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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May 02. 2024

그렇게 힘만 주다가는 부러진다고

나이팅메일 2일 차 (주제: 목표)

(하루에 한 주제씩 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을 메일로 보내주는 '나이팅메일'이라는 글쓰기 모임에서 쓴 글입니다.)




예전의 나는 '힘을 주는 것'을 목표로 삼아왔다. 안 간'힘'을 쓰고 노'력'을 해서 높은 성적을 받아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취업하고, 좋은 남자를 만나 시집가는 것. 돌이켜 생각해 보면 모두 나의 목표라기보다는 부모의 목표였다.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하면 언젠가 나도 사랑받고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에는 이게 나의 목표인지 부모의 목표인지조차 구분하지 못했다.


나의 어깨는 항상 굳어있었고 마음속은 텅 비어있었다. 부모가 바라는 대로 하나씩 목표한 바를 이루어냈지만, 산 넘어 산일뿐 사랑과 인정은 없었다. 트로피 같은 딸은 자신의 남동생은 물론이고 부모의 부모노릇까지 해야 했다.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일들이 우리 가정 안에서는 당연하게 이루어졌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탐색할만한 여유가 내겐 없었다. 내가 나를 위해 사는 것에 죄책감을 느낄 정도였다.


다행히 좋은 배우자를 만나고, 그의 가족들과 교류하며 서로 사랑하는 가정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배웠다. 내 원가족과는 거리를 두고 상처를 치유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언제나 잔뜩 긴장하고 부모의 기대에 어긋나면 버려질까 봐 아등바등했던 모습은 여전히 굳은살처럼 내게 붙어있다.


그래서 나의 요즘 목표는 '힘을 빼는 것'이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K장녀의 마음을 내려놓는 것. 나의 부모와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나의 삶과 아이의 삶을 구분하는 것. 더 노력하고 더 성취하도록 나 자신을 비난하고 채찍질했던 것을 멈추고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휴식을 나에게 선물하는 것. 무엇보다 내가 나를 위해 사는 것에 더 이상 죄책감 느끼지 않는 것. 이것이 나의 목표이다.


힘을 주기만 했던 사람이 갑자기 힘을 빼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일단 목표를 인식하고 설정했으니 조금씩 변화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해 본다.


나를 위해 오롯이 쓸 수 있는 이 밤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를 하고 나니 뿌듯한 마음과 함께 기분 좋은 졸음이 밀려온다. 오늘 밤엔 움츠린 어깨를 펴고 편안하게 잘 수 있겠다.





<긍정 확언>

K장녀 마인드가 발동하려 할 때

- I can do anything, but I can't do everything.


애 숙제랑 공부 때문에 내가 더 스트레스받을 때

- 어차피 될 놈 될이다. (내가 뭘 해서 애 인생을 바꾸겠다는 오만함을 버릴 수 있음)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현재를 즐기지 못할 때

- 아끼다 똥 된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부모가 심어준 죄책감 때문에 나를 위해 사는 것이 잘못된 것처럼 느껴질 때

- 자식을 양육하는 것은 의무지만, 효도는 의무가 아니다. (나는 그분들의 육신을 빌려 태어났을 뿐, 부모 스스로 자초한 불행을 내가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 효도는 자식을 사랑으로 키운 부모에게 자식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하는 행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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