 영상을 시청했다. 나보다 게임을 훨씬 오래 플레이한 전문가들이 게임에 대해 평가하고, 분석한 자료를 공짜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시간이 있다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게임도 사람이 플레이하는 것이라 게임 안에 사회가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사회 뉴스를 보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것은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너무 게임 뉴스만 봐서 해당 질문을 받았을 때 말문이 막혔다. 꼭 보자).
상위권 매출 게임을 확인해 보자
게임을 통해 적정 매출을 내야 하는 사업 PM으로서, 현재 어떤 게임들이 상위권에 위치하는지, 그 게임들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나는 어떤 특정 게임에 빠져 플레이하기보다는 전반적인 게임들에 다 관심이 있었다. 직접 플레이하지는 않았지만 스티리머나 비제이가 하는 영상들을 많이 보았기에, 여러 게임들을 파악하는데 그리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지만 게임에 평소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는 시간이 부족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적어도 매출 1~5위까지 어떤 게임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브롤스타즈가 액션 게임에 속해 액션 게임 부문 1위부터 5위까지 게임을 파악하고, 해당 게임별로 유료 패키지 및 뽑기 확률을 조사해 비교해 보았다. 물론 해당 내용은 면접에서 질문 나오지 않았다. 그냥 내가 궁금해서 해본 거라 만약에 정말로 시간이 많다면 여러분들도 시도해 나중에 면접 때 활용해 보자.
지원한 게임 회사가 만든 게임을 플레이 안 해봤다고 걱정하지 말자
또한, 지원한 게임 회사가 만든 게임을 많이 플레이했다고 자만하지 말자
게임회사는 생산자고, 유저는 소비자다. 우리는 지금까지 소비자로 플레이 해왔고, 게임회사에 들어가면 생산자가 되어야 한다. 항상 소비자였는데 갑자기 생산자 입장으로 시각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만큼 생산자의 시각과 유저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게임 플레이 경험은 단순히 소비자로서 게임을 플레이한 것이기에 그 경험에 대해 너무 자신하지도, 너무 위축되어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지원한 회사의 게임을 많이 플레이해보면 장점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안 해봤다고 해서 단점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나는 내가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의 게임을 즐겨하는 유저는 아니었으며, 심지어 어렸을 때 모두가 플레이한다는 이 회사의 대표 게임을 인생 통틀어 6시간도 안 해봤다. 나는 다른 회사 게임을 즐겼다. 제발 걱정하지도 말고 과신하지도 말자. 프로게이머를 뽑는 자리가 아니다.
진짜 미친 듯이 많이 플레이한 게 아니라면 거기서 거기다.
경험 정리는 필수
아주 기본적이지만, 제일 중요한 경험 정리. 내 인생 로그 정리는 필수다. 게임 관련 지식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사람이다. 똑똑한 사람이라도 협업 못하면 아무 소용없다. 이 지원자가 사람들과 잘 어울려 일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지원자의 경험을 물어볼 수밖에 없다. 조별과제, 교환학생, 인생의 터닝포인트 등 자신의 경험을 정리하고 그 경험을 통해 내가 무엇을 깨달았는지 생각해보자.
내 경험을 중구난방으로 정리한 글이지만, 게임 회사를 준비하고 있거나 게임 사업 PM을 준비하는 지원자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