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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필준 Jan 17. 2023

6000

좁은문, 좁은길 나의 십자가 지고~

허영만 작가의 <꼴>이라는 책을 보고 있다.

처음으로 '육천'이라는 단어를 들어봤다.

6000..은 아니고.. 六賤이다.

'여섯 가지의 천한 행동'을 말한다.


하나씩 알아보자.

1. 안하무인

남들이 자신을 욕하는지 모르고 마음대로 행동하고 말하는 사람


2. 기고만장

자신의 능력을 떠벌리는 오만한 사람


3. 싸패쏘패

주위 사람이 곤란을 겪을 때, 비웃으며 딴청 피우는 사람


4. 애매모호

무슨 일이든 확실하지 않고, 나갈지 들어갈지 모르는 사람


5. 뒷담쟁이

남이 안되길 바라면서 함부로 비난하는 사람


6. 무능력자

자기 자랑할게 없어 남들을 팔아 자신을 돋보이려는 사람


앞에 붙여 놓은 사자성어(?)는 그냥 임의로 붙여놓은 것이다.

6개의 천한 행동 리스트를 훑어보니 나도 참 할말이 없다.


그럼 왜 사람들이 이런 천한 행동을 하는지 생각해보자.

아니 내가 왜 이런 행동을 해왔는지 생각해보기로 하자.

나는 왜 천한 행동을 하였고, 무엇을 얻길래 이런 행동을 하였을까?


1. 안하무인

내가 하고 싶은걸 하는건 자유다. 하지만 나의 자유가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면 자유가 아니라 침해다. 이렇게 살면 편하긴 하다. 다른 사람들 시선 따위 그냥 다 무시하고, 피해를 입던지 말던지 막살면 편하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편하고, 수치심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2. 기고만장

내가 쓸모 있음을 타인에게 알리는 행위다. 내가 얻는건 남들보다 높은 지위? 뭐 그런거다. 높은 지위는 높은 생존능력을 말한다. 하지만 이것도 바보짓이었다. 내가 나를 높이면 나는 계속 내려간다. 남들이 나를 강제로 끌어내린다. 내가 나를 높일수록 타인도 자신을 높이려하기 때문이다.


3. 싸패쏘패

타인이 곤란을 겪는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곤란을 겪고 있는 그 사람이 지은 업을 생각한다. 그리고는 '니 카르마다!'라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세상에는 인과율이라는게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타인의 업을 판단할 권리는 없다.


4. 애매모호

뭐든지 애매한 사람은 '기준'이 없다. 기준이 없다는건 생각이 없다는 말이다. 생각이 없는 나는 행동과 선택의 기준이 없었다. 생각이 없는 이유는 책을 읽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도 재료가 있어야 할 수 있는 법이다.


5. 뒷담쟁이

남을 욕하면 얻는게 무엇인가? 나는 욕을 먹는 대상자처럼 도덕성이 결여되지 않았다는 증명이다. 도덕적 고결함을 뽐내는 것이다. 우월감 같은거라고 할 수 있다. 공동체에서 도덕성은 생존을 뜻한다. 과거에는 도덕성이 낮으면 무리에서 추방 당했다. 현재도 도덕성이 낮을수록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쉽고, 교도소나 구금 시설에 수감될 가능성이 커진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사회안에서 도덕성이 낮아 보여서는 안된다. 그래서 나의 부도덕함을 가리기 위해 타인을 욕한다. 나는 그렇지 않다. 저 사람만 나쁜 사람이고, 저 사람만 없으면 된다고 말한다. 마녀사냥이 대충 이런 느낌이다.


6. 무능력자

인간은 자신의 쓸모를 사회에 증명해야 한다. 그래야 해당 공동체에서 살아갈 수 있다. 근데 자신의 능력보다, 자신이 취하고 싶은 지위가 더 높을때 이런일이 생긴다. 나는 아무것도 없지만, 나와 친한 사람들의 지위가 높다. 그러니까 나도 높다. 뭐 이런 생각이다. 그런데 이런 행동은 의식적으로 하기보다는, 자동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나는 왜 여섯가지의 천한 행동을 했는지 알아보았다

결국 내가 편하려고, 내가 남들보다 있어보이려고, 내가 별생각이 없어서 이런 행동들을 했다.


나만 생각해서 이런 행동을 했다.

지금도 나만 생각하면서 이런 저런 행동을 하고 있다.

천한 인간이다.

하지만 이제좀 귀하게 살아봐야겠다.


귀중하다는건 흔하지 않다는 것이고,

천하다는건 널리고 깔렸다는 뜻이다.


널리고 깔린 뻔한 인간이 되기 보다는,

아무나 하지 않는 일, 모두가 하지는 못하는 인간이 되고 싶긴 하다.


그래서 성경에는 '좁은 문, 좁은 길'이라는 표현이 있나보다.

'넓은 문, 넓은 길'로는 누구나 가고 싶어 하지만, 그길은 천하다.

'좁은 문, 좁은 길'로는 아무도 가고 싶어하지 않지만, 그길은 귀하다.


마태복음 7:13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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