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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로 Jul 11. 2024

여름철 사춘기

장마란 하늘에게 잠시동안 찾아온 여름철 사춘기


요새 내 마음이 싱숭생숭한 것이 요상하다.

파아랗고 몽실한 것을 머금었다가도

뱉어내고 나니 잿빛으로 흐리워져간다.



흐드러진 능소화가 목을 쭈욱 편 모습이

탐스럽게 익어 빛에 반사된 복숭아의 솜털이

비웃는 듯한 능욕감에 그동안의 울분을 터트린다.

사시사철 분명 괜찮은 것 같았는데, 괜찮았는데

잠깐 쏟았던 눈물이 흘러넘쳐 솨-내리고 있다.


출처: pixabay(좌)


하물며 흥분하며 내뿜은 콧바람은

강하게 휘몰아치는 빗바람이 되어

나무와 사물이 온통 요동치고 있구나.

다만 나도 이런 내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다.


잠시 초여름을 지나면 지나오는 사춘기.

주체할 수 없는, 1년 중에 잠시 오는 사춘기.

잠시 동안만 내 감정에만 충실해지는 시기다.

요상하다는 걸 알면서도 주체할 수 없는 시기.



눅진하고 철퍽거리면서도 선선한 바람이 불고

당최 예측할 수 없는 흐름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잠시 동안만, 아주 잠시 동안만,

이 감정의 소용돌이를 이해해 주련.

여름에만 다가오는 이 장마란

하늘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 일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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