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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e Island Nov 23. 2023

꽃이었구나!

Ep7. 상하이남 베이징녀

오후 3시가 되면  세상 바빠지는  에버딘로드(averdeen road) 하늘의 색 한 부분을 뽑아서 만든 듯한 푸른빛 교복을 입고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교문을 뚫고 나온다. 5살이 되는 생일 이후로 이곳 아이들은 처음으로  xx프라이머리라고 불리우리나라의 ××초등학교를 간다. 대개 공립학교는 그 지역 이름을 따서 불려진다. 6년 동안 부모들은 주말이면  그 푸른빛 교복을 세탁해서 말리고 금요일 오는  학교 뉴스레터를 꼼꼼히 읽고 월요일 아침이면 점심 도시락을 만든다. 난 말이다... 가장 눈에 담기는 모습이 1학년 아이들이 키보다 더 커다란 가방을 메고 발 빠른 언니 오빠를 쫓아가는 애쓰는 그 발걸음이다. 사회적 동물로써 시작의  저 작고 바쁜 한 폭의 걸음에 왜 이리 한쪽 가슴이 짠 해지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뭣도 모르고 시작하는 걸음마... 규칙과 통제는 과연 진정한 자유를 위한 것인지 아직까지 나 자신에게 묻고 대답 못하는 문제 중 하나이지만, 그래도 학교는 산업화가 되면서  엄마들의 사회 활동을 가능하게 만든 고마운 기관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걸어서 등하교를 하기도 하고 자전거나 스쿠터를 타는 아이들도 있지만 학교 앞에서 부모에게 픽업을 당하는 아이들도 많다. 요즘은 집으로 곧장 가는 아이들보다는 많은 방과 후 활동을 하는 아이들이 많다 보니  학교 앞 거리는 학부모들의 차량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곳은 안전상의 이유로 학원차량 운행이 극히 드물다. 방과 후 라이딩은 부모의 몫이어서, 그들은 오후 3시 이후로 택시기사 인양 바쁘다. 아이가 셋 이상인 엄마는 진짜

우버 택시를 부르기도 한다. 동선이 안 맞는다는 이유로... 엄마들의 치마바람은 때론 경제를 살리는 힘의 부채질이 될 때도 있는 법이다.


"니하오 Mr, Ku"  대륙의 아저씨 치고는 얼굴의 수줍음이 가득한 모습으로 내 인사에  "Good! good!"으로 대답하는  Mr, Ku는 우리 보이스카웃 친구 아빠이다. 이 댁은 아빠가 새벽에 일을 시작하고 오후에 아이들 픽업을 한다. 엄마는 늦게까지 일을 하고 아침 

등굣길을 담당한다. 핸드폰 없이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과 부모들은 아이와  만남의 장소를 정해놓고 그 만남의 장소를 사수하기 위해  일찍 학교 앞에 가야 한다. 마침 만남의 장소가 같았던 Mr, Ku와 나는 학부모 수다를 떨며 아이들을 기다리다 보니 어느새 우리는 Ku's family와 절친이 되어 있었다.

행동반경이 비슷하다 보니 채소가게에서 만나고 카페에서도 스치고 지나간다.

저녁메뉴로 청경채에 마늘과 숙주를 볶기 위해 찾아간 채소 가게에서 Mr Ku를 만나 채소수다를 떤다. 딱 아줌마들 수다. 그는 과일과 채소를 어머 무시하게 많이 사놓고는 바지의 주머니라는 주머니는 다 탈탈 털어서 카드를 찾았지만... 어느 곳에서 어떻게 카드를 애용했는지도 기억을 못 했다. 바로 뒤에 기다리고 있던 내가 친구의 과일값까지 냈고, 지켜보던 다른 시선들의 물음표가 들려온다. 나의 남사친이라고... 그날 저녁 써니(내 남사친의 아내 Mrs, Ku)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핸드폰 저편에서 얘기한다. 고맙다는 인사와 이해할 수 없는 상하이 출신 남편에 대해서~ 역시 나라, 출신을 막론하고 , 사람들이 다른 성을 이해하면서 사는 데에는 "인연"이라는 범 우주적 에너지가 필요한듯하다.


베이징의 경극은 영웅호걸
상하이의 호극은 패왕별희와 같은 멜로드라마.

나는 Mrs, Ku가 아닌 써니라고 불러줘 ~아직도 기억나는 써니의 첫 말 건네기...

써니랑 난 내 남사친 Mr Ku를 따 시키고 가끔 모닝커피를 한다. 아침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William Cafe에 간다. 주인이 바뀌어 커피맛도 변한 카페엔 맛이 있던 없던 그냥

익숙한 곳이 좋다. 내 이름표 없어도 늘 똑같이 비어 있는 자리에 앉을 수 있는  동네 카페. 아다지오 adagio의 선율을 타는 우리 동네 뉴질랜드 사람들을 볼 수 있어 좋다. 그들은 집에서 만드는 내 커피에 까탈을 부려도 동네 카페에선 그날 분위기의 커피의 맛에 그냥 수긍한다. 어젯밤 바리스타가 음주를 했나 보네... 무한 이해심을 휘한다. 플랫화이트를 한 모금 마신다. 하지만 어림도 없다 써니에게는... 그녀는  바리스타에게 큰소리로 충혈된 눈동자 색깔을 들먹이며, 쾌활하게 내일은 맛있는  커피를 부탁한다고 하며 짚고

넘어간다,일 미터 칠십이 넘을 것 같은  큰 키의 써니는 금방이라도 말을 타고 활을 쏘며 달릴 것 같이 활기차다. 써니가 Mr, Ku를 처음 본 곳은 스위스란다.

저녁 초대 가서  보았던 사진이 떠오른다. 청바지, 청자켓 입고 푸른  호숫가 근처 저 멀리 알프스산을  배경으로 찍은  너무나 앳된 모습의 커플 사진이 Mr, Ku의 냉장고에 스위스 관광자석으로 매달려 있던 모습. 녀도 남도 푸릇푸릇 예뻤구나 싶었다. 써니가 첫눈의 반한 남자였을 법하게 귀공자 스타일의 그가 웃고 있었다, 그녀는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를 공부했고 Mr.ku는 요리를 공부하면서 사랑이 피어났단다.

첫 데이트 당시 당돌하고 자신감 충만이었던 써니는 만나는 사람이 따로 있었지만 마음이 가는 곳으로 돌진했고, 그로 인해 화 난 북경오리(써니가 부르던 전 남자 친구 호칭)의 주먹에 Mr, Ku는 생전 처음 쌍코피도 흘렸단다. 홍콩 영화 '첩혈쌍웅'은 저리 가라 정도로 재미있던 그들의 연애담에  내가 박장대소하면, 써니는 신나라 더 큰소리로 얘기하고 MR, KU는 자신이 숙성 발효시켜 만든 검은 마늘을 내어놓고 수줍게 도련님 역할을 하며 슬그머니 여인네들의 자리를 뜬다. 언제나 우리가 각자의 모국어가 아닌 제2 외국어로 대화를 하기에 써니는 온갖  제스처를 더 한다. 조금은 정신없지만 경쾌하고 호방하며 유머러스한 써니 안 그래도 길쭉하니 젓가락 같은 아줌마가 춤을 추듯 신나 한다. 써니는 매콤 국수파이고   Mr, Ku는 파인애플의 달콤 볶음밥파 라고 한다. 그녀가 주말이면 친구들과 와인에 왕수다 파티를 즐긴다면 Mr, Ku는 슬그머니 밤낚시를 가고 그다음 날 써니를 위해 클래식 음악과 함께 fish soup을  해장국으로 준비한다.

그녀는 산을 그는 바다를... 그녀는 월계화(장미과의 속한 꽃, 원산지 중국)를 그는 하얀 목련을... 아마도 그녀는 짬뽕을 그는 짜장밥을 좋아할 것이다. 너무나 다르지만 큰 싸움, 말다툼 한번 안 하고 20여 년을 같이 살았다고 하면서 그것이 신기하다고 다.

똑같은 성향의  사람들끼리 더 잘 싸우는 걸까? 아님 다르다는 것을 인정했기에, 서로를 알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말의 쉼표 자리를 잘 찾는 것이 아닐까? 어쩜 각자 다른 삶을 살아오던 녀와 남이 (요즘엔 녕하녀 남과 남도) 만나 닮아가면서 사는 게 부부의 연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같은 호텔에서 메니져로 그리고 호텔 요리사로 일하고 있다.

첫사랑의  첫 만남의 나라 스위스는 뉴질랜드와 자연경관이  많이 닮아 있어서 추억으로 돌아가기가 쉽다고 했다. 온화하면서도 다정스러운 Mr, Ku의 애교에 녹아서 결혼에 직진한 써니는 론 후회가  되어도 상하이 출신의 Mr, Ku의 격조 높음을 존중한다고 한다. 이 부부는 베이징 녀 상하이 남 중궁의 북녀남남인 셈이다. 어찌 보면 이상적일 것 같은 북남남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상적이다라는 표현은 상대성이론으로 설명하자면, 매우 개인적인 견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베이징 출신의 사람들은 주로 키가 크고 체격이 건장하며, 성격이 시원시원 호방하며 열정적이어서 영웅호걸을 노래하는 경극을 좋아한다고 한다. 베이징 여인들은 북방 특유의 호방함이 있어서 남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과장된 애교는 일도 찾을 수 없기에 상하이 여인들의 유혹적이고도 간지러운  디아(애교 넘치며 연약하고 보호본능을 불러내는 상하이 여성들의 말투)를 부끄러워하며, 그런 사람들과는 '꺼얼먼(哥兒們)'이 되기 어렵다고 한다."꺼얼먼"은 말 그대로 친구를 넘어 가족과 같은 사이가 된다는  것이다. 친구집 숟가락 숫자를 알정도로  서로의 마음을 터놓는 가족 또는 이웃사촌 격의 공동체가 바로 꺼얼먼이란다. 베이징과 상하이는 중국의 양대 도시답게 다른 지역색을 갖고 있고 두 도시 간의 라이벌 의식은 우리네의 경상도와 전라도를 연상케 한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맛있는 북경 오리집에 가면 주인이 진정 장사를 하고 싶은 건지... 물음표만 가득이었다.  퉁명스러움에 많이 당황했지만 이제는 안다. 베이징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남을 도와주는 것에 발 벗고 나서지만, 이러한 열정에는 함께 시간과 대상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자기 의 사람에게는 매우 친절하고 의리로 뭉치지만 낯선 사람들에게는 쉽사리 정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와 반대로 상하이 사람들은 특별히 친절하지도  않고 그렇게  무뚝뚝하지도 않게 사람을 대한다고 한다. 상하이는 개인주의 입장에서 타인을 인정해 주고 자신의 공간도 인정받기를 원한다고 한다.

내게 있어서  중국인은 내가 모르는 말을 고음으로 노래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공항에서도 시끌시끌하고 떼를 지어 다니고 , 공원에서도 다른 이들의 시선에 신경 안 쓰고  사교댄스를 추며 행복해하는 사람들... 다른 사람을 의식 안 하는 것 같은데 또 체면을 목숨보다 중요시 여기는 그래서  음식이 남을 만큼 가득 시켜야 가슴 가득 뿌듯해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넓은 땅덩어리에 52개의 부족들이 다 다른 특색으로 한나라를 이루며, 자신들의 나라를 대국이라고 여긴다. 사물을 보는 여러 가지의 "관"도 많은 나라. 그들의 본거지를 알고 나니 이해되는 면이 많아졌다. 이곳도 다국적 민족들로 날로 그 인구의 추세가 달라지고 있다 보니 문화적 충격도 잦아진다. 나를 잘 알리기 위해서 남을 먼저 이해하지 않음 서로 간의 오해와 차별이 만연하게 됨을 느낀다.

"맹모삼천지교"라 했나 요즘 써니는 그렇다. 두 아이를 위해 모든 포커스를 맞춘다. 매우 열정적이다. 좋은 학교를 보내기 위해 그 지역의 집도 덜커덩 산다. 이를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Mr, Ku. 그들은  금딱지 가득 부쳐진 박스에서 귀한 차를 꺼내  마시며 많은 얘기를 나눈다. 잔이 비어지면 채워지기 바쁜 잔. 이 부부처럼 서로 다른 의견을 두고 많은 시간 조율하고, 함께 선택하고 실패도 하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중국부부는 처음 본다.

외국물 먹은 차이니스. 이렇게 설명하면 딱 좋은가? 아님 세련된 중국친구들.

나는 재스민 차를 좋아한다. 의리 넘치는 써니도 좋고 기품 있는 Mr, Ku 도 좋다. 아련한 향기가  그 꽃을 더 예쁘게 날개를 달아 준다.

재스민은 그들의 향기 인 듯하다.


재스민 (Jasmin): 꽃말은 "당신은 나의 것" "관능적"  재스민차의 별모양  꽃잎이 떠 있으면, 너무 예뻐서 한참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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